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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사판' 비씨 vs 비자…카드분쟁 대체 끝은?

카드사들 독자적으로 글로벌 결제망 구축하며 '비자' 입지 좁아져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9.24 18: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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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비씨카드와 비자카드의 분쟁이 1년 넘게 끝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비자카드가 비씨카드에 당초 계약과 달리 일부 국가에서 자신들의 결제 네트워크인 '비자넷'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페널티를 부과해 시작된 싸움이 15개월째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비씨카드가 15개월 동안 지불한 벌금은 약 80만달러로 지난해 6월 10만달러의 벌금을 지불한 뒤 매달 5만달러의 벌금을 비자카드에 내고 있다. 이후 비씨카드는 시장지배력 남용 등을 이유로 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고 공정위 판결이 늦어지며 양사는 지금까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결과 나와야 '결판'

비씨카드가 비자카드의 규정을 어긴 이유는 회원에게 저렴한 수수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현재 비자카드는 국내 고객들이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결제액의 1%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또한 카드사들은 해외 결제 금액 중 0.2%, 국내 이용액 중 0.04%를 분담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수수료 절감을 위해 비자ㆍ마스터카드에 의존하던 비씨카드가 미국, 중국 등 카드사들과 제휴해 지난해 1월 '비씨 글로벌카드'를 내놓고 200만 고객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거두자 비자카드가 '계약위반'이라며 제재를 걸어온 것이다.

비씨카드는 공정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공식석상에서 김정훈 정무위원장(새누리당)이 카드사들의 해외시장 공략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양사 갈등을 중재할 것으로 보였으나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지난 6월 이후 비자카드 쪽에 벌금을 계속 지불하고 있으며, 공정위 제소 후 특별히 양사의 의견이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공정위 결과부터 나와야 하지만 타국과 분쟁사례인 만큼 시간이 걸리는 듯 하다"고 말했다.

◆'비싼' 비자ㆍ마스터카드, 입지 좁아진다

한편,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 카드사와의 제휴로 독자적인 글로벌 결제망 구축에 나서며 반대로 비자ㆍ마스터카드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카드사 해외수수료 지불 논란을 계기로 국내전용카드 발급률이 높아지며 비자와 마스터의 로고를 단 카드발급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비씨카드가 지난 4월 미국 디스커버, 일본 JCB, 중국 인롄 등 세계 103개국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해외결제가 가능한 'BC글로벌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신한카드도 일본 JCB와 제휴를 맺고 독자브랜드 '유어스(URS)'를 내놓아 최근 300만장을 돌파했다. KB국민카드 등도 중국 인롄과 제휴를 맺고 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해외에서도 국내전용과 동일한 2000원의 연회비만 지불한 뒤 해외 결제 수수료 부담 없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카드사들의 제휴카드가 좋은 성적을 얻을수록 글로벌 카드사들의 국내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2010년 신규 발급되는 비씨카드 중 절반 이상이 비자 혹은 마스터카드 로고를 단 해외겸용카드였지만 올해 6월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37%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본의 JCB카드 또한 지난 3월 국내 카드사에 1%의 국제 이용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통보했지만 BC카드를 포함한 국내 6개 제휴 카드사가 모두 거부의사를 밝히자 당분간 수수료 인상을 유예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들의 계약문제도 있고, 일부만 인상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갑작스런 통보로 카드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JCB측도 부담을 갖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