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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우리은행 사랑나누미, 시작은 창대했는데…

임혜현·이종희 기자 기자  2012.10.16 16: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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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은행(053000·은행장 이순우)이 지난 봄부터 판매하고 있는 '우리사랑나누미(美)' 금융상품 세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상품군은 후원 종교단체 혹은 공익단체에 이자 기부가 가능한 '우리사랑나누미통장'(개인용)과 이자 내지 만기시 원금 전부 혹은 일부를 기부할 수 있는 '우리사랑나누미적금','우리사랑나누미정기예금' 등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

기부할 곳을 지정하면 은행측에서는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고, 이를 지정 기부처에 전달하게 되는데요.

신용카드 중에도 나누미카드가 등장해서 사용액 중 일정 비율로 캐시백을 받는 형식으로 기부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부금 집금과 관리가 가능한 종교단체 전용 '우리사랑나누미통장'(단체용)도 있습니다.

지난 3월19일 출시된 이래 이달 2일 기준 이 상품 세트는 △우리사랑나누미 정기예금: 805좌, 90억 △우리사랑나누미 적금 : 4858좌, 27억 △우리사랑나누미 통장(개인) : 8만7867좌, 809억 △우리사랑나누미 통장(단체용) : 3100좌 146억(가입단체수 : 2582개) 등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데요.
   
사진은 우리은행 사랑나누미적금 온라인 가입 장면. 적금의 경우 만기 후 이자나 원금을 자신이 원하는 공익단체에 기부할 수 있으며 그 폭도 세부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우선 2500여개의 단체가 가입된 만큼 향후 성장세가 일정 부분 둔화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2500여개 단체에서 3100좌가 나올 수 있는 것은 기부금을 받는 계좌를 '등록'하면 여러 개 둘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은행에서 A라는 단체에 이 계좌를 하나 열도록 유치했다고 해서 타은행 계좌를 하나 더 뺏어오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지요(은행간에 종종 벌어지는 시금고나 도금고 유치전과는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우리사랑나누미 통장의 개인당 예금액을 계산해 보면, 1인당 92만9000원 가량을 저금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체쪽에서는 1계좌당 470만9000원 가량을 모은 셈입니다. 

그런데 이 상품은 우대이율면에서 100만원 이하는 연 2.0%, 100만원을 넘는 액수는 연 1.0%(즉 150만원의 경우 100만원까지는 2.0%, 초과분 50만원은 1.0% 적용)하는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물론 산술평균적으로 계산한 것이 꼭 실정을 완벽히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지금 계산값으로 보면 최고의 우대조건을 적용받는 딱 그만큼에 머물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치액이 더 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기획재정부의 지정기부금단체는 2일 기준 2366개, 여기에 법정기부금단체, 종교단체 등을 감안해 숫자를 생각해 보면 일단 단체쪽에는 대부분 '개척'이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단체의 경우, 순전히 백지 상태에서 이렇게 성과를 올린 것은 아닙니다. 일선부서 설명에 따르면 단체용 통장은 꼭 새로 만들 필요는 없고 기존 우리은행 계좌를 전환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저 단체용 통장 규모 중에서 상당수는 이미 이전에 있던 우리은행 계좌였다는 말인데요.

즉 앞으로 단체 계좌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에 봉착했고, 단체들의 호응이 더 나올 가능성에 기대기 보다는, 기부를 하려는 개인용 계좌 유치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한편 우리은행은 과거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시절부터 각종 공익기부금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들을 운영해 왔는데요. 이들 상품은 한빛은행 통합 이후인 2001년 연말 대거 판매를 중단합니다.

96년경 등장해 지정기부처에 세후이자 중 일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던 21세기한마음통장 등 총 7개 상품이 이때 대거 퇴장을 했는데, 추가로 들어오는 고객이 줄어드는 현실과 기존 계좌들의 관리비와 출연금부담도 만만치 않은 점이 판매 중단 사유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사를 통해 세후이자 중 일부를 은행 부담으로 기부하도록 내 주는 경우에도 부담이 만만찮다는 결론의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됐습니다. 이런 과거의 경험을 살려 이번 사랑나누미 상품들이 초반에만 반짝하고 방치되는 애물단지 계좌들이 될지, 5년 후에도 인기리에 판매되는 상품군이 될지 주목됩니다. 일단 시작은 활기차게 한 만큼, 외양은 화려해 보였다가 용두사미가 되기 보다는 시작은 미약해도 끝이 창대한 상품이 되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