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재 국내 건설업계는 위기에 빠져있다. '성공의 저주' 덫에 걸려 수년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 탓이다. 2000년부터 2008년 초반까지 국내 건설업계는 '주택경기 호황'에 빠져 다가올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 토목이나 플랜트 등 업종 다각화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주택사업에만 매달린 결과다. 세계금융위기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당수 업체들이 퇴출되거나 워크아웃에 빠진 가운데 끝없는 변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은 몇몇 건설사들의 특별한 비결 및 사연을 엿봤다.
'10% 미만인 해외사업 비중을 2015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 올리자.'
1984년 중동시장 경기침체와 오일파동 등으로 사실상 해외사업을 중단했던 금호건설은 현 상황의 돌파구로 '해외'를 지목했다. 해외사업을 접은 지 22년 만의 결단이다. 금호건설은 지난 2005년 베트남 호치민시 금호아시아나플라자 프로젝트 수주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다시 발을 내딛었다.
2009년 9월 주상복합건물 금호아시아나플라자를 성공적으로 완공한 금호건설은 화려한 복귀와 함께 베트남 건설시장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플라자에 이어 타임스퀘어라는 또 다른 '건설신화'를 쓸 수 있게 된 것도 여기에 있다.
금호아시아나플라자는 총 3개동 21~31층 규모로 호텔과 고급아파트, 오피스 등이 들어선 호찌민시 대표 상징건물(랜드마크)로 꼽힌다.
◆호찌민시 새 랜드마크 '타임스퀘어'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긴 했지만 금호건설의 기술력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건설신화'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낮 시간대에는 공사차량 진입이 금지된 상황인 데다 노동효율성마저 떨어지는 베트남 현지 노동자들을 데리고 3일에 1개층씩 골조를 올리는 것을 보고 영국 감리업체가 '원더풀'을 연발하더군요. 타임스퀘어 현장은 금호건설의 신공법과 현장직원들이 밤잠을 설치면서 일군 노력의 성과물입니다." (타임스퀘어 현장소장 김성인 상무)
금호아시아나플라자와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한 타임스퀘어는 지하 3층∼지상 40층짜리 대형 프로젝트로 5성급 호텔과 고급아파트, 상가 등이 들어선 고급 주상복합건물이다.
큰 공사인 만큼 완공하기까지 여정도 험난했다. 지금은 공정율 98%를 보이며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지만 공사 초반에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40층 고층건물에 비해 짧게 주어진 공사기간(22개월)도 문제였지만, 낮 시간대 공사차량 진입금지부터 현지 노동자들의 공법에 대한 무지까지 여느 하나 만만한 게 없었다.
"공사기간이 워낙 짧은데다 공기지연 시 하루 12만달러 페널티 부과를 받게 돼 공기준수 여부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였습니다. 직원들이 주·야간조로 나눠 24시간 휴일도 없이 공사에 매달렸죠. 여기에 금호건설 만의 신공법이 더해지면서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겁니다."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타임스퀘어 공사현장 앞에서 금호건설 임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에 금호건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내부공사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는 골조를 올리는 데 시간을 활용했다. 또한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해 양생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고, 10개층씩 받침대만 철거하면서 골조를 올리는 신공법을 동원했다.
안전관리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전체 근로자가 모인 자리에서 동영상 안전교육 실시는 물론 무재해 달성을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썼다.
이 결과 금호건설은 예정공기보다 4개월이나 앞당겨 골조공사를 14개월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으며, 덩달아 '400만시간 무재해 공사' 기록도 세울 수 있었다. 또한 페널티는커녕 발주업체로부터 공기단축에 따른 성과금 1억원도 받아냈다.
또 금호건설은 베트남 유통 대기업인 C.T그룹에서 발주한 'C.T 플라자 주상 복합 건물'을 수주해 2013년 중순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다. 금호건설은 호찌민뿐만 아니라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도 진출, 하노이 중심업무지구인 랑하거리에 들어서는 '웨스턴 뱅크 타워' 공사도 한창 진행하고 있다.
기존 호찌민에 집중돼 있던 역량을 다변화해 베트남 전 지역에 금호건설 가치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베트남 건설 수주시장에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금호건설은 이를 위해 건설부문에만 국한하지 않고 사업다각화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베트남 칸화성 나짱시에 4만㎥/일 규모 하수처리장 및 부대시설 신축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아름다운 금호DNA' 베트남에 전파
금호건설이 해외 건설시장에 재진출한 지 몇 년도 채 안 돼 연이어 수주를 따낼 수 있었던 데는 기술력뿐 아니라 지난 공사 때 보여준 세심한 배려도 한몫했다.
금호건설은 우선 베트남 문화와 금호아시아나를 상징하는 각종 아이콘을 사용해 자칫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는 공사현장 펜스를 아름답게 꾸몄다. 또 현장을 드나드는 덤프트럭의 타이어를 세척하기 위해 설치한 세륜기도 기존 베트남 건설 현장에서는 낯선 모습이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펜스 주위에 화단까지 조성할 정도로 최대한 현지 문화와 근로자들을 존중하고자 했다"며 "예전과 다른 건설현장 분위기에 베트남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금호건설은 공사현장 이외에도 베트남 사회공헌활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았다. 장학재단사업, 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을 통해 베트남에서 '아름다운 기업' 이미지를 심었으며, 금호건설의 긍정적 사고는 결국 연이은 수주로 이어졌다.
이러한 베트남에서의 성공적 재기를 발판으로 금호건설은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금호건설은 기존 해외 거점국가인 베트남과 두바이를 포함해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지로 세를 넓히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쌓아온 건설명가로서의 자존심을 바탕으로 '글로벌 탑 건설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 금호건설의 미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