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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도돌이표?" 거래소 국감이슈 정리해보니…

'방만경영' 해묵은 이슈 또 다시…대선이슈 밀려 질타는 겨우 모면

정금철 기자 기자  2012.10.22 11: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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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매년 되풀이하듯 지난 18일 개최된 한국거래소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방만 경영' 이슈를 역시나 중점적으로 다뤘다. 다만 지난해에는 중국고섬, 씨모텍 등의 여파로 투자자 보호 관련 이슈가 크게 주목받았지만 이번 국감은 대선이라는 범국가적 이슈가 기반에 깔린 탓인지 인사·경영과 관련한 지적사항이 특히 많았다.

벌써 몇 해째 이어진 재탕 감사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거래소 나름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 별 다른 개선세를 느끼지 못한 의원들에 의해 국감이라는 도마 위에 오른 만큼 비판의 강도는 이전과 동일했다.

하지만 대선 이슈에 밀려 이전에 비해 큰 화제가 되지 못했고 자료검토 및 제출에서부터 거래소와 의원들이 얼굴을 붉히는 등 양측 모두 성실하지 못한 태도로 국감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변하지 않는 사람 문제, 특히 인사 이슈는 고질병

이번 국감에서도 한국거래소의 고질적인 문제로 가장 많이 거론된 사항은 인사문제였다. 거래소의 모피아(재정경제부 이니셜인 'MOFE'와 마피아 'MAFIA'의 합성어로 관료 출신의 기관 장악을 빗댄 말) 인사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정 증권사 출신들의 '자리 차지'도 이어져 봐주기 논란도 이어졌다.

거래소가 지난 18일 정호준 의원(민주통합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임명된 임원 15명 중 13명은 정부 부처나 외부에서 임명됐으며 이 가운데 '모피아' 출신은 9명이었다.

김성배 상임감사는 재정부 외환제도과장, 김도형 시장감시본부장은 조세정책국장, 김진규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 이호철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산업정책 과장 출신으로 임원 7명 중 4명이 재정경제부 출신이었다.

또한  2006년 이후 선임된 비상임이사 네 명 모두 삼성선물 사장이 주주대표 자격으로 이 자리에 오르는 등 6년째 삼성선물 독식이 두드러졌고 김봉수 이사장의 전 직장(키움증권) 인물도 두 명이나 이 자리에서 활동 중인 만큼 임원임명에 대한 공정성 시비도 계속됐다.

이와 관련 김기식 의원(민주통합당)은 "한국거래소 이사회는 독립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정도의 구성"이라며 날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2009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거래소 임직원 368명이 257억원가량의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돼 거래소 직원의 주식거래를 전면금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거래를 한 직원 중 209명은 시장감시본부, 유가증권본부, 코스닥본부, 파생상품본부, 감사실 직원 등 기업 내부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부서여서 이 같은 지적에 무게가 실렸다.

이날에는 또 한국거래소가 장애인 고용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0년부터 맞춰온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이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던 것으로 조사된 것. 거래소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장애인 의무고용률 3%를 적용, 장애인 25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정규직은 3명뿐이었다.

아울러 거래소의 높은 임금수준도 다시 거론됐다. 거래소의 올해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1453만원으로 공공기관 평균 5887만원의 두 배 수준이었으며 작년에 이어 국내 268개 공공기관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거래소 이사장 연봉은 2억6500만원, 본부장은 2억2100만원, 상임감사는 1억8600만원이었다.

◆'여기저기 빈틈' 얽히고설킨 자금문제도 여전

18일 김용태(새누리당) 의원은 "한국거래소가 쌓은 내부 유보금 1조6000억원은 독점적 지위를 통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정한 덕에 이 정도의 내부 유보금을 쌓게 됐다는 것.

김봉수 이사장은 "현재 거래소 수수료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사내 유보금도 해외 경쟁 거래소보다 낮다"고 해명했지만 "수수료는 국민들의 돈이기 때문에 낮춰야 한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더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또한 이날 노회찬 의원(새진보정당추진회의)은 "부산데이터센터 파생상품주문접속장치(라우터)로 지난달 이후 일평균 72명의 투자자가 주문을 접수했다"며 "부산 라우터는 소수 외국인 투기세력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한 격"이라고 역설했다.

부산라우터 가동초기 비용 22억원, 부산데이터센터 1년 유지비용 65억원으로, 부산라우터를 통해 접수되는 호가주문 97%가량이 외국인인 점을 감안하면 70명 남짓의 외국인투자자에게 더 나은 투자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1년에 70억원 가까운 돈을 쓴 셈이다.

더불어 조원진 의원(새누리당)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거래소는 법무법인 부산과 고문 계약을 맺어 매달 55만원, 모두 3000만원가량의 수임료를 냈지만 거래소가 부산에 맡긴 사건이나, 질의사항은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부산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과거 대표를 역임했던 곳으로 2005년부터 4년간 거래소가 권력과 연계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봉수 이사장은 "부산뿐 아니라 몇몇 법무법인과 계약을 맺고 매월 30만~50만원의 수임료를 낸다"며 "당시 질의나 수임할 것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기업 자금조달과 관련, 거래소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채찍질도 있었다. 같은 날 성완종 의원(선진통일당)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6조원에서 올해 8월말 111조2000억원, 유가증권시장은 같은 기간 1041조9000억원에서 1097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기업 직접 금융조달 실적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계 1조170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6조8185억원에 비해 되려 5조6478억원(82.8%) 급감했으며 같은 기간 건수도 92건에서 47건으로 절반 정도 줄었다.

성 의원은 "코스닥 시가총액은 늘어나는 반면 IPO(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한 기업 자금조달 실적은 미진하다"며 "(거래소는) 적극적으로 기업 자금조달 지원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불성실·불투명한 시장거래  

김영주 의원(민주통합당)은 "거래소가 선물·옵션 거래수수료로 지난해 1500억원을 벌었지만 거래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한 번도 투자자별 손익자료를 내놓지 않았다"며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 부문 계산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선물 및 옵션거래 활동계좌수는 작년 말 기준 각각 5950개, 2만3797개며 거래소의 관련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1500억원 등 올 6월 누계기준 1조3000억원이다.

이에 김 의원은 "선물·옵션거래는 거래소엔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만 개인에게는 무덤"이라며 개인투자자 보호대책을 요구했으나 거래소는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고 다른 나라도 투자주체별 손익수치를 발표하지 않는다"며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불성실공시 증가세에도 공시위반제재금은 평균 800만원 정도에 불과,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질타도 있었다. 강기정 의원(민주통합당)이 밝힌 2009년 이후 코스피 불성실공시는 491건이었으나 제재금 부과건수는 169건에 그쳤다. 

대우부품이 1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원양자원과 금호타이어는 각각 800만원, 400만원이었다. SK텔레콤, SK가스, SK C&C는 고작 300만원 정도였다.

강 의원은 이와 관련 "작년 불성실공시건수는 2010년 110건보다 40% 늘어난 154건"이라며 "거래소의 형식적인 제재금 부과에 (이 제도는) 불성실공시 억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테마주와 관련한 지적 역시 빠지지 않았다. 이상직 의원(민주통합당)은 18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관련 테마주 중 대유신소재의 박영우 회장 등이 불공정거래를 자행했는데 이상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또한 "박 후보의 조카 한유진 씨와 조카사위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이 지난해 적자에도, 결산공시 발표 전 주식을 대량 매각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며 "이와 유사한 사례던 신우, 아티스는 고발조치를 당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금융감독원 국감 증인 채택에도 불구, 골프장 탐방과 해외공장 시찰 등을 이유로 불출석한 박영우 회장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대하는 금감원의 이중적인 태도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안렙의 주가폭등에 딴죽을 걸었다. 박민식 의원(새누리당)은 "1년 전 1만8000원이던 안렙의 주가는 10배로 폭등했고 가장 큰 이익을 본 사람은 대주주인 안철수 후보"라며 거래소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