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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과거사 사과'는 어떤 노림수?

"유신·인혁당 헌법 가치 훼손·대한민국 정치 발전 지연" 인정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9.24 10: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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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과거사 논란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프라임경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과거사 문제와 관련 명확한 사과 의사를 밝혔다.

박 후보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과거사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면서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 18대 대통령 후보로 기자회견에 임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 후보는 "저희 아버지께서는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이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 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저 역시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또 "지금 당장은 힘드시겠지만, 과거의 아픔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 더 이상의 상처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게 있어 대선 가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온 과거사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기구 설치로 등돌린 민심을 회복하려는 복안으로 보인다.

실제 박 후보는 40%를 웃돌던 지지율을 지켜왔으나 지난 10일 '인혁당 두 개의 판결' 발언 이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선출 ,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이 겹치면서 각종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두 사람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다자구도에서는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지만 지지율 격차가 크게 좁혀져 불안함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24일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상황 변화에 위기감을 느낌 참모들이 박 후보 본인의 사과와 과감한 대통합행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해 온 이유에서다.

이 방법만이 역사문제에 민감한 유권자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던 모양. 특히 민심이 흩어지고 모아지는 추석연휴 전에 사과 입장을 밝히는 것이 시기 상 가장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입장 발표 말미에 박 후보는 "국민들께서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그네언니의 배꼽사과" 박 후보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유신·인혁당 사건은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는 이제 국민을 소중한 가족으로 여기면서 국민의 삶과 행복을 지키는 것이 저의 마지막 정치적 소명이라 생각한다"면서 "깨끗하고 올바른 정치로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 대해 여당은 물론 야당 역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후보가 유신과 5·16, 유신에 대해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아다고 인정한 점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이고, 나아가 당시 피해자들에게 나름대로 사과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물론 야권 일부에서는 박 후보의 기자회견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만회하려는 선거공학적 접근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