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는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들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게 해주는데요. 그러나 은행 특유의 냄새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합니다.
가을철 불청객이라고 불리는 '은행 열매'에 대해 잠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은행은 10월에 은행나무에서 열리는 황색 열매로,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살짝 볶아서 먹곤 했는데요. 예부터 은행은 신선로 등 여러 음식에 고명으로 이용했으며 한방에서는 백과(白果)라고 일컬으며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술안주로 때론 약재로 사용돼 온 은행이 최근에는 고약한 냄새로 인해 가을철 불청객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몇 년 전부터는 은행 열매 낙과가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냄새를 꺼리는 주민들로 인해 민원이 끊이지 않다고 합니다.
이에 자치단체는 가을이 되면 구청 직원들을 동원해 은행 열매 채취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애물단지로 전략해 버린 은행 열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단체에서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대구시는 지역 어르신들 일거리 사업으로 은행 열매 수확을 제시해 환영받고 있으며, 창원시는 애초부터 수은행나무만을 골라 심어 열매가 열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는데요.
또한 채취한 열매를 팔아 사회복지 기금으로 사용하는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활용,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창원시는 지역주민들이 땀 흘려 채취한 은행 수익으로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으며 서울시는 경로당을 포함 사회복지시설에 채집한 은행을 기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은행 열매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서울시와 안양시 등의 가로수 일부에서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습니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가로수 은행 열매를 먹어도 될지 고민에 빠졌는데요. 문제는 명확한 식용 기준이 없어 식용가능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먹는 물의 경우에는 중금속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은행나무 열매에 대해서는 이러한 기준이 전혀 없는데요, 이에 몇몇 자치단체는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고약한 냄새가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은행은 약으로 사용될 만큼 여러 효능이 입증되기 했죠. 중금속 오염으로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