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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엔 도쿄처럼 '작은 집' 대세

소형 품귀 중대형 미분양 속출, 향후 5년 중대형 주택 감소

박지영 기자 기자  2012.10.22 08: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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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큰 집'을 산 사람은 앞으로 땅을 치며 후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1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가구 구조 변화에 따른 주거 규모 축소 가능성 진단'이라는 긴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연구소 측이 발표한 A4용지 24쪽 분량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향후 5년 한국 주택시장을 미리 내다봤다.

'소→중·대형 주택 갈아타기' 공식이 곧 깨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기존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원룸 비슷한 곳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뒤 아이를 낳으면 방 두세 칸짜리로, 아이가 자라면 더 큰 곳으로 옮기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 전형적인 공식이 향후 5년 안에 확 바뀔 것이란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주택시장 변화의 주된 요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꼽았다. 연구소에 따르면 1990년대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던 4인 가구수는 2000년대 접어 꾸준히 줄어들더니 급기야 2010년 이후엔 1~3인 가구 모두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KB경영연구소 기경묵 책임연구원은 "4인 가구수는 2012년부터 3인 가구보다도 적은 것으로 추계됐다"며 "앞으로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큰 집' 샀다면 땅 칠 일만 남았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1990년대 일본 가구구조 추세와 유사한 모습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1인 가구가 4인 가구보다 많아지면서 전체 가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후 1~2인 가구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4인 이상 가구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연구소 측은 일본에서 불고 있는 '주거 다운사이징' 바람이 국내로 옮겨 붙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주거 다운사이징이란, 1인 가구수 증가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중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을 말한다. 여기에 미혼·무자녀·이혼 가구수 증가도 주거 다운사이징 현상을 앞당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평이다. 

   
(좌) 주: 2010년 가구수 추계자료 기준, 자료: 통계청 / (우) 주: 2010년 인구조사 기준, 자료: 일본 총무성 통계국
즉, 가족 수가 줄어 굳이 '넓은 집'을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 '소→중·대형 주택 갈아타기' 공식을 깬 가장 큰 이유라는 얘기다. 실제 최근 5년간 3인 이하 가구는 203만 가구 증가한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62만 가구 감소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꾸준히 이어진다는 데 있다. 통계청 가구추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중소형 주택 수요층인 3인 이하 가구수는 187만 가구 늘어나는 데 반해 중대형 주택 수요층인 4인 이상 가구는 약 64만 가구 감소할 예정이다.

여기에 오랜 부동산 경기침체도 '소→중·대형 주택 갈아타기' 공식을 깨는 데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아파트 값이 오르리라는 믿음이 옅어지면서 수요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평균 주거면적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2005년 이후 그 폭이 크게 줄었다. 수도권 평균 주거면적은 2005~2010년 중 고작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록 비수도권 지역서 평균 주거면적이 4.7% 증가하긴 했지만 이는 이전 10년 증가율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일본 수도권인 도쿄도에서 먼저 나타났다. 국내 수도권 평균 주택면적은 2010년 기준 64.4㎡(약 20평형)로, 이는 2008년 도쿄도 63.9㎡와 엇비슷한 모습이다. 일본은 이미 1950년대부터 신축주택 면적이 꾸준히 감소했으며, 2008년부터는 도쿄도를 비롯한 전체지역 면적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주: 1985~2010년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특성 변화, 자료: 통계개발원
주거면적 증가율이 둔화된 데는 주택시장 침체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IMF 구제금융시기가 포함된 1995~2000년과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5~2010년 주거면적 증가율은 그 외 시기보다 현저히 낮다. 특히 최근 수도권의 경우 주택가격 침체와 겹쳐 그 증가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중소형 주택 월세시장 커진다

소형주택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중·대형 주택의 몰락을 앞당겼다. 2007년 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소형 주택가격 상승률은 대형 주택가격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소형주택 가격 상승률이 대형주택 가격 상승률보다 높은 기간이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진 않았다.

이러한 탓에 중소형주택 월세시장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1~2인 가구수가 증가하면서 월세시장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추산이다. 인구 고령화와 주택 소형화 현상을 먼저 경험한 일본사례에 비춰 봐도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점차 소형주택 위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소 측 주장이다.

이어 연구소 측은 향후 5년간 102㎡(약 31평형) 초과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수가 10만 가구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용면적 기준 60㎡(약 18평형)미만, 60~102㎡미만 거주 가구수는 각각 75만(61%), 38만(3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 현재 국내 가구 중 전용면적 60㎡미만, 60~102㎡미만, 102㎡ 초과 면적에 거주하는 비율은 각각 41%, 49%, 10%다.

기 책임연구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1~2인 가구들의 월세 비중이 높아 이들의 영향으로 월세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임대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일례로 기 책임연구원은 일본 임대관리회사 역할이 토지주와 공동으로 하는 주택건설부터 임대차 및 주택관리까지 종합적으로 서비스한 성장사례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