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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루 380만개' 세계최대 생지공장 '파리바게뜨 생산현장'

"오직 안전만 고려해 설계"…휴면생지 상태로 각 점포에 공급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9.24 13: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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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3200여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판매되는 빵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공장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매일 파리바게뜨 매장에 공급하는 것인지, 아니면 각 점포에서 매일 아침 구워 판매하는 것인지….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사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궁금했을법한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파리바게뜨 평택 공장을 찾아 나섰다.

가을하늘이 유난히도 맑았던 지난 21일, 서울을 출발해 평택으로 향했다. 1시간 20분여 달렸을까. 평택 추팔산업단지 내 자리 잡은 파리바게뜨 평택공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총 7만6304㎡(2만3000평) 부지에 들어선 밝은 회색 외관의 공장은 5만2237㎡(1만5802평)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이 공장이 바로 세계 최대 생지공장이자 SPC파리바게뜨 평택공장(이하 평택공장, SPL공장)이다.

◆완전무장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

공장 안으로 들어가 직접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공장 안으로 한 발짝 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출입구를 통해 들어간 뒤 또 다른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방금 통과한 문이 완전히 닫혀 오염물질이 통과할 수 없는 상태가 되도록 기다려야 했다. 또한 본격 생산라인에 들어가기에 앞서 위생덧신은 물론이고 위생복, 위생모, 마스크로 완전 무장(?)을 해야만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손 세척과 소독 과정이 남았다. 손 세척대는 마치 드라마에서 보던 수술장을 떠올리게 했다. 의사들이 수술에 들어가기 전 손을 씻는 것처럼 액상 비누와 솔이 비치돼 있었고, 손을 깨끗이 씻은 후 말릴 수 있는 건조기까지 비치돼있었다. 손 세척 이후 에어샤워, 알코올 손 소독을 끝내고 나서야 빵 생산라인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입고장을 통해 입고된 원료는 모두 창고로 이동해 저장되며, 이후 생산라인으로도 자동으로 운반된다. 이처럼 평택공장은 모두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입고장이다. 빵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모든 원재료가 입고되는 곳으로, 공장 외벽에 만들어진 도크를 통해 들여오게 된다. 밀가루가 입고되고 있었는데, 모두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창고로 이동하고, 이후 창고에서 생산라인으로도 자동으로 운반된다. 

본격 빵 생산라인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생산라인으로 가는 길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개의 문을 통과하고 이리 꺾고 저리 꺾어 찾아가야만 했다. 공장에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공장을 살펴보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오직 안전만을 염두에 두고 설계돼 따로 견학라인 등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정명종 평택공장장은 "식품을 만드는 공장인 만큼 오직 안전만을 고려해 만들어졌다"며 "외부와의 오염차단뿐 아니라 사람에 의한 오염도 막기 위해 공장 전반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67개 품목 390톤·380만개 생산

이곳 평택공장에서는 총 32개 라인에서 하루 380만개의 빵이 생산된다. △페스츄리(크로와상, 애플파이 등) △도넛(찹쌀도넛 등) △바게트·식빵 △고구마케이크 △케이크 시트 △타르트 △커피 △아이스바 △찹쌀떡 등 총 367개 품목이 일 390톤 만들어진다.

가장 먼저 찾은 생산라인에서는 피자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장 2층에 위치한 각 원료 사일로(저장고)에서 각 빵에 들어갈 재료들이 적정량이 계량돼 나오면 본격적으로 생산라인이 가동된다.

   
5만2237㎡규모의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에서는 총 367개 품목의 빵이 하루 380만개 생산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휴면생지는 물류센터를 통해 매일 아침 파리바게뜨 점포로 배송된다.
이 재료들이 반죽 공정을 거쳐 롤러 설비로 넓적하게 펴졌다. 그 위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치즈를 뿌려 1분30초간 구워내면 피자빵이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피자빵은 금속검출기, X-ray 검출기 등 이물검사를 통과한 후 냉동창고로 들어가 급속 냉동된다.

단팥빵 생산과정도 살펴볼 수 있었다.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를 배합한 반죽을 기계가 동그랗게 만들면 다음 단계에서 앙금을 짜 넣은 뒤 모양을 다시 잡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팥빵도 이물검사를 거친 후 냉동창고로 옮겨져 냉동·보관된다. 소보루와 페스츄리도 모두 유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곳 평택공장에서 생산되는 빵의 가장 큰 특징은 굽는 과정만을 남겨둔 빵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평택공장의 기술력이자 자랑인 '휴면생지'라는 것이다. 빵을 오븐에 굽기 직전의 반제품 상태인 생지로 만든 뒤, 영하 20도 이하로 급속 냉동해 휴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휴면생지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후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으로 배달되는 동안 원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명종 공장장은 "많은 사람들이 파리바게뜨 빵이 완제품으로 공급되는지, 각 점포에서 구워지는지 궁금해 하는데, 평택공장에서 휴면생지(반제품) 상태로 공급돼 매장에서 구워져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 등 이물검사, 샘플링 통해 품질관리 '만전'

이렇게 휴면생지 상태로 매장에 공급했는데, 빵이 제대로 구워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휴면생지가 완제품으로 잘 구워지는지 테스트 과정도 진행되고 있었다. 평택공장 내 제품검사실은 매장과 동일한 환경을 갖추고, 한 빼치(batch, 한 빼치당 빵이 약 2500개가 나온다)당 1~2개 휴면생지를 무작위로 선별해 잘 구워지는지, 제대로 된 완제품이 만들어지는지를 테스트한다.   

이 같은 샘플링은 상당한 기술력을 요한다는 것이 정 공장장의 설명이다. 그는 "샘플링 과정에서 자칫 실수가 발생하면 2500개의 방을 모두 폐기해야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며 "정확히 한 빼치 당 샘플을 하나씩 뽑아 완제품 상태를 확인하고, 관능평가를 진행해 완전한 제품만 출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최대 규모 생지공장인 파리바게뜨 평택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위생복 착용, 손 세척, 소독 과정을 모두 거쳐야한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외부 오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앞서 잠깐 언급했듯 금속검출기와 X-ray검출기를 통해 이물혼입 여부를 체크, 제품 안전성을 더하고 있다. 금속검출기는 총 51대, X-ray검출기는 6대 등 총 57대의 검출기를 운용하고 있다.

각 생산라인에서도 제품안전성을 확인하지만, 중앙관제실(통제실)에서 공장 설비, 생산현황, 공장내부 상황을 모두 관제한다. 공장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관리담당자에게 즉각 연락이 가는 동시에 해당 문제를 살펴보고 해결하게 된다.

또한, 어떤 품목이, 언제 어디서 생산됐는지를 표기하는 바코드시스템을 적용해 이물검출 등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라인에서 생산된 품목만 추적해 회수·조사·폐기하게 된다.

◆물류센터 통해 배송, 각 점포에서 구워져 판매

이렇게 안전성과 품질을 확보한 제품(휴면생지)들은 인천, 부산, 대구, 의정부, 제주도 등 15개 물류센터로 보내지게 된다. 물류센터에서 매일 아침 7시 전에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으로 배송한다. 또한, 이곳 평택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파리바게뜨 매장이 운영 중인 미국으로도 수출된다.

휴면생지 상태의 제품들은 냉동창고에서 1년까지 보관 가능하지만, 재고물량이 쌓이면 보관비용 등이 증가하고 품질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1년까지 보관하지 않는다. 점포 기준으로 최대 25일까지로 적정기한을 두고 있다.

이렇게 각 점포로 배송된 휴면생지는 매일아침 점포에서 구워져 따끈한 상태로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