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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슈퍼마켓 '금융 계열사 몰아주기' 해법국면 눈길

'50% 룰' 보조책? 해외 사례 보면 개편안 백미 부각 가능성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0.11 10: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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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도입될 움직임이 본격화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안은 지난달 하순경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간부회의에서 "금융업계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전반적으로 재점검,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의 지시 후 오랜 시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진행됐다. 10일 김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직접비율 규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펀드 판매 △위탁매매 주문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운용 위탁 쏠림 등 여러 섹터가 부각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펀드 판매 몰아주기의 변화 가능성에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제도에서는 금융회사가 계열사를 직접 지원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지만 상품 판매나 운용 부문은 자율성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계열사 간 거래를 몰아주는 관행이 지속돼 퇴직연금은 50%, 변액보험과 펀드 판매는 각각 40%가 계열사 간 거래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금융위의 움직임은 이런 문제에 메스를 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특히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이 문제를 연구해 이번에 개선 방안에 관련 주제발표를 내놓은 내용을 보면, 여러 문제에 '50% 룰'을 도입하더라도 △변액보험 위탁 문제에는 1년 가량 △퇴직연금을 몰아주는 행태 규제에 대해서는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는 쪽으로 논의가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펀드 문제가 개선안 중 가장 앞서 이뤄질 가능성이
   
지나친 계열사 몰아주기 형식으로 얼룩져 온 각 금융시장이 본격 수술을 받을 전망인 가운데, 특히 펀드 영역에서 대수술이 예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목되는 대목이다.

또한, 이미 오래 전부터 '펀드 슈퍼마켓' 도입 논의 등이 관심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도 빠른 시간 내에 개혁 활성화가 무르익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부분이 이 부문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 시절부터 관심…본격화 가능성 주목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의 해법으로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듯 투자자들이 다양하게 펀드를 고르고 상담도 받을 수 있는 일명 '펀드슈퍼마켓'의 도입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의 전신)는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시절인 2005년 펀드상품 판매의 알선·중개·권유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전문 펀드판매 중개회사 도입 문제를 검토했다. 이때 '자산운용업 규제완화 방안' 마련과 자산운용업법 정비, 시행도 논의됐다.

이후 자본시장법 시대 개막에 즈음해 자산운용협회도 펀드슈퍼마켓 관련 논의를 공론화했다. 2008년 3월 제주에서 세미나를 열어 펀드 유통체계의 대폭 개선 의견, 특히 △선진국형 펀드 판매 채널인 펀드슈퍼마켓과 △독립재무설계담당자(IFA) 면허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렇게 제도 도입 요구가 높은 것은 비율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식이 다른 금융상품 영역보다 펀드 관련 부문에서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계열사 펀드 비중을 무조건 얼마 이하로 맞추라고 한다면 이는 오히려 일반 고객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역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비중이 높은 판매사끼리 짝짓기해 밀어주는 '교환 판매'하는 식으로 편법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므로 완전경쟁에 최대한 가까운 방식을 도입하는 게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계열사 상품 판매 부담감' 방증 조사결과 눈길

해외 사례를 보면, 펀드슈퍼마켓이 뿌리를 성공적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피델리티 자산운용은 홍콩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펀드 직판 시장을 갖고 있다. 피텔리티는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펀드를 판매한다. 다른 펀드슈퍼마켓들은 IFA를 대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어, 과거부터 금융권에서 검토하는 펀드슈퍼마켓과 IFA가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도 담보될 여지가 크다.

국내에서도 이미 '계열사 펀드 판매 부담 유무'와 '수익성 성과'와 관련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둔 판매사보다는 독립 판매사가, 국내보다는 외국계 판매사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우수한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이와 함께 경제전문매체인 머니투데이가 지난 여름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34개 국내 주식형펀드 판매사(액티브펀드, 판매액 1000억원 이상) 중 3년 장기수익률(판매액가중평균, 5월말 기준)이 가장 우수한 판매사는 독립 판매사인 한국씨티은행이 차지했다. 한국씨티은행의 3년 수익률은 46.11%로 판매사 평균수익률 33.24%보다 12.87%포인트 높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경우도 독립 판매사인 SC은행이 3년 수익률 16.59%로 25개 판매사 중 1위에 랭크됐다. 이어 우리은행(11.95%), 한국씨티은행(11.82%), 미래에셋증권(10.22%) 등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적으로 판매에 매진하는 업체가 등장할 경우 이와 같은 독립 판매사의 전례와 같이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기존 판매망 대비 경쟁력을 갖출 여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업권은 다르지만, 이미 보험쪽에서는 독립대리점(GA)가 자생력을 갖추는 데 성공한 바도 있다. 관련 업계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도 GA 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이 15~2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완전판매 가능성 제도 확충 병행 필수조건

다만 보험 쪽 GA의 지난 궤적을 보면 펀드 판매에서의 슈퍼마켓 제도 추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더욱이 펀드슈퍼마켓은 '계열사 몰아주기 병폐에 대한 방어책'이라는 합목적성을 배경으로 삼아 도입되는 만큼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 시장경제의 충실한 운영이라는 관점에서 판매채널 난립과 무한 경쟁과 같은 '방임 상황'보다 더 큰 시장 혼란과 불만을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이전 판매망에 비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클 우려는 물론 슈퍼마켓 간 이합집산에 따라 계약 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은 펀드슈퍼마켓의 대표적 불안요소다. 이러한 리스크는 보험 GA의 경우 정부가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독립대리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불완전판매 우려를 파단한 것과 같은 입체적 접근이 요청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