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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피도 눈물도 없는 '박근혜 문제주'

정수장학회, MBC, 대성그룹…투자논리로만 보기엔 껄끄럽다

이수영 기자 기자  2012.10.15 16: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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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8대 대통령선거를 두 달여 앞둔 10월 중순. 상장 가능성이 불거진 문화방송(MBC)과 대성그룹 관련주의 공통점이 불현듯 스쳤다. 불과 1주일 사이 박근혜 테마주 가운데서도 '문제주(株)'로 급부상한 그들이다. 또 주식투자라는 시장 논리로만 접근하기에는 어딘지 껄끄러운 테마주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있어 MBC 민영화는 과거사에 얽힌 족쇄가 될 수 있다. 최근 대성그룹 관련주의 이상급등은 현재 캠프 인선의 핵심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른 정수장학회의 MBC 보유 지분 매각설부터 들여다보자. 현재 정수장학회는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쥐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장학회 측은 최근 MBC 임원진과 만나 MBC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15일 새벽부터 주요 증권사를 중심으로 MBC 상장 이슈가 얼마나 시장에 긍정적인지를 논하는 보고서가 쏟아졌다. 14년 전 민영방송사인 SBS가 상장할 당시 미디어 업종은 물론 시장에 몰고 온 훈풍이 재현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들이다.

물론 수치상으로도 MBC의 상장 및 민영화는 SBS 때와 '사이즈'부터 다르다. 지난해 말 기준 MBC의 순자산은 1조9200억원.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적게는 2조9000억원, 많게는 4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SBS와 SBS미디어홀딩스, SBS콘텐츠허브 등 3개 그룹사의 시가총액을 몽땅 합쳐도 2조1000억원대에 그친다. '케이블 공룡'으로 불리는 CJ E&M의 시가총액은 1조2000억원. 지난해에만 120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며 지상파 '넘버1' 자리를 꿰찬 MBC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의 바람대로 MBC가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미디어 업종 뿐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 활기를 북돋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무 제약 없이 이를 받아들이기엔 MBC의 지분 30%를 쥔 정수장학회의 원죄가 너무 크지 않은가.

알려진대로 정수장학회의 전신은 1958년 부산지역 기업가인 고 김지태 전 의원이 설립한 부일장학회다. 김 전 의원은 부산 요지의 땅과 부산문화방송 및 문화방송 지분 100%를 가진 재력가였다. 그러나 5·16군사정변으로 박정희 정권이 수립된 이후 김 전 의원은 부정축재처리법 위반과 해외재산도피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이 과정에서 부일장학회를 비롯한 재산 대부분을 국가에 '헌납'했다. 주인이 바뀐 부일장학회는 이후 '5·16장학회'로 명칭이 바뀌었고 훗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MBC의 상장이슈가 껄끄러운 이유는 주요주주인 정수장학회의 주인이 누구인지 여전히 아리송한 탓이다. 2007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2010년 12월 폐지)가 "부일장학회의 불법 강탈을 인정하고 장학회를 원 소유주인 김지태씨 유족에게 사과 및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음에도 법원이 시효경과를 이유로 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당시 정권의 강압으로 재산이 넘어간 점은 인정했다.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 측은 당시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장학회 헌납은 김지태씨의 자발적인 결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 발 더 나아가 "박근혜 후보와 정수장학회는 전혀 무관하다"는 게 여당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2005년까지 10여년 간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했으며 매년 2억5000만원 상당의 연봉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최필립 현 이사장은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실세다. "나와는 무관하다"는 박 후보의 입장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기에 최근 새롭게 '박근혜 문제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대성그룹주다. 박 후보가 대선캠프 인선을 발효하면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15일 오후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달리고 있는 '핫(hot)'한 종목들이다.

준명품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은 MCM을 인수해 국산화한 김 회장은 자수성가한 여장부(女丈夫)로 알려진 동시에 중견그룹사인 대성그룹 고 김수근 명예회장의 3녀다. 상장사가 없는 성주그룹 대신 김 회장의 오빠 등이 경영하는 대성그룹 계열사 주가가 수직상승한 것이다.

대성산업은 지난 7월 1만5900원대였던 주가가 석 달 만에 2만7000원선에 근접했고 대성홀딩스 역시 불과 넉 달 전 5800원대였던 주가가 현재 1만원대 초에서 거래 중이다. 대성에너지 역시 지난 8월까지 4000원대 초~중반을 오가던 주식 값이 8100원대까지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전형적인 정치 테마주의 흐름이다.

대성그룹 계열주가 '박근혜 문제주'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오너 일가와 지주사 등 대주주가 70% 이상의 지분을 쥔 대성산업의 경우 1일 거래량이 3000~7000주에 불과한 소외주였다. 그러나 지난 11일 하루 동안에만 6만주가 넘는 거래량이 몰렸다. 그야말로 폭주다. 대성홀딩스와 대성에너지 역시 상황은 판박이다.

결정적으로 김성주 회장 남매들은 2001년 선친이 사망한 이후 경영권은 물론 각종 사업권, 하물며 최근에는 회사 명칭을 갖고도 법정공방을 벌이며 치열하게 싸웠다. 김성주 회장 역시 MCM 사업 관리권을 놓고 큰오빠인 김영대 대성합동지주 회장과 대립했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그룹은 장남 김영대 회장의 대성산업 계열과 차남 김영민 회장의 서울도시가스 계열, 3남 김영훈 회장의 대성홀딩스 계열로 찢어진지 오래. 김성주 회장이 박 후보 대선캠프에 입성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하더라도 형제들에게 후광을 비춰 줄지는 미지수다.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문제주에 장밋빛 전망과 묻지마 투심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기록적인 수익률만 낼 수 있다면 씁쓸한 과거사도, 볼썽사나운 형제 간 이전투구도 안중에 없는 장사꾼 기질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