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수시청 공무원, 독직사건 최대 76억 '통큰횡령' 충격

통장잔고 불과 몇만원, 빼돌린 금액 환수여론 높아

박대성 기자 기자  2012.10.29 17:10:5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독직사건으로는 사상 최대금액인 7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전남 여수시청 8급공무원 김모씨(46)는 빼돌린 금액의 상당액을 사채빚을 갚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9일 76억여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특가법위반 국고손실)로 기소된 김모씨(46)에 대한 중간수사 브리핑을 열고 김씨 부부 구속건에 대해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아내(40)는 사채를 빌려 돈놀이를 하다가 채권회수가 잘 안되자, 업무 전문성을 살려 공금에 손을 댄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아내가 돈을 구해달라고 요청해 공금에 손을댔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김씨가 빼돌린 금액은 2009년 7월부터 올 9월까지 3년3개월이며 상품권 회수대금 28억8700여원, 소득.주민세 6억6600여만원, 급여분 40억여원 등 모두 76억여원에 달했다.

김씨가 과감하게 범행을 저지른데는 급여와 지출업무를 혼자 담당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급여를 부풀려 지출결의서에 결재를 받은 후, 책상에 앉아서는 급여공제내역서를 임의로 허위로 작성해 시금고에 제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관리감독 소홀과 제도의 미비점이 노출됐다.

검찰은 업무특성상 김씨가 e-호조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의 급여를 열람하고 수정이 가능, 상부에 결재한 금액과는 달리 자리에 돌아와서는 임의대로 숫자를 꿰맞췄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이종환 부장검사가 29일 여수시청 회계공무원 비리범죄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순천지청은 여수.순천.광양.보성.벌교.고흥.구례지역 등 인구 100만명을 관할하는 지청이다.
상품권 회수대금 입금업무를 보면서는 서류에 담당부서(지역경제과)의 직인이 찍혀야 함에도 자신의 도장으로 대체했으나 결재자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채 싸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련 문서를 위조하거나 허위로 작성하고도 상부 결재가 통과되고, 시금고(농협) 담당자로부터 특별한 제재를 받지않자 갈수록 범죄가 대담해져 거액을 횡령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가운데 시금고 측에서는 한때 특정인 명의의 차명계좌에 거액의 소득세 과오납금이 이체되는 것을 수상히 여겼으나, 김씨가 "해당 계좌는 환급용 분배계좌"라고 둘러대 위기를 모면한뒤 이후에는 어떠한 제재도 없자 '곶감 빼먹듯' 횡령을 저질렀다.

시금고가 상품권 회수대금을 지급한 뒤 결과를 회계과에만 통보하고 주무부서인 지역경제과에는 통보해주지 않아 지역경제과는 지출의 적정성을 따져보지도 못했고 이의제기도 없어 공금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수시청과 시금고 사이에 전산이 연결되지 않아 결재 후 허위의 서류로 바꿔치기를 해서 종이문서로 시금고에 지급명령을 함으로써 공금횡령이 가능했다. 여수시 또한 e-호조시스템을 일부만 도입해 화를 자초한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다만 김씨가 기본급 및 공제항목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횡령했으나, 알려진 것과는 달리 퇴직.전출직원을 차용한 계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연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 부부 외 다수의 관련자들을 소환조사 중이며 160여개 관련 계좌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어 윗선의 묵인 또는 친.인척 비리여부가 조만간 밝혀질 전망이다.
 
김씨는 실제로 출근할 때는 소형경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아내와 친인척에게는 에쿠스, 고급SUV 베라크루즈, BMW를 구입하기도 했다.

검찰은 자금추적 결과 횡령금 대부분을 채무변제에 사용하고, 일부는 친.인척 명의로 중.대형 아파트를 사뒀으며, 모 동호회에도 3억9000만원이 유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통장에는 잔고가 몇만원 밖에 없어 나머지 사용처와 은닉재산 여부에도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앞서 지난 10일 여수시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회계과 공무원의 거액의 공금횡령 첩보를 입수하고 감사원의 협조를 받아 김씨를 긴급체포해 수사를 개시했다.

검찰수사와 감사원 조사를 통보받은 김씨와 그의 아내는 이틀전인 8일 밤 11시10분께 여수시 화양면 농공단지 앞에서 수면제를 먹은 뒤 차안에 번개탄을 피운채 동반자살을 기도했으나 불발됐다.

순천지청 관계자는 "횡령자금이 유입된 관련자를 상대로 수령경위와 범행가담경위 등을 조사하고 범죄수익 환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이번 사건으로 밝혀진 제도상의 미비점을 지자체에 알려 재발방지를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김씨와 친.인척 명의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에 나섰다.
 
한편 지난 1992년 기능직 10급 수도검침원으로 특채된 김씨는 공금횡령 시기에 앞서 지난 2002년9월부터 2006년9월까지 4년간 회계과에서 근무했으며, 승진 후 2009년 7월 회계과로 전입하자마자 공금횡령 범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