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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상식없는 자가 상식 운운하나

조윤성 기자 기자  2005.12.16 08: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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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친구의 이름이 본 기자와 같다며 M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닙니다”라고 했더니 “기자님, AIG손해보험 관련기사는 취재하신 내용이 맞습니까”라며 본지가 지난 13일 보도한 ‘AIG손해보험, 가입은 3분, 보상은 ‘나몰라’ ’ 라는 기사내용 중 언급된 SIS손해사정이라는 회사의 관계자인데 언급된 관련자가 누구인지를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정말 미숙한 정보파악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 어느시대인데 이런 식으로 취재원을 알려달라는 것인지.

또한 언론사를 정말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지난 15일에는 AIG손해보험 홍보부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본사에 전화해 기자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이에 본사의 운영방침이 ‘기자의 전화번호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다’ 하니 “이런 언론사가 어딨어” 라며 상대방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본사 직원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이 과연 상식이 있는 者(자)의 행동인지에 대해서 몹시 궁금해 참기 어러웠다.

◆보험계약도 상도덕이 필요

사람 사는 사회에서는 정도라는 게 있다. 또한 상거래에서는 상도덕이라는 것도 있다.

보험이라는 상품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있는 많은 사람이 미리 금전을 갹출하여 공통준비재산을 형성하고, 사고를 당한 사람이 이것으로부터 재산적 급여를 받는 경제제도이다.

그런데 AIG손해보험은 정도나 상도덕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기업인 것 같다.

올해 9월 금융감독원이 95개 금융회사의 민원발생 건수와 처리 결과를 분석한 ‘2005년 상반기 민원발생지수’에서도 민원을 제기하는 계약자가 국내에서 최고인 것을 보면 외국계 금융사라는 이미지를 의심케 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지난 2년 동안 국내에서는 상상조차 할수 없이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금감원 민원부서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이니 과히 그 규모가 상당한 것을 미뤄 짐작케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 관계자는 “후발 외국계 보험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소비자보호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 이라며 “카드사에 대한 고객들의 민원은 줄어든 반면, 보험관련 민원은 전년에 비해 20% 늘었는데, 이는 후발 외국사들의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상품광고에서는 아나운서, 가수, 탤런트 등 유명인들을 내세워 마치 우수한 상품인양 선전하고 있으며 보상도 걱정없다는 식의 표현이다.

그러나 금감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수보험사는 커녕 계약자를 우습게 여기는 보험사로 생각된다는 게 보험가입을 권유받거나 고려중인 예비고객들의 생각이다.

기자도 지난 7월 교통사고를 당해 약 1개월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퇴원 후 모 생명의 직장인보험을 가입한 사실을 알고 퇴원확인서와 진단서를 제출하자 불과 2일 만에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기자가 접한 상해사고를 당한 계약자들은 상당히 많은 양의 관련 기록을 제출하도록 강요받았고 관련기록을 제출했음에도 보험금 지급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형편에 놓여있다.

이들 계약자는 병원비가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도 있고 환자보호자들도 있으리라.

보험이 불의의 사고로 인해 가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도움을 못 받을 수도 있고 도움이 늦어져 환자가 심각한 지경에도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보험사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수차례 전화해도 자동응답기만 동작하고 계약자의 전화에 ‘죄송하다’는 거짓말만 늘어놓는 상담원들의 태도가 ‘세계 초일류 기업’의 자세란 말인가.

◆AIG식 인재양성은 상처주기(?)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AIG손해보험의 최우선 목표는 인재양성이라고 했다.

AIG는 나이·성별·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들에게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하고, 철저히 능력에 따라 승진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세계 각국의 AIG계열사에서 2년 동안 실무를 익히면서 관리자로서의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익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상담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바꿔주지도 않고 담당과 통화를 요청하면 회피하는 게 AIG식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란 말인가.

또한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해 상대방의 회사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홍보부 직원 역시 AIG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인재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외국계 손보사들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핸디캡 만회를 위해, 저가형 상품이 많다”며 “보험료가 싸면 보험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연히 처음 약속한 대로 보장이 안 되는 부분이 많이 생겨, 고객과 잦은 마찰을 빚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신들의 허물보다는 남의 허물을 끄집어내 크게 확대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이러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마음에도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을 분명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뱃속을 챙겼으면 타인의 배고픔을 아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가 AIG손해보험에 절실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