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모레와 쥬단학, 피어리스, 쥬리아… 60~70년대 국내 화장품 토종업체들은 방문판매 위주의 전략으로 관련 시장을 손아귀에 넣고 있었다. 80년대 들어 컬러TV 보급 확산으로 색조화장품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아모레(태평양화학)와 쥬단학(한국화장품), 나드리, 럭키드봉, 쥬리아, 한불화장품, 코리아나, 라미 등은 사업에 탄력을 받아 종합화장품전문점을 만들었고 90년대 대형마트와 백화점까지 세를 넓혔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2002년 저가화장품 '미샤'가 등장한 것. 소비자들은 신개념의 저가화장품에 큰 반응을 나타냈고 화장품 업체 대부분은 불가피하게 중저가화장품으로 다운그레이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모레와 시장을 양분하던 한국화장품은 '더샘'이란 브랜드를, 한불화장품은 '잇츠스킨', 피어리스는 '스킨푸드'로 탈출구를 모색했으나 '빅 3' 가운데 하나였던 나드리는 지난 2월 사업방향을 잡지 못한 채 30년 역사를 마무리했다. 현재 이들 중 업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곳은 아모레(아모레퍼시픽·090430)뿐이다.
◆이젠 엄연한 우리 세상 '중저가 브랜드 태평천하'
올해 화장품 업종은 중저가 화장품브랜드가 상승 흐름을 이끌며 아모레퍼시픽 등 대표 종목들의 무릎을 꿇게 했다. 실제 중저가 화장품 '미샤'의 에이블씨엔씨(078520)의 올 초 주가는 2만원대였으나 이달 현재 9만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하유미팩'으로 유명한 제닉(123330)과 코스맥스(044820), 한국콜마(161890)의 주가도 상승폭이 크다.
화장품 관련 종목들은 실적에 따라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콜마는 신규상장 전 기준, Dataguide Pro·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자료제공. |
화장품 업종은 제조원가에 비해 소비자가격이 월등히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브랜드 가치 및 연구개발 능력이 어느 업종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 능력과 국내외 생산시설을 보유한 ODM·OEM업체가 시장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특징 외에도 화장품 업종이 추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양하다.
29일 이하경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저가 화장품 업체들의 2012년, 2013년 평균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은 각각 전년대비 43%, 30%로 전체 화장품 평균 성장률을 크게 아웃퍼폼(시장상승률 대비 초과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은 여전히 고성장 프리미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상당수 전문가들은 브랜드숍, 면세점, 온라인 등 새로운 유통채널 성장세와 실용성에 맞춰 상품을 구매하는 트레이딩 다운(trading-down) 현상에 따라 내년에도 국내 중저가화장품 브랜드숍의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기본 가닥은 살아있다"
화장품 업종의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중저가화장품의 파상공세에 홀연히 맞서며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이달 초 주가 120만원을 넘어선 아모레퍼시픽은 경기방어메리트에 중국 소비증가 수혜까지 겹치며 경쟁상대인 LG생활건강(051900)과 함께 상승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시장은 정부 소비확대 정책과 구매력 증가, 백화점 및 할인점 등 유통채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연평균 12%의 양호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화장품 소비저변 확대에 따라 중저가 브랜드의 등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일 간 영토분쟁으로 일본에 대한 중국 내 악감정이 여전해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수 증가에 따른 면세점 성장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국내 화장품 면세점 매출 성장률은 전년대비 2009년 37%, 2010년 26.5%, 작년 19%로, 올해도 19%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백화점 1049개와 전문점 2619개의 매장을 확보 중인 아모레퍼시픽은 자체 중저가 브랜드 성장과 채널 다각화로 향후 3년간 연평균 35%의 외형 성장과 52%의 영업이익 개선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배은영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3분기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0.2%, 11.1% 늘어난 6862억원과 85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국내외 실적 점진적 회복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상승세를 점치는 전문가가 다수다.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코카콜라, 해태음료를 위시한 음료시장 진출 등 사업 다각화 메리트가 있으며 중저가 화장품브랜드 '더페이스샵'도 건재한 편이다.
이지연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저가 라인의 적극적 대응으로 10% 이상의 이익성장이 지속되고, 해외시장 진출 등 장기성장성이 가시적으로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는 △헤라 △설화수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한율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등이며 LG생활건강은 △오휘 △이자녹스 △라끄베르 △수려한 △보닌 등의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