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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외환은행 콜센터는 '옛날 안기부 콜센터' 스타일?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0.25 13: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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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미 오래 전 이야기지만, 과거에는 정보기관에서 사람을 연행하면 주변에선 그야말로 답답함의 극치를 경험하던 때가 있었답니다. 끌려가는 건 누가 봤다고는 하는데…'남산'으로 바로 간 건지, 어디 '안가'로 간 건지, 아니 그 기관에 연행된 자체는 맞는지 그것만이라도 확실히 알고 싶은데, 답답하게 있다가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것이지요. 막상 소재를 알아내도 가족 면회나 변호사 접견을 간다고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중부경찰서'나 '주자파출소' 이런 데로 데리고 나오면 거기서나 눈치와 감시 속에 보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그때 혹시 안기부에 콜센터가 있었다고 해도 "그 부서 일은 저희 같은 말단한테는 도통 알려주지를 않아서", "저희도 이제서야 알아보니 그런 일을 하는 팀이 있다고는 하는데, 고객님이 찾는 분이 여기에 계신지는 저희도 잘…", "좀 더 기다려 보시면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거에요" 그런 답들을 앵무새처럼 되풀이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그런 콜센터나마 있었다면 좀 덜 답답하고 고마웠을까요, 아니면 불신과 불만만 더 증폭됐을까요?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 보는 건 최근 별 것도 아닌 정보를 꼭꼭 숨기는(그러다 모순과 오류가 들통나기도 하는) 어느 은행을 위해 일하는 콜센터 직원의 고생담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옛날 안기부에 콜센터가 있었다면 저렇게 황당하고 자존심 상하는 상황에서, 전면에서 거친 항의는 모두 대신 들으며 일을 했을까 싶은 거지요.

"고객님, 그 단계의 정보는 저희 상담원선에서는 볼 수가 없어서, 아마 이전에 통화하신 상담원들이 답변을 제대로 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몇 단계 거쳐서 알아봐서 설명드리는 거에요"

외환은행(004940·은행장 윤용로)은 카드사를 따로 분사시키지 않고 은행 내에서 카드 업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은행 업무 관련/카드 업무 관련 고객센터(콜센터) 번호도 따로 두고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원래 (감히 저희가) 알아볼 수 없는 내용인데, 정말 어렵게…'라는 식의 '고군분투' 상담을 하고 있는 곳은 카드 관련 콜센터입니다.

카드 상품에 개인이 원하는 사진을 입힐 수 있는 '마이캔버스' 카드를 신청한 A씨. 현재 각 카드사(혹은 은행계 카드)들은 자사에 카드 신청을 한 고객들에게 카드를 신청해서 승인 검토 중인지, 배송에 들어갔는지 과정을 홈페이지로 혹은 전화로 알아볼 수 있는 걸 다들 아실 겁니다. 외환 홈페이지에 로그인 후 진행 프로세스를 확인하려고 하는 A씨.

하지만 전산 오류로 A씨는 홈페이지 한쪽에서는 "신청된 카드가 없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심사 중인 카드가 있어서 다른 카드를 신청할 수 없다"는 상반된 안내를 받게 됩니다.

만약에 접수가 제대로 안 됐고, 그러니 진행 프로세스를 보여줄 게 없는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카드 신청을 다시 해야 되고 또 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A씨는 막상 재신청을 해 보려 하면 "심사 중인 상품이 있으니 지금 상황에 또 신청을 할 수 없다"며 거절당하는 '모순'을 만난 겁니다.

'신청이 되지도 않은 카드를 정성껏 신청 심사 중이니 기다리라는 외환은행'.
   
 
   
외환은행 카드 신청 고객 A씨는 카드신청이 정상적으로 개시된 것도 아닌, 그렇다고 접수가 되지 않아 다른 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닌 상황에 직면했다. 콜센터 직원에 따르면 이는 프리디자인 카드의 특별한 사진 심사 과정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생각된다. 콜센터 직원으로서도 어떤 단계인지 알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왜 이런 앞뒤가 안 맞는 오류가 나는 건지 콜센터에 문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틀에 걸쳐 3명의 상담원과 이야기를 해도 전산 기록을 봐도 신청접수된 카드가 없다(더 이상은 모르겠다)는 신통찮은 답만 돌아왔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몰린 A씨만 답답해지는데, '오류 코드'를 일부러 불러줘도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강하게 항의를 하자 그제서야 관계부서에 알아보고 답을 주겠다는 콜센터 상담직원. 이 직원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마이캔버스 카드의 경우 고객이 사용을 원하는 사진이 저작권 문제 등이 없는지 심사를 따로 한 단계 더 해야 한다고 한다"

그 다음 내용이 가관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들어가 있게 되면 저희 상담원들로선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이 경우도 전산오류가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알고리즘 오류 같은 것으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IT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자연스러운 프로세스 공개에서 뭔가 비밀을 만들다 보니 생기는 전산오류인 셈이죠.

사진의 저작권/초상권 침해 여부를 심사하는 일은 대단히 기밀을 다루거나 비밀리에 처리할 것을 요하는 일도 아닌데, 고객이나 콜센터의 눈에서 완전히 벗어난 뭔가 모호한 영역을 구축하고 오류 아닌 오류를 방치하고 있다니 상식엔 좀 벗어나 보이긴 합니다.

그저 상품 특성상 특수한 단계가 하나 더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는 해도 '검토 중' 이렇게 알려주면 고객 입장에선 간단할 일입니다. 상담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단이든 아웃소싱을 하는 외부 식구든 뭐든 간에 외환은행과 카드를 대표해서 질문을 받고 답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까맣게 모르는 영역이 있고 그런 맹점이 있는지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면 문제입니다. 아주 세부적이고 고급, 혹은 전문적인 내용까지는 아니어도 윤곽 파악은 할 수 있어야 A씨 같은 사람으로부터 문의가 들어오면 답을 하지요. 

   
 
질문은 다시 원점인 "그래서 접수가 된 거냐, 안 된 거냐"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데 상담원도 다시 답답하고 난감해지는지 "다시 알아보고 연락해도 되느냐"고 합니다. 시간은 또 흘러 다음날, 그러니까 문제가 처음 불거진지 사흘째야 되어서야 A씨는 "오늘까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모호한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구요.

그래도 A씨는 말합니다. "신비주의 고수하는 회사 콜센터에서 일하느라 참 고생이 많다"고요. 아울러 A씨는 언젠가 밝은(?) 세상이 오면 세번째 상담원 ***씨와의 통화기록을 토대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중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외환은행/외환카드 콜센터 직원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