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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뇌관' 다각도에서 불거지는 부실채권 우려

복합문제 해결위해 중간신용층까지 옥죄는 죄수의 딜레마 제어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9.24 14: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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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계속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개인신용대출 연체율 등 가계대출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집단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비교적 안정화되는 모습이지만 실물경기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쇄파동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고액 다중채무자와 소액 신용유의자 문제 등 다각도에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녹록찮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중연체자 연쇄부실 우려…소액연체 새 골칫거리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3일 '국내은행, 가계대출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야' 보고서에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와 다중채무자 증가속도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부진으로 가계 차주의 부도 확률은 점차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가 여전히 높다. 일부에서는 현재 가계대출의 부실화 상황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과 흡사하다고도 한다. 이와 관련, 제2금융권대출과 카드대출, 고액 다중채무와 소액채무 등 여러 문제를 시장논리나 당국역할론 중 하나로만 풀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 1월 말 0.98%에서 4월 말 1.08%, 7월 말 1.13%로 지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고액 다중채무자 외에 소액채무자의 신용유의자 전락 문제까지 겹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날 정호준 의원(민주통합당)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KB 등 5대 은행의 대출 연체 신용유의자가 2009년말 16만2000여명에서 올해는 6월말 현재 24만여명으로 2년 6개월만에 47%나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의원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연체로 인한 신용유의자의 경우 올해 6월말 현재 1억원 이상의 고액 연체자(3만202명)보다 1000만원 미만의 소액 연체자(11만2466명)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나온 두 지표를 종합해 보면,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도 있지만 다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집단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다소 안정화되는 상황이지만 소액 신용대출을 갚는 문제조차 버거운 층이나 이미 다중으로 고액대출을 한 경우 모두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위권 신용대출 패러독스·일시 자금회수 가능성 관건

이와 같은 상황은 한 바구니에 담겨 있기는 하지만 해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즉 대출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고통을 받는 층이 있는 한편, 이미 나간 대출을 연착륙시키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하는 층이 혼재돼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과 시장 논리에 의한 조절 대신 당국이 방향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할 필요가 공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부실대출 우려가 각 금융권을 휩쓸면서 대출 회수쪽으로 문제가 치중돼 나타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2금융권의 대출 상황은 이를 방증한다.

근래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등 자료에 따르면, 고신용자인 1~3등급의 신규대출 비중은 1분기 50.2%에서 2분기 53.2%로 확대됐다.

하지만 저신용자의 대출 비중이 감소한 것은 물론 중위권 신용자들에게도(4~6등급) 대출 비중 감소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2분기 38.2%로 지난 1분기 40.7% 대비 2.5%포인트 감소).

서민금융에 있어서도 중위권 신용자들이 오히려 저신용자보다 높은 이율을 물어야 대출을 얻을 수 있는 코너에 몰리는 패러독스(역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서민금융의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서 은행 중심의 정책서민금융 공급은 서민금융회사와 정책금융간의 경쟁을 촉발해 서민금융회사의 고객기반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와 같은 서민금융 지원상품의 내용과 금리를 유지하면, 신용등급 5~10등급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은 오히려 고금리로 대출을 받는 '금리 역차별'이 존재한다고 구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구 연구위원은 대출금융회사가 자신의 선별기능을 활용하지 않는 현실과 관련, 서민금융회사가 직접 지원자를 선별하고 부실이 발생했을 경우 그 일부만을 보전해 주는 방식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연구위원의 주장은 시장논리 적용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시장논리 가동만 주장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전히 남는다고 할 수 있다. 시장논리를 외면해 문제가 되는 상황과 시장의 실패를 방치해 이 둘이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2003년 2분기에 본격화된 '카드 대란' 직전에도 시장에 부실한 가계대출 문제를 맡겨놨다가 문제를 제때 제어하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연초 상황을 되살펴 보면, 은행권은 신용갱생을 대책으로 내놓고 카드사들은 대환대출을 제시했지만, 빚을 미뤄주고 대출을 회수하는 데 초점을 주로 맞춘 제도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죄수의 딜레마 작동 일정선서 제어해야  

즉 자신의 채권을 거둬들이는 데 골몰하도록 방치하면 함께 망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치달을 수 있고 이런 경쟁은 다시 가계대출의 허리에 해당하는 층에까지 우산을 같이 뺏어 버리는 식으로 확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각자 최선의 답을 찾아 한 선택이 맞물려 최악의 결론을 낳는 죄수의 딜레마가 시장논리의 부작용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은 카드대란 당시의 경험에서 도출할 수 있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국내은행, 가계대출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야' 보고서에서 언급된 서 연구위원의 주장을 구 연구위원의 시장논리 가미와 병행할 필요가 부각되는 대목이 이 지점이다. 각 영역별로 다중채무가 연쇄적으로 엮여 있고 일거에 한 축이 무너져 연쇄파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두 가지를 선별적으로 함께 사용하는 것은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의 답이라고 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시중은행들이 고액 다중채무자 등 고위험군을 추출해 이들 대출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대손상각을 하는 등 불확실성을 축소하고 △이들에 대해 금융사들이 일시에 자금을 회수하지 않도록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액 연체자에 대한 구제용 상품·중위권 신용자 시장에 대한 영업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재부각되는 상황에서는 시장논리 가동을 일부 더해도 부작용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