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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성공신화 무너지나? 극동건설과의 '잘못된 만남'

그때 1000억 더 써낸 과욕이 화근…'건설 궁합' 이렇게 안 맞을 수가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9.27 16: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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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딱 그 짝이다. '샐러리맨 신화' 윤석금(65) 웅진그룹 회장이 극동건설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9월26일 극동건설의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은 윤 회장 이력에 여러모로 오점을 남겼다. 인수 초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극동건설, 독이 돼 돌아온 극동건설과 윤 회장의 '잘못된 만남'을 되짚어 봤다.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시작해 연 매출 6조원, 재계 31위 웅진그룹을 일궈낸 윤석금 회장에게 일생일대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26일 밀려드는 어음을 막지 못하고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끝내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1971년 브리태니커 한국지사 영업사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은 윤 회장은 '탁월한 영업맨'이었다. 입사 첫달 백과사전 26질을 팔아 치우더니 입사 1년 만에는 54개국 세일즈맨 중 전체 1등을 차지했다.

백과사전을 팔면서 윤 회장은 출판사업 비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그때 모은 돈 7000만원을 갖고 직원 일곱명과 함께 1980년 4월 남대문로 대우빌딩 12층에 학습교재 출판사 웅진출판을 차렸다. 그게 바로 오늘날의 '웅진씽크빅'이었다.

이후 1980년대 말까지 윤 회장은 건강식품·화장품·정수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승승장구했다. 비싼 정수기를 저렴하게 빌려주는 렌털사업은 업계에 큰 방향을 일으켰으며, 아침햇살·초록매실 같은 히트상품도 연달아 내놨다.

◆'32년 공든 탑' 이대로 주저앉을까?

득달같이 30년을 달려온 윤 회장. 그의 명성에 오점이 남게 된 건 7년 전, 그가 '건설업'에 관심을 갖고부터다. 애초부터 극동건설은 윤 회장에게 '독'이었다.

2005년 8월 자본금 30억원을 투자해 웅진건설을 설립한 윤 회장에게 첫 시련이 닥쳤다. 아파트 브랜드가 없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브랜드 파워'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윤 회장은 이후 대형건설사 인수에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샐러리맨 신화' 윤석금 웅진 회장이 7년 전 인수한 극동건설에 발목이 잡혀 일생일대 최악의 오점을 남기게 됐다.
쌍용·벽산·대우 건설 등 내로라하는 건설사 M&A(인수합병) 현장에는 늘 웅진이 있었다. 그러나 웅진그룹은 아쉽게도 막판 스퍼트를 발휘하지 못하고 번번이 중도에서 미끌어지고 말았다.

첫 시련은 윤 회장에게 '오기'를 불러왔다. 윤 회장은 더욱 더 대형건설사 인수에 목을 맸고, 그러던 찰라 극동건설이라는 기막힌 먹잇감을 발견하게 됐다. 그러나 윤 회장의 과잉의욕은 곧 독으로 돌아왔다. 극동건설 입찰전에서 2순위 기업보다 무려 1000억원이나 더 써낸 것이다.

당시 극동건설 입찰에 참여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초 실시됐던 1차 입찰에서 상위권 밖으로 밀려난 웅진그룹이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엔 반드시 우리가 인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대단했다"고 귀띔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극동건설의 인수 예상금액은 총자본 3189억원에 '+알파'를 해도 4000억원내외. 하지만 당시 웅진은 인수 예상금액보다 2600억원 높고, 2위 업체보다도 1000억원 많은 6600억원을 제시했다는 게 업계 쪽 얘기다. 전언대로라면 웅진 측은 극동건설 1주당 2만5100원에 사들인 셈이었다.

◆품에 안긴 자식 내칠 수 없다더니…

웅진의 극동건설 고가매입에 업계는 고개를 흔들었다. 과연 극동건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1947년 설립된 극동건설은 74년 국내 5대 건설사로 성장했지만 97년 외환위기 고비를 넘지 못하고 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6년여만인 2003년 4월, 1700억원에 론스타로 팔린 극동건설은 이후 '먹튀논란' 정점에 서게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긴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도 국민들 머릿속에 잠재돼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 극동건설 아파트브랜드인 '스타클래스'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웅진이 매긴 가치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었다.

그럼에도 윤 회장은 '극동건설'에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습이다. "내가 어렵다고 품에 안긴 자식(극동건설)을 내칠 순 없지 않은가"라고 말해왔다고. 윤 회장은 26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홀딩스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책임을 지고 경영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웅진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