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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까지 했는데…' 박근혜 발목 잡는 것들

"돈 때문에, 입 때문에" 제명·탈당 카드에도 제자리걸음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9.24 16: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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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이 지뢰밭이구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과거사 사과'를 무색케 하는 측근들의 행동이 그의 대선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다.

[프라임경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과거사 논란'과 관련 고수해오던 입장을 선회, 사과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제18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하는 후보로서의 자세를 갖추려한다는 설명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는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만회하려는 선거공학적 접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새누리당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형 악재가 펑펑 터지고 있다. 현영희 공천헌금 의혹으로 시작된 '검은 돈' 파문은 현기환·홍준표 전 대표를 거쳐 홍사덕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타고 송영선 전 의원의 후원금 요구 논란으로 이어졌다.

◆아군 진지 곳곳이 지뢰밭

이 같은 파문 속에서 현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제명됐고, 부산지검은 현 의원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하는 모양새다. 수사 결과 현 전 의원과 홍 전 대표는 무혐의 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의원과 조좌진 등 주변인물 10여 명을 소환해 공천헌금 3억원을 받은 물증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증거확보는 물론 정황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 홍 전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 2000만원을 받았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

이어 홍사덕 전 의원은 지방 소재 중소기업 대표에게 6000만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운전기사 고 모씨의 제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초 조사 작업을 벌인 뒤 검찰에 고발했지만 홍 전 의원과 돈을 건넸다는 대표 모두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어 아직 분명한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홍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태가 벌어지자 그 직후 "큰 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면서 스스로 자진 탈당했다.

나아가 친박계로 알려진 송영선 전 의원은 박 후보의 이름을 팔아 사업가에게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지난 19일 한겨레신문은 송 전 의원이 사업가 A씨에게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표 6만표를 하려면 1억5000만원이 필요하다"면서 "도와주면 투자할 수 있는 게 남양주 그린벨트가 있다"고 말한 녹취록을 공개했고, 송 전 의원은 새누리당 윤리위원회의를 통해 제명됐다.

돈 문제보다 박 후보를 괴롭히는 것은 측근들의 엉뚱한 행동과 돌발 발언이다. 대선을 앞두고 바쁘고 촉박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 후보를 돕기는커녕 백혜무익한 행동으로 딴죽을 걸고 있는 것.

이달 초 안철수 후보 캠프 금태섭 상황실장은 박근혜 캠프 측 정준길 전 공보위원으로부터 "출마 시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면서 정 전 위원이 안 후보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전 위원은 "친구간의 서스럼 없었던 대화 내용을 정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 실장은 "단체 문자 2통이 그동안 연락의 전부"라며 "친한 친구사이"라는 정 전 위원의 말을 무색케 했다.

두 사람의 진실공방은 정 전 위원이 택시를 탔네 안탔네의 문제로까지 번졌고, 정 전 위원은 스스로 공보위원 자리를 내놨다.

대형 폭탄은 24일 터졌다. 박 후보가 '과거사 논란'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식으로 사과한 날 새누리당 신임 대변인 내정자된 김재원 의원의 막말 논란이 불거진 것.

김 의원는 '인혁당 사과 브리핑' 논란 끝에 사의를 표한 홍일표 대변인의 후임으로 23일 내정됐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함께 저녁식사와 반주를 함께 했고, 이 과정에서 기자들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퍼부은 사실이 보도된 것.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날 김 의원은 식사자리에서 했던 자신의 발언이 한 시간 여 만에 외부로 알려지고 기사화 된 것과 관련 "사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얘기를 위에다가 보고를 하냐" "니네들 정보보고하면 내가 다 알고 있어. 우리한테 다 들어와"라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기자들을 향해 "나쁜 놈들" "병신XX들" 등 입에 답지 못할 폭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불거진 새누리당 내 악재를 덮고 대선 승리를 위해 박 후보가 직접 나서 역사 인식을 달리한 '사과'까지 한 마당에 당의 '입'으로 내정된 자가 박 후보 '과거사 사과'의 진정성을 훼손했다는 평가다.

◆과거사 사죄에 찬물 끼얹은 "병신XX들"

논란이 거세지자 김 의원은 2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부끄럽다. 제 잘못이고, 당시 이성을 잃었다"고 사과하고,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김 의원의 대변인 임명을 보류한 채 고민에 빠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후보의 심복 또는 정치적 동기인 친박계가 박 후보의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와 새누리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 또한 친박계 정치인들의 구설수가 한 몫 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돈 때문에, 입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새누리당 일련의 사태는 박 후보로 하여금 지금이라도 주변인물들의 됨됨이를 검증하게 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