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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

우리투자증권 이강률 원주지점장 기자  2012.10.08 07: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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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주식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시장을 예측하고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어떤 업종과 종목이 각광 받을지 가늠하는 것이다. 이를 직접 경험한 투자자들은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이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눈앞에서도 혁신은 슬며시 새싹을 틔우고 있는지 모른다. 단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선을 통해 음성을 전송하는 방법을 개발한 후 그는 이 특허를 당시 세계 최고의 통신(전신)회사인 웨스턴 유니언에 10만달러에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웨스턴 유니언은 철도나 금융 부문 고객에게 장거리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벨은 자신의 음성통신 기술이 웨스턴 유니언의 전신사업을 개선시킬 것으로 확신했기에 이런 제안을 해지만 돌아온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회사는 "그 '전자 장난감'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반문했던 것이다.

웨스턴 유니언으로부터 제안을 거절당한 벨은 스스로 '벨 전화회사'를 창업하고 단거리 통신으로 돈을 번 후 장거리 전화서비스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20년도 지나지 않아 장거리 전화서비스와 전신서비스는 아예 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10만달러에도 팔리지 않았던 기술을 기반으로 벨의 회사는 세계 최대의 공룡 통신기업인 AT&T로 우뚝 서게 되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당시 전화나 전신산업 경영진들은 보통사람들도 전화기를 들고 친구 혹은 친척들과 수다를 떠는 시대, 전화기가 일상화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따라서 웨스턴 유니언 입장에서는 벨의 별 볼일 없어 보이는 기술에 투자하느니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최상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당시 전화기를 발명한 벨 자신도 전화기가 미래의 모습을 완전히 바꿀 엄청난 장비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진기한 발명품 정도로 여겼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특히 혁신과 변화를 수반하는 미래의 예측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예측을 위한 단초 혹은 힌트는 항상 제공되고 있다. 마치 세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우리의 관심을 바라며 곁에 있는 것이다. 탁월한 경영자들이 시대의 트렌드와 그 변화를 주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최고의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어떤 기업이 최고가 될지 찾아 헤매는 것보다 어떤 업종이 시대의 요청에 화답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업종이 선택되면 해당 업종에서 종목을 고르는 게 오히려 쉽다.

가치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이 2009년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 철도에 440억달러라는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뒤 "이번 투자는 미국 경제 미래에 내기를 건 것"이라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의 시선은 이미 20년 뒤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이강률 원주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