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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점 수수료 인상' 카드사들, 제대로 협상해야

이지숙 기자 기자  2012.10.17 17: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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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연말부터 시행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두고 다시 카드업계가 시끄럽다.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인상을 앞두고 '갑'과의 쉽지 않은 싸움에서 카드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따라 카드사들은 올 연말까지 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 수수료체계가 개편되며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사 수익이 8739억원에 달하는 만큼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인상에 대해 카드사들은 '물러날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형가맹점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저렴한 카드수수료와 더불어 다양한 혜택을 받아온 대형가맹점의 입장에서 갑작스런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지출이 달가울 리 없다. 이들은 수수료인상에 대해 아직 어떤 입장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지만 협상엔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비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에서다. 여전법 시행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종필드골프클럽 외에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은 찾아보기 힘든 까닭이기도 하다.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거론됐던 코스트코 또한 보도된 것과 달리 아직까지 수수료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이 끝나지 않았고, 협상 또한 진행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업계 내부적으로는 ''배신자가 나오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각 카드사들이 소신을 갖고 대형가맹점과 수수료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수수료인상을 요구하는 카드사들만 가맹점 계약에서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6월 신한·삼성·외환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세종필드골프클럽과 1.5% 수준에서 카드수수료 계약을 맺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수수료를 낮춰주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겠다는 골프장의 버티기에 백기를 든 것이다.

여전법 시행 전인 만큼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지만 '을'의 입장에서 경쟁체제에서 밀리지 않으려 대형가맹점의 요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카드사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금융당국이 양쪽의 계약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인 만큼 결국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협상전략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나 이 또한 감시감독의 역할일 뿐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여전법 시행까지 남은 두 달간 카드사들에겐 현명한 협상전략과 수수료인상에 대한 소신이 요구된다. 대형가맹점과 협상에 있어 '여전법'이라는 협상카드가 생긴 만큼 지금까지 끌려 다닌 '을'의 모습을 버리고 배짱을 갖춘 협상대상자의 입장에서 수수료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할 것이다.

   
 
모든 카드사들이 개편된 가맹점수수료 체계를 지킨다면 카드사들 또한 승산은 있다. 카드 사용이 일반화한 지금 대형가맹점들도 소비자의 편의를 무시하고 카드를 받지 않는 강수를 두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임이 자명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가맹점수수료체계 개편은 모두 무너지고 만다. 카드업계의 공존을 위한 카드업계의 '현명한 협상전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