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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내 머릿속의 계산기

장중구 코치 기자  2012.10.05 09: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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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과자봉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른들이 장난끼가 발동하여 하나만 달라고 손을 내민다. 그러면 아이는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조심스럽게 과자 하나를 집어서 건네준다. 이때 어른이 재미삼아 계속 과자를 달라고 하면, 어떤 아이는 얼른 과자를 뒤로 감추거나 달아나버린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달라고 하는 족족 내어주다가 마침내 빈손이 되고나서는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이런 아이도 저런 아이도 있게 마련인데, 너무 계산속이 빨라도 걱정이 되고 느려도 걱정스럽다. 

재미있는 사실은, 어린 아이들 예에서 보듯 누구나 사람들 머릿속에는 계산기가 있어서 의식 또는 무의식 중에 계산기가 작동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거지를 결정한다. 어떤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계산기를 가지고 소리(小利)를 탐하는 반면, 고차원적인 계산기를 지니고 비범(非凡)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개의 사람들이 평생을 살면서 자신의 머릿속 계산기를 과신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오류를 고치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데 있다.

지난 해 사회생활 7년차 쯤 되는 한 청년을 코칭 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방문 미술지도교사였는데 코칭 도중 미술학원 원장에 대한 마뜩찮은 감정을 자주 드러냈다.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과 열정 갖기'라는 코칭 목표를 세우는 데까지는 어렵지 않게 서로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꾸 원장에 관한 이야기로 초점이 모아졌다. 그 청년은 대학 졸업 후 잠시 미술학원 교사를 하다가 이후 5년간은 어머니와 함께 자영업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소위 사장이 직원과 고객을 상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해 주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미술학원 원장을 바라보는 눈이 여느 교사와는 달랐고, 불만스러운 점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청년의 말에 의하면, 미술학원 원장은 고객 즉 수강생 모집과 교사들에게 교육 기자재를 공급하는 한편, 교사들을 연수시키는 일을 하고, 방문 지도교사인 청년은 원장의 도움을 받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내는 과외비를 원장과 교사가 일정비율로 나눠 갖는 형태의 일을 하고 있는데, 위에서 말한 대로 원장과의 마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코칭세션이 거듭되어도 대화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워하는 중에 "부하가 해야 할 일은 상사의 행동을 시정하거나 상사를 재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며, 상사에게 경영대학원과 경영서적이 말하는 상사로서의 본연의 자세에 따르게 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ker)의 글에서 읽은 말이 떠올라 작심하고 청년에게 직설적으로 질문을 하였다.

"말을 들어보니 원장님에게 못마땅한 점도 많고 성격도 서로 맞지 않아 보이는데 굳이 원장님과 함께 일을 할 필요가 없이 혼자 독립하여 미술지도를 하는 게 낳지 않을까요?"

이에 청년은 "학원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수강생을 모집하기도 힘들고, 교육 기자재를 스스로 개발하는 일도 쉽지 않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장이 지니고 있는 이런 저런 장점을 자연스럽게 들려주었다.

"학생을 모집하고 관리하려면 학부모 상대가 중요한데 원장님이 학부모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교사들에게 똑같이 강요하는 게 문제기는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 역시 대단해요."

총 10여 차례 코칭세션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와 같은 질문과 답변이 자주 오갔고, 예상대로 점차 청년의 머릿속 계산이 분명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욕구)를 명료화 함으로써 치러야할 대가도 마음속으로 인정하기 시작 했다.

원장과 주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보다 자신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히는가 하면, 실천 계획을 한 가지씩 말하기 시작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여전하였지만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고, 자신이 약속한 실천계
   
 
획에 대한 이행의지가 점점 강해지는 것을 보면서 안도하는 마음으로 코칭을 마무리 했다.

이후 1 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SNS상에서 그 청년과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종종 그가 올리는 생기 있고 밝은 단문 메시지를 보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장중구 코칭칼럼니스트 / 공학박사 / 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 / 상진기술엔지니어링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