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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인숙 전남 장흥교육지원청 교육장

"비리공무원 없어.새로운 시대 교육패러다임 못따라 가는 공무원 안타까워"

장철호 기자 기자  2012.10.04 09: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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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교조 출신 첫 교육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박인숙(58.여) 전남 장흥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취임 7개월째를 맞고 있다. 박 교육장은 전교조 1세대 해직교사 출신으로 1991년 전남도 교육위원, 전교조 전남지부 수석부지부장 등을 역임한바 있다. 때문에 교육계에선 교육정책 비판자에서 책임자로 바뀐 박 교육장의 행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본지는 최근 박 교육장을 만나 장흥교육의 변화를 들어봤다.

   
박인숙 전남 장흥교육지원청 교육장

- 취임 후 한 학기가 지났다. 계획된 것이 잘 돼 가고 있나?

한 학기가 지난 즈음에 교육 성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거창한 교육발전 5개년 계획은 아니지만, 이달 중 장흥교육발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모제를 통해 교육장에 취임했고, 공약으로 제시한 무지개교육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전임자가 세운예산과 교육계획 속에서 새로운 정책은 추진하는데는 어려움이 많다.

- 상반기에 어떤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나?

무지개특구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가족들과 학부모들의 변화가 그 중심이다. 우선 교직풍토를 바꾸기 위해 상반기에 장학교육아카데미를 30시간 진행한데 이어 2학기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매주 수요일 저녁 면단위 학부모들을 찾아가 아카데미를 열어 제가 직접 강의하고 있다. 물론 주제는 21세기 자녀교육에 관한 내용이다. 지역민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 장흥미래교육위원회 회의를 활성화해 지역민과 함께하는 거버넌스 구축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 전교조 출신 교육장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대의견이 만만찮았다. 현재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나?

공모제 당시 이 지역 사람과 경쟁하다보니 안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취임 후 적극적인 협조를 받고 있다. 심지어 장흥군 월례회의에 가서 장흥교육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강의했다. 이명흠 군수님도 무슨 일이 있으면, 과장님들께 하명해 즉각 일처리가 되고 있다. 군수님의 추진력이 대단한 것 같다. 장흥군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면서도, 지극히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분이다.

-박 교육장은 전교조 1세대 해직교사 출신이다. 일각에선 전교조 활동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질문은 수도 없이 받는다. 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전교조는 참교육을 실천하는데 앞장서고, 합리적으로 일하는 조직이다. 물론 극소수이겠지만, 전교조의 설립 취지와 다른 돌출 행동하는 하는 분들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장흥에 추진하고 있는 무지개교육특구의 중심에 전교조가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거대한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주화 과정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헌신과 결연의 의지가 없었다면 우리 교육을 한단계 발전시킬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전교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최근 학교폭력 가해 경력 학생부 기재와 관련, 전교조가 교육감실을 점거농성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전교조가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불법 점거 농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담심리학을 10년 넘게 공부했던 학자의 관점에선 학생부 기재가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 커가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행동과 삶을 가꾸어 가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 스스로 이미 낙인찍혔다고 생각하면, 교육이 잘 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가해학생을 징벌대장에 기록한 뒤 일정기간 개선의 모습을 지켜보고, 학생부 기록 여부를 결정키로 한 전남도교육청의 정책은 바람직한 일이다. 기본 철학에서는 저와 같은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전남도교육청이 거점고를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도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의지가 강하다. 어떤 안목을 가지고 있나?

학교 통폐합을 무작정 찬성하지 않는다. 전남도교육청의 고교 거점고 육성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잘 조율됐다고 본다. 1차년도에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2차년도에는 고교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중학교의 경우 경제논리를 앞세운 통폐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초.중학교 학교 통폐합은 농촌사회의 괴멸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를 수십리 떨어진 학교에 보내면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전교조는 교육관료들을 틀에 박힌 사고, 비리집단으로 매도하곤 했었다. 교육관료가 된 입장에서 교육청이 비리의 온상인가?

교육청은 부패하지 않았다. 내눈에 부패가 보이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그런 공무원은 단 한명도 없다. 다만 새로운 시대의 교육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무원이 가끔 눈에 띄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교육가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낙후된 우리 전남의 미래는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달려 있다. 지자체장님들도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만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남도민 모두가 우리 아이들의 스승이다. 늘 따뜻한 애정과 사랑으로 전남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