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성공 전략이 오늘도 반드시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글로벌 경쟁이 가속되면서 제한된 자원과 자사의 역량을 어떤
분야에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지, 우리 기업들에게도 어려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초우량 기업들은 사업에 대한 큰 그림과 더불어 시장 변화를 예견하고 핵심 역량과 아웃소싱을 잘 조화시키면서 적기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일이 초일류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MS나 인텔 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초일류 기업들의 경쟁방식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기업이 초일류 기업인가? 세계 초일류 기업들은 사업의 범위와 신제품 출시의 타이밍을 어떻게 결정하고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위험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를 LG경제연구원의 연구자료를 통해 제시해 본다.
소비자 트렌드와 시장 큰 그림의 조화
*애플과 IBM의 몰락과 화려한 재기
애플의 경우 1980년대 초 역사상 처음으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그림과 창을 통해
컴퓨터의 내용을 간단하게 다룰 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인 매킨토시를 출시하는 혁신적인 사건을 연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애플의 기대와는 크게 달랐다. MS가 뒤늦게 윈도우를 출시했지만 애플을 제치고 PC 시장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MS는 인텔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10% 이하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애플은 PC에서 그래픽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소비 트랜드를 창출하였지만 운영체제(OS)라는 시장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해 초기 3~4년간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독보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에 실패했다.
이는 컴퓨터 제조 시장과 비교하여 운영체제시장을 너무 얕잡아 보고 맥OS의 라이센싱 시장을 무시해 버린 결과다. 만약 애플이 운영 체제 시장을 라이센싱하는 사업 모델을 추진했다면 오늘날 MS에 버금가는 위치에 오를 수도 있었다.
이는 IBM과 윈텔진영의 희비의 쌍곡선 현상에서도 엿 볼 수 있다.
메인 프레임에 이은 PC 시장에서도 하드웨어 세트
시장이 더 클 것으로 오판한 IBM은 운영체제와 CPU 시장을 MS와 인텔에게 넘겼다. 결과적으로 IBM보다 더욱 큰
MS와 인텔의 '윈텔'이라는 초대형 공룡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사업에 대한 큰 그림은 매우 중요하다. 단기간의 소비 트렌드만이 아니라 중장기및
연관 사업과의 큰 그림 아래
5~10년의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사업전략에 반영해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애플과 I BM은 10여년후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화려하게 재기했다. 애플의 경우는 90년대 중반까지 휴대형 A/V 기기의 중심 제품인 CD 플레이어와 워크맨 시장에서 인터넷과 결합된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를 감지하고 MP3 플레이어 사업을 육성했다.
기존의 휴대용 A/V 기기만의 단순한 사업 모델에서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사업과 연관시키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재편한 것이다. 이는 단기간의 소비자 트렌드 변화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보급화와 생활화라는 거대한 메가 트렌드를 기반으로 음반 시장과 A/V 기기의 기술 변화라는 큰 그림을 그려 사업에 적용시켜 성공시킨 것이다.
애플은 80억달러 규모의 휴대용 A/V 기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의 독보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기업 고객의
컴퓨터와 네트워크 관련 토탈 솔루션 서비스 요구라는 트렌드 속에서 거대 시장의 큰 그림을 그린 IBM은 S/W와 서비스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소비자의 트랜드를 큰 그림의 사업 기획에 반영시켜 지속적인 성공을 가능케 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GM과 도전자들
지난 2분기 내내 ‘GM발 금융위기’ 란 단어가 신문에 자주 오르내렸다.
60년이 넘도록 세계 초일류 자동차 기업의
자리에 있던 GM의 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해답은 미리 해결했어야 할 미션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GM의 위기는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 업체를 인수·합병하면서 발생한 정체성 혼선에서 부터 종업원에 대한 과도한 후생복리 제공 등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누적되어 온 비효율적 경영에서 초래된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GM은 유럽과 일본 경쟁 업체들이 주도한 ‘럭셔리 자동차’라는 신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였다. 한마디로 단기간의 소비자 트랜드 변화도 제대로 읽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자동차 산업의 큰 그림도 놓쳐 버린 것이다.
안전과 배기 가스 관련 규제, SUV에의 집착, 새로운 연비 관련 규제, 강력한 국내 경쟁업체인 크라이슬러와 포드와의 과도한 경쟁 등의 문제에 집착해 글로벌 시장 환경의 변화에 너무 늦게 대응했던 것이다.
반면 도전자들인 BMW, 벤츠, 렉서스는 저가형 모델을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고가 제품에 대해서는 핵심 차별 요소를 증폭시킴으로써 세계 자동차 시장을 새롭게 변화시킨 것이다.
시장
선견과 투자위험관리의 균형
최근 들어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 지고 있는 첨단 IT 산업의 핵심적인 성공
요건은
타이밍이다. 스피드 경영이나 적기 시장 진, 기회선점 등은 실제 첨단 IT 시장에서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타이밍을 잘 맞추기 위해서는 시장을 미리 예견하는 ‘시장 예측력과 결단력’이 선결요건 인데 여기에는 ‘위험관리’ 능력이 기본적으로 함께
따라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마치
천칭(Balance)의 관계를 지녀 어느 한 요소가 과도하게 되면 타이밍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첨단산업에서의
타이밍 천칭 효과
예를 들어, 지난 30년
동안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반도체 D램시장 구도의 변화는 이런 타이밍의 천칭효과에 의한 결과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미국
TI, 모토롤라 등 업체들이 반도체 산업에서 철옹성을 구축했지만, 1970년대 후반 후지쓰가 64K 비트 제품을 처음
개발한 것을 기점으로 1980년대에는 일본 업체들이 시장 주도 세력이 되었다.
80년대 미국 반도체 기업은 개별적인 사업 전략 추진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에 한계가 있었으나, 일본 기업들의 경우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입어 장비부터 메모리칩까지 전 분야에 걸친 과감한 투자와 사업추진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기업의 성공은 10년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일본 업체를 경계한 미국의 한국 기업 지원이라는 환경적 요소도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기존의 6인치 공정을 뛰어넘는 8인치 공정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세계 D램시장의 선두가 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위험 관리가 어려운 과감한 투자로 예견되었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하고 1993년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이와 같이 새 기술을 적용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 투입에 따른 위험이 존재하고 기술적 실패의 위험이 공존하기
때문에 먼 미래를 바라보는 시장 예측력과 추진력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들어, 디지털 기술 발달이
가속화되어 핵심 부품이 공용화되면서 전자 제품의 가격이 급락하고 수요자는 급격히 증가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42인치
디지털 TV(PDP)의 경우, 2004년 1월에 비해 2005년 3월 현재 가격이 57% 하락했고, 같은 기간 동안 판매
대수는 120%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수요의 증가와 가격 급락이라는 시장의 이중성이 관련 기업의 투자 결정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 IT
산업의 경우 시장의 규모를 예측하기도 어렵고 예측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가격과 수익성의 변화 또한 예측하기 힘들어 위험 관리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불확정성이 높아지고 투자 규모가 점점 커져서 그 위험이 높아지는 최근의 상황에 초일류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대체로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진다.
전반적인 대세는 M&A나 협력을 통한 위험 분산이다.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장치 사업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일본의 반도체 업체와 디스플레이 모듈 업체가 대표적인 다. STM, TI, 인피니온, 하이닉스 등도
공정 설비 투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동 투자나 파운드리 서비스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다른
대처 형태는 자사의 강점을 기반으로 차별화를 더욱 더 공고히 하고 경쟁사보다
한 발씩 앞서 수익을 독점하는 경우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300mm 공정과
90nm/60nm 공정이 그렇다. 특히 Nand Flash Memory에 대한 설계와 투자는
경쟁업체가 따라 오는 것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그에 따라 수익 또한 사상 최대이다.
CPU 분야의 최강자인 인텔의 대처 방식 또한 유사하다. 언제나 먼저 투자해 시장의 골목을 기다리고 있다. 투자의
위험은 존재하지만 기술과 브랜드의 우위로 과감하게 선점해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리복과
나이키의 희비교차
투자 위험과 시장 선견의 조화는 비단 첨단 IT 업종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아디다스에 M&A된 리복의 내리막길은 대규모 마케팅 투자의 실기에서 시작되었다.
특정 선수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 투자의 중요성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다.
나이키가 거금을 들여 마이클 조던과 피트 샘프래스 같은 거물급 운동 선수들을 후원하며
광고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강화했을 때 리복은
특정 선수에게 천문학적인 후원금을 쏟아 붓는 것은 비합리적인 생각이라며 나이키 따라하기를 꺼려했다.
더구나, 리복은 스포츠화 거대 유통업체인 풋로커와의 성공적인 관계 형성을 위한 투자에도 너무 미진했다. 물론 단독 판매권을 요구하거나 신상품과 샘플을 가장 먼저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풋로커에의 대응이 초기에는 무리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키는 이를 받아들여 시장지배력을 강화하였고 시장 변화에 느리고 투자에 과감하지 못했던 리복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이다.
핵심인력, 조직문화 그리고 아웃소싱
세계의 기업은 현재 ‘인재
전쟁(War of Talent)’을 치르고 있다.
매킨지에서 처음 언급한 이 용어는 2000년 이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용어가 되었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핵심 인재이고 이러한 천재급 인재가 수백, 수만명의 사원을 먹여 살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핵심 인재만으로 성공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핵심 인재의 창의성이 조직 문화와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체제가 중요하다. MS와 인텔의 끊임 없는 성장과 일본 전자기업의 10여 년간의 정체는 창의성 있는 핵심 인재의 활용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조직문화의 존재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 성공 요소의 하나인지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소니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의 경우 80년대에 미국을 추월하기 까지는 시장을 선도하는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였다. 대부분 미국의 원천기술 기반으로 그의 응용 제품을 먼저 출시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모방할 선두가 없어지자 과거의 차별적 제품은 급격히 감소하게 됐다. 그 결과 90년대 이후 창의적인 조직 문화의 미국 기업들은 디지털과 인터넷 기반으로 신경제를 발굴 및 육성하면서 재도약을 하게 된 반면 핵심 인재 발굴과 창의적 조직문화 구축에 소홀했던 일본 기업들은 상당기간 동안 정체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델, 나이키, 시스코 등은 아웃소싱에 의한 경쟁력 강화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구축하며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기술과 시장 여건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 내부 역량만으로 대응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음을 미리 예견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이다.
노-웨어( Know-Where)를 빨리 찾아내고 아웃소싱하여 조직 내부의 핵심 역량과 이를 지원하는 문화와 잘 융합하는
아웃소싱 경영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