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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원화강세, 글로벌경기 회복 위한 희생… 수급 방향타는 연기금

이수영 기자 기자  2012.10.31 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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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유독 까칠하다. 큰 맘 먹고 고심 끝에 종목을 골라 매수 주문을 넣기 무섭게 빠져버리는 주가. 덜컥 겁을 먹고 매도 주문을 내면 기다렸다는 듯 빨간불이 켜지는 시황판을 보고 가슴을 친 게 하루 이틀인가. 이런 상황에서 화살이 꽂히는 곳은 증권사 리서치센터다. 손해를 본 개인들은 물론 언론도 앞 다퉈 '엉터리 전망'을 탓한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증권사 리서치하우스의 '기본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Back to the Basic.' 윤 센터장은 자신의 투자 및 리서치 원칙으로 '기본으로의 회귀'를 강조한다. 그가 내다본 연말 이후 증시전망과 대선 관련 시장이슈 분석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호재는 짧고 악재는 긴 3가지 이유

올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로존 재정위기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의 정권교체 여부가 결정되는 해다. 우리나라 역시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시계(視界)불명'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그는 "국내 증시의 유동성 장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연기금 등 장기자금의 유입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무제한 국채매입 발표에 이어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시행 결정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쏟아진 호재는 불과 한 달 만에 약발이 다한 듯하다. 2000포인트를 회복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10일 1840선까지 밀렸고 여전히 뚜렷한 반등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윤 센터장은 주식시장의 유동성 장세가 완전히 막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멕시코를 비롯한 신흥시장과 아세안 등은 여전히 주가가 강세다. 다만 국내증시는 속도 조절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짚은 세 가지는 △미국 증시의 약세 △유로존 재정이슈 △원화강세 등이다.

"미국은 제로금리 상황에서 올해에만 주가 상승률이 16%에 달했습니다. 두 자릿수 상승은 차익매물 출회를 불러올 수밖에 없죠. 또 이달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가 선전하면서 버냉키 연준 의장의 사임설이 제기돼 기존 통화정책 연속성에 의구심이 생겼고 3분기 어닝시즌 이후 기업전망이 부정적이었다는 점도 주가에 반영됐습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시장을 압박했던 유로존 재정 이슈도 최근 약세장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ECB의 무제한 국채매입 선언은 스페인을 염두에 둔 조치였고 투자자들은 스페인을 방화벽 삼아 재정불안이 잦아들기를 기대했다는 것. 그러나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마지막은 최근 이슈가 된 원·달러환율의 하락이다.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당연히 환율에 민감한 경제와 기업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펀더멘탈(기초여건)을 감안하면 원화강세는 필연적인 것이었지만 문제는 상대적인 속도가 빨라 대비할 시간적 여력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유동성 확대는 화폐가치를 떨어트려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각국도 일제히 금리를 낮췄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부 국가들은 화폐절상 압력을 받고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미국이 살기 위해 다른 나라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야 세계 경제도 활성화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올바른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수급악화, 칼자루는 외국인 손에 없다

최근 약세장의 원인으로 외국인 매도, 즉 수급악화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윤 센터장은 외국인보다 국내 기관, 특히 연기금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수급악화의 이유는 시중에 유동성이 없어서라기보다 위험자산(주식)을 선택해야할 이유,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신권 환매가 상당히 진행됐고 세계적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한 점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주식투자는 매력적입니다. 특히 연기금으로 대표되는 장기자금이 국내증시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윤 센터장은 최근의 원화강세 심화에 대해 "상대적인 속도가 빨랐을 뿐 국내 펀더멘탈을 감안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수준"이라면서도 "글로벌 경기를 살리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종의 희생"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현재 자본주의 시장에서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곳은 주식시장이 유일하다는 것이 윤 센터장의 생각이다. 기금고갈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눈을 돌려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연기금들은 운용기금의 50~60%를 주식에 투자합니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우리나라는 주식과 채권 비중이 2:8 정도죠. 세계적으로도 아주 낮은 수준입니다. 연기금이 주식 비중을 30%로 끌어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갈 길이 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