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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본 진출기업 이대로 두고 마음 편한가?

전지현 기자 기자  2012.10.09 09: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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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본인들로부터 '독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항의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7, 8월 매출이 좀 줄었습니다. 꼭 독도 문제 탓이라곤 할 수 없겠지만, 아무래도 영향이 좀 있었겠죠."

일본에서 '하이트 진로 신화 창조'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법인 진로(주)를 최근 방문했을 때 그쪽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진로 측은 독도 문제가 불거진 후 일부 일본 우익단체 사람들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적잖게 받았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일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진로는 일본 대형유통업체와 대규모 맥주 수출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1988년 일본에 진출한 진로는 그간의 난관을 이겨내면서 현지에서 주요 주류 기업 반열에 올랐다. 이들은 1998년 일본에서 단일품목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첫 한국 상품의 명예를 얻기도 했다. 2011년 매출 235억엔,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두 배 증가한 11억9000억엔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이렇듯 일본에서 열심히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 느닷없이 '독도 불똥'이 튄 것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공 든 탑 무너질까 전전긍긍하는 현지 기업인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일본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는 뜻으로 일본 내 70여개 신문에 '다케시마(竹島)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광고를 실은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즉각 '독도가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영토'라는 취지의 광고를 일본 신문에 게재하겠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발끈한 지 하루 만에 '장기적 검토 과제'라며 이를 거둬들였다. 소극적인 자세로 돌변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조용하다.

한일 갈등이 증폭될수록 현지 기업이 느끼는 불안감은 덩달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잠깐의 소동으로 끝이고,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무관심 모드로 전환해버리는 태도도 우려스럽다. 만만한 상대로 보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고, 독도 방문으로 일본 우익단체들을 들쑤셔 놓고, 이내 '조신한 태도'를 고수하는 우리나라 행정수뇌부의 '치고 빠지기식' 태도가 야속하기도 하다.
   
현재 중국에서는 '21세기형 청일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분쟁 이슈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중국 감시선 5척은 10월초부터 수일째 계속 센카쿠 접속수역(24해리·약 44㎞)까지 진입했는데, 중국 감시선 측 태도가 완강하다. "댜오위다오는 중국 고유의 영토다. 중국 관할 해역에서 공무를 수행 중이다"며 전혀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중국 정부 입장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지난 9월25일 장즈쥔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일본 가와이 지카오 외무성 부대신과 회담 갖고 "왜곡된 역사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한 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잡아먹을 듯 덤비는 중국인들 기세 앞에서 일본은 적잖이 당황해 하고 있다. 중국 정치인들까지 덩달아 설쳐대니 일본으로선 혹여 국익에 손상이 갈까봐 불안해 한다. 

중국의 강력한 태도는 조용한 우리 정부의 그것과 상당히 비교된다. 진로, 미샤, 롯데리아 등 일본 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당장 '독도 문제'로 인한 불이익이 닥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활동 중인 국내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현지사정은 마치 시한폭탄이 째각거리는 듯한 느낌이다. 기자가 볼 때는 '진행형' 같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 본사는 본사대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지 기업 보호 대책을 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국정감사 기간이다. 신동빈 롯데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등 유통기업 회장단에게 소환령이 떨어졌다. 중요한 자리이니만큼 국감장에 참석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에 참고가 될 만한 증언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문득 '이것 못지않은 시급한 문제가 있는데 이들은 과연 이에 대해 관심은 가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에겐 총수의 안위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겠지만, 기자에겐 현지 기업인들이 겪는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방책을 마련하는 게 더 시급해보이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거나, 힘겹게 쌓아 놓은 성과들이 있는데, 자칫 이들의 노력이 어처구니없는 타격을 받아 해를 입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