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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본점영업부 이사 기자  2012.10.29 08: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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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글로벌 금융 및 주식시장의 약세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큰 원인만 짚어보더라도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과 유로존 재정 위기,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 대형 투자은행의 잇따른 신용등급 하향조정 등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답답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실망감이 지속적으로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사 이래 가치를 지닌 모든 자산은 끊임없이 가격이 상승해왔다. 때때로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길게 보면 줄곧 우상향한 것이다. 이 가치를 지표화 할 수 있는 증시가 자산의 미래가치를 현재가격으로 환원하는 기능을 하면서부터 가치상승은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이는 일종의 인플레이션으로 볼수도 있는데 경제의 역사는 곧 인플레이션의 역사로도 볼 수 있다.
 
자산가치 상승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경제주체 간 치열한 경쟁을 야기했다. 인류사에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전쟁은 더 많은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의 극단적인 예다. 결국 이 경쟁의 승자는 노략과 전승 노획물을 부의 축적수단으로 이용했고 패자는 빼앗긴 자산을 다시 만들고 복구하면서 가치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역사는 반복됐다.

수천 년 전 헬레니즘을 통해 서양 정신문명의 원류가 된 그리스의 어이없는 경제적 추락과 대항해시대를 열어젖히며 상업혁명의 주역이 되었던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등 유로존은 다시 패자의 입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들을 구제해 줘야 세계 경제가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트로이카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로부터 강력한 구조조정과 긴축요구를 받고 있는 딱한 상황이다. 총칼만 들지 않았지 살벌한 경제전쟁이다. 이 냉정하고 엄정한 국제 경제 상황은 결국 한 국가의 꾸준한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국가 재정의 균형이며 이는 국력으로 귀결된다는 자각과 교훈을 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재정 역시 글로벌 금융 위기를 헤쳐 나오는 와중에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최근 4년간 재정적자가 그 이전 4년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우려인데 그간 매년 10조 안팎의 재정적자를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이 여의치 못하다 보니 그간 버팀목 역할을 하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축소되고 더 균형 잡힌 국가 재정이 요구되고 있다.
 
사실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 아니라 이미 시작됐다. 따라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치의 상승을 막연하게 기대하기보다는 국가 재정이 튼튼해지기를 먼저 기대하는 것이 맞다. 버블의 폭발과 엄청난 국가부채로 20년 넘게 여전히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일본이 우리의 반면교사다.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본점영업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