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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금융지주 논의, 대선 코앞인데 밑그림만?

대전제에는 공감대…비용 지출 등 세부안 마련 진행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0.26 17: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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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논의가 한층 힘을 얻는 모양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이른바 금융과 산업자본간 분리 즉 금산분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순환출자형식을 통해 제2금융권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한 지주사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따로 중간지주를 설립해 그 아래 금융회사를 두도록 해 지주체제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경우 위법이 되는 모순이 있어 이를 입법으로 해소하려는 취지다.

2008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면 중간금융 지주회사 설립이 담겨 있었지만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바 있다. 근래 대선 정국에서 이 논의가 부활하고 있다.

새누리당 출총제 등과 달리 중간금융지주는 순조로울 듯…안 캠프도 관심

새누리당의 경우 현행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지분한도 문제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의 이슈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왔다.

하지만 이들 논점과는 달리 중간금융지주의 경우 순조롭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당초 지난 여름부터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금산분리 등 경제민주화 관련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이후 거의 그대로 아이디어가 대선 국면에서 공식화의 길을 가게 되는 것으로 주목할 만 하다. 중간금융지주 제도를 도입하는 식으로 금산(금융·산업)분리 방안을 담은 법안은 일명 '경제민주화 4호 법안'으로 불리며 추진된 바 있다.

안철수 캠프에서도 주요 인사인 장하성 교수(고려대)가 관련 발언을 내놓는 등 이슈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중간금융지주 도입은 계열분리명령제 등 강력한 재벌 개혁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경우에 사전적으로 현 재벌시스템의 고리 끊기를 요구하는 방안으로 먼저 논의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는 지적이 있다. 어떤 식으로든 재벌에 메스를 대려면 길목에서 빼놓기 어려운 아이템이기 때문에 안 후보측 진영에서도 이 카드를 완전배제할 가능성은 적다는 풀이다.

결국 당내 이견을 조율하는 와중에 완충지대를 마련하는 용도, 즉 공감대 형성용 카드로 사용되든 다른 정책들의 밑그림을 그리는 전초전으로 사용되든 내부적 사정에 따른 입장차는 있겠으나 어느 진영이든 이른바 '꽃놀이패'로 중간금융지주 문제를 접근할 여지는 높다는 분석이다. 

장점만 상대적으로 부각, 비용 문제 검토 시작 의견도

이런 중간금융지주 논의에는 정치권 뿐만 아니라 기업집단을 관찰, 감시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긍정적 시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25일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은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해 "최근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율이 저조한 상황"이라면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해 지주사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GE 같은 글로벌기업은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를 함께 보유하면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이를 금지하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금융회사를 분리시키지 않고도 지주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장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이점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GE 같은 모범사례가 정착하려면 이것이 중간금융지주의 도입이라는 하드웨어 문제만으로 담보되는 건 아니라는 점은 숙제다.

예를 들어 GE 같은 중간금융지주 시스템이 가장 빛을 발한 경우는 증권사를 인수했다가 철수한 경우(1986~1994년)다. 그런데 이는 순전히 수익성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해 진퇴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중간금융지주가 도입된 경우라도 현재 우리나라 그룹들과 같은 오너 영향력이 강한 의사결정 분위기가 여전히 남는다면 이런 장점을 살리기 어려울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입법화되는 과정에 아무런 지출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가 있다. 중간금융지주 관련 구도가 본격화되면 그룹들이 어떤 식으로든 지배구조를 재배치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GE 사례와 달리 우리 그룹사의 회사들은 상장기업 문제가 있다. 즉 GE그룹은 GE만 상당돼 있을 뿐 아머지는 완전자회사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는 게 기본 골격인데, 우리 기업들의 경우 상장 문제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를 거느리는 지주회사를 만들어 지분을 넘기려면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들 여지가 있다. 만만치 않은 과제지만 반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추진되는 특성이 강한 현 국면상 이런 기업의 출혈에 대한 배려는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이 중간금융지주 도입으로 인한 전환의 범위 강제 등 제반 문제를 현실성 있게 조절해 기업에 제시하려는 점에 선의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과제가 정치인들에게 새로 부과될 전망이다. 즉 디테일을 조율하는 중에 정치적 색깔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중간금융지주에 대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도 바로 여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