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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우스푸어 계기로 확인된 포퓰리즘 거부감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9.25 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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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9~20일(양일간) 휴대전화 RDD 조사(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로 진행된 한국갤럽 하우스푸어 조사가 흥미롭다. 유효표본 전국 성인 65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주택 보유 열 가구 중 두 가구는 스스로 '하우스푸어'라고 생각하고 △하우스푸어에 대해 '대출금 갚느라 불쌍한 사람'으로 보는 비율(54%)이 높아 연구기관 등에서 보는 바와 달리 주관적 인식이 형성돼 있음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소득의 40% 이상을 대출 원리금으로 사용하는 가구를 하우스푸어로 정의하고 이를 108만가구로 추정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2010년 인구센서스 기준 1733만가구)의 6%선이다. 갤럽의 조사에서 주택 소유자의 상당수가 하우스푸어라는 범주에 포함되는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갤럽 조사가 하우스푸어를 실패한 투기꾼이라기보다는 불쌍한 구제 대상으로 보는 추세를 반영하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온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응답자들은 △하우스푸어 문제는 '개인 결정이므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데 71%로 기울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22%에 그쳤다. 아울러 △ 내 집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51%가 긍정하는 데 그쳐 집이 필수인지에 대해 이미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집 소유에 대한 문제가 이미 크게 변하고 있고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공적 자금 즉 우리 모두의 주머니를 털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조사 결과가 나올 무렵 새누리당에서는 대선의 의식,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일부 지분을 매각해 그 대금으로 금융회사 대출금 일부를 상환토록 하는 '지분매각제도'와 주택연금 가입조건을 현행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해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채상환부담을 완화시켜 주는 '주택연금사전가입제도' 등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수적인 정책들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새누리당의 계획에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 차원에서 다른 정책과 함께 포함해 검토할 수 있다는 정도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중차대함 때문이다. 즉 이 같은 대책을 쉽게 거론하면 시장이 오히려 상황이 정말 불안한 것으로 인식,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한 때문으로 읽힌다.

이렇게 민간과 당국이 "이것만은…"이라며 조심스러운 선택으로 의견을 일치한 점은 상당히 흥미로워 보인다.

그 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긴 시간을 겪으면서 과감한 정책 집행이 찬양을 받아 온 경우가 많았다.

미국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시행했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및 민관합동투자프로그램(PPIP)에 대한 호평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정책은 그야말로 엄청난 자금 투입과 여기에 참여(투자)하는 민간에 대한 손실 보장을 대들보로 하는 정책이었다.

지금 우리 정치권이나 시중은행 일각에서 내놓은 하우스푸어 정책 혹은 세일앤리스백 등이 무한한 재정을 투입해 손실을 메워주는 것을 대전제로 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거나 '아직은 거기까지 공감대가 있지 않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 시장에서는 불쌍하지만 스스로 해결하는 게 순리라는 인식을 극명히 드러내 준 셈이다. 

   
 
포퓰리즘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백마탄 초인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방식에 대한 회의감일 수도 있다. 또 소통없이 세금을 멋대로 낭비하는 불도저식 행정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 어떤 명칭이 됐든 이런 불안감과 불만이 드러난 만큼 하우스푸어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요청이 수면 위로 부상한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정책을 다루거나 앞으로 그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