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경 기자 기자 2012.10.24 15:30:10
[프라임경제] 국내 18세 이상 여성 3명중 1명(34.2%)은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이하 HPV)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2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국내 HPV 감염실태와 관련 질환, 인식도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2006~2011년까지 우리나라 18~79세 여성 6만755명을 대상으로 HPV 감염실태 논문 분석 결과, 조사대상의 34.2%(2만787명)가 HPV에 감염돼있었다.
◆HPV, 성관계 시작 젊은여성 감염률 높아
HPV는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나 항문 주변 피부에 기생하며, 감기처럼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다. 전염도 이뤄지며 99%가 성접촉(성관계)을 통해 전염된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연령별 HPV 감염률은 18~29세가 49.9%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어 30~39세는 36%, 40~49세는 30.7%로 점차 감소했다. 그러나 50~59세에서 32.2%로 소폭 상승해 70~79세에는 36.6%까지 감염률이 증가했다.
HPV 감염의 99%는 성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국내 성관계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20대 전후 여성들의 HPV 감염률이 지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이택상 교수는 "HPV 감염이 99% 성관계를 통해 이뤄지는데, 국내 첫 성관계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앞으로 젊은 층에서의 HPV 감염률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위험 HPV, 전세계 여성사망률 2위 '자궁경부암' 유발
한편, 이 같은 HPV에도 100여가지 종류(타입)이 있는데, 이중 16번, 18번, 31번 등 13개 유형(16.7%)은 자궁경부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고위험 HPV 유형이다. 이들 고위험 HPV 유형은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남성의 음경암 등 종양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6번, 11번 등 나머지 종류는 생식기 사마귀 등 질환을 유발하는 저위험 유형이다.
HPV로 인해 여러 질환이 유발되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 중 HPV 16, 18번에 의한 것이 70%를 차지할 정도다.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으로, 전세계 여성 사망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국내 여성들 중 HPV로 인한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14.5건이다. 매년 평균 4300명의 여성들이 HPV로 인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HPV로 인한 자궁경부암은 예방백신 접종으로 7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김찬주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HPV 백신 접종을 통해 HPV가 유발하는 대부분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내 여성들의 HPV 백신 접종률은 9%에 불과하다"며 백신에 대한 낮은 인지도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국가가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어, 백신 접종률이 우리나라와 비교해 훨씬 높다. 미국은 13~17세 HPV 백신 접종률이 53%, 영국은 12~20세 75.4%, 호주는 12~17세에서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주현 대한부인종양학회 회장은 "우리나라도 HPV 백신 접종을 국가 기본 예방접종으로 정한다면,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자궁경부암 등 관련 질환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건상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신, 대한부인종양학회는 HPV 백신접종과 자궁경부암 조기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펼쳐 일반인들의 인식도 제고에 나선다.
10월부터 12월까지 2달간 '제1회 HPV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각 대학병원 지정해 무료건강강좌 개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과 청소년 성교육 및 HPV 교육 실시(협의 중) ▲HPV 관련 교육콘텐츠·소책자 개발·배포 등을 통해 HPV 예방에 대한 올바른 인식 증진을 도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