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드라고 예술하면 안되나'라는 광고카피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입맛에 맞는 카드디자인 선택권이 부여됐다. 지난 2006년도에 출시된 외환은행 '프리디자인카드'는 소비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로 카드의 디자인마저도 선택할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상품은 기존에 발급된 카드 중 일부 상품에 디자인 선택권을 소비자가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발급하고자 하는 카드의 종류를 선택한 뒤, 표면에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입히는 절차를 허용한다.
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눈길을 모았던 이 프리디자인카드는 업그레이드가 안 되며 뒤쳐지기 시작해 현재는 각종 외환은행 전산망의 각종 오류를 모두 보여주는 문제 사례로 방치돼 있다.
외환은행 카드 홈페이지(www.yescard.co.kr 혹은 card.keb.co.kr)으로 접속한 다음, 신원을 확인하고 개인정보를 입력한 다음(경제력 등 확인에 필요한 소득, 직업 등 지표), 카드스킨홈페이지(www.cardskin.com)를 통해 그림을 자유로 업로드해 최종 카드 발급절차를 가지게 된다.
몇 가지 정보입력절차를 거치고 나면 바로 이미지 편집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본 구조지만 막상 적용을 해본 결과 '총체적 난국' 수준이어서 실제 가입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공인인증서 확인 절차부터 각종 에러 반복
우선 여러 단계마다 반복해서 뜨는 에러와 오류 창으로 꽤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했다.
먼저 프라디자인카드 발급 절차를 시작해 카드신청하기를 클릭 후 본인 확인을 위한 공인인증서에서부터 에러는 시작됐다. 이 신원 확인은 사실상 첫 단계다. 올바른 기입에도 불구하고 많게는 4~5번까지 '고객님께서 사용하진 인증서는 외환은행에 이용 등록되지 않은 인증서입니다'라는 내용의 에러창이 등장했다.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확인 절차에서 이용 등록되지 않은 인증서라는 에러창이 반복되고 있다. |
이전에 가입한 다른 외환은행 카드의 정보를 열람할 때에는 아무 문제없이 작동했던 공인인증서이며, 다른 카드 상품의 온라인 가입을 진행하는 경우 인증서 사용에 전혀 지장이 없다. 더욱이, 여러 차례 반복을 해 보면 위와 같은 에러가 날 때도 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는 등 속칭 '랜덤'으로 에러가 난다는 점에서 외환은행 홈페이지의 이 프리디자인 부문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간신히 본인확인을 끝낸 후 본격적인 카드신청절차에 들어서서 이미지를 올리고 결제계좌를 선택하는 데서도 문제는 뒤따랐다.
오랜 인내의 시간 후에 카드 디자인 설정에 다다랐다. 여기서 원하던 사진이 세로로 긴 경우에는 과감히 포기하거나, 회전시켜 끼워 맞춰야 하는 타율적 선택이 가해진다. 그 외에는 에러창이 뜨지 않는 순조로운 절차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다음, 외환통장의 결제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타행 변경 시 결제방법은 일괄만 가능합니다'라는 에러메시지가 반복해서 나타나 결국 가입에 실패했다.
결제계좌를 선택하는데 있어 외환은행계좌를 택하고 있다. |
외환은행계좌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타행변경시라는 문구의 에러창이 반복 등장하고 있다. |
문제는 타행을 선택한 것도 아닐 뿐더러, 결제방식에서 일괄이 아닌 방법을 택한 적도 없다는 데 있다. 전혀 엉뚱한 전산오류 코드가 보여지는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하기 어렵다.
이 같은 경우에는 바로 전단계로 돌아갈 수도 없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객 이탈을 불러올 여지가 큰 대목이다.
◆두번째 가입 시도 고객은 '전산망 속 미아' 전락
온라인 가입에 이처럼 여러 에러가 나타남에 따라, 사용 기계(PC, 노트북) 사양이나 개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또다른 고객의 가입 사례를 살펴 봤다.
두번째 고객은 여러 문제 끝에 가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나타났다. 온라인망에서 카드 접수와 심사 등 단계를 조회할 수 있는 기능을 여러 카드사에서는 현재 제공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막상 이 프리디자인카드의 접수 집행 과정을 확인하려 정보를 조회하자 '신청된 카드가 없습니다'라고 나온다.
문제는, 이 고객이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으려 다시 절차를 진행할 경우 이번에는 '심사 중인 카드가 있다'고 상반된 안내가 뜨는 모순점이 나타난다는 데 있다.
프리디자인카드의 접수 진행 확인과정에서 신청기록이 없다는 에러문구가 뜨고 있다. |
반복되는 에러창과 콜센터의 모호한 답변에 새로운 카드발급을 시도했으나 심사 중이라는 위사진과는 상반된 안내의 에러창이 뜨고 있다. |
이에 대해 외환은행 콜센터에서는 "프리디자인카드의 경우 사진 저작권에 대한 심사 등 다른 과정이 있어서 온라인에서 고객이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도 넓게 보면 심사 중이고 어떤 형태로든 심사 과정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중에 블랙홀 같은 영역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카드 디자인을 입히는데 있어 샘플로 나와 있는 카드의 연도는 08로 돼있어 전산망의 관리가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문제는 여러 가지다. 이렇게 소비자의 개인적 취향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와 굳이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절차가 제시돼 있는 점에서 여러 카드사들이 셀프디자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외환은행만 선두주자에서 뒤쳐지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카드의 '셀디카드'는 현재 여러 번 업그레이드를 해 기프트카드 등 버전이 다양화되고 있다. 셀디카드 발행 수만 5만장을 헤아리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외환은행에서는 이런 각종 오류로 추가로 가입이 어렵고 해당 은행에서도 "커플 등 제한된 수요만 있다"며 소극적 태도로 이 상품을 바라보고 있다.
두번째 문제는 이런 오류 상품 사례가 외환은행에서 주장하는 하나은행과의 IT통합 반대 목소리의 명분을 상쇄한다는 점이다. 외환은행에서는 하나금융에 인수될 당시 설정해 놓은 독립체제 유지 등의 5가지 원칙을 내세우며 전산망통합을 열렬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탄탄한 전산망의 설립이 아닌 방치된 전산망으로 소비자의 인내를 요구하고 있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