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건선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닌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고통 등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한 질환이다. 이런 이유로 실제 건선환자는 일반인보다 자살충동을 느낄 확률이 5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선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팔꿈치, 무릎, 엉덩이, 두피 등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에 피부세포가 증식해 해당 부위가 두꺼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두꺼워진 피부에 발진이 생기며 점차 커지게 된다.
◆유전·외부환경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
이런 건선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로는 면역세포인 T림프구에서 만들어진 염증관련 물질(싸이토카인)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유전과 외부 환경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해 다인자성 유전질환으로도 알려졌다.
우리나라 건선 환자는 전체 국민의 1% 내외로 추정된다. 전 세계 유병률인 3%보다 낮지만, 환자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이 국민 일부를 대상으로 건선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1960년대 2.6% 수준이던 건선 유병률은 1970년대 3.8%, 1980년대 4.7%로 증가했다. 1990년대에는 8.3%, 2000년대 들어서는 9.5%까지 늘어났다.
◆단순 피부질환? 당뇨·고혈압 발생 위험 높아
건선은 환자수가 지속 증가하는 것 외에도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건선 환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혈압, 당뇨병 동반에 관한 연구 결과, 건선 환자에서 당뇨병이 나타난 비율은 21.4%로 일반인(6%) 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고혈압 동반 비율(29.8%) 역시 일반인(17%)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또한 건선 환자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일반인에 비해 6% 이상, 심혈관 질환 유병률 역시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지호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건선은 피부의 문제만이 아닌 삶의 질과 양(수명)과도 연계된 질환"이라며 "꾸준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염병? 따가운 시선 탓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
이러한 건선은 올바른 치료방법으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관리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흥 교수는 "건선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건선 환자들이 자신이 건선에 걸린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또한 건선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전문의를 통한 적절한 치료 대신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건선은 앞서 얘기한 당뇨 등 신체적 합병증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신경정신과적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사회적인 인식개선 역시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사람들이 건선 환자들의 피부 염증을 전염병으로 오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선 탓에 많은 건선 환자들은 한 여름에도 짧은 소매 옷을 입지 못하고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 입장을 거부당하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로 인해 우울증, 불안, 대인기피증 등 신경정신과적 문제가 생기며 삶의 질 저하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217명의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9.7%가 자살성 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5.5%는 실제로 급성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건선 환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이나 불안증, 자살 충동 등 정신장애 발병률이 각각 39%, 31%, 44% 이상 높았다.
이에 대한건선학회는 건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건선 환자들의 치료와 삶의 질 문제 개선을 위해 '제1회 건선 바르게 알기 캠페인'을 전개키로 했다.
이주흥 교수는 "대중들의 건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건선 환자들이 사회적인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캠페인을 통해 건선을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한건선학회는 우선 △일반인 대상 건선 알리기 △환자용 건선 책자 출간 △전국 5개 거점병원 환자 대상 건강강좌 개최 △환자 치료 접근성 증대 △전국 역학조사·치료만족도 조사 등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