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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고괴담 보다 무서운 '편의점 괴담'

이종희 기자 기자  2012.09.21 17: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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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음식폐기물 회수업자가 유효기간이 지난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 김밥, 햄버거 등의 음식물은 폐기처리요금을 내는 것보다 돼지사료로 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이 종류의 음식폐기물을 양돈 농가에 넘긴 후, 이를 사료로 먹은 모돈이 출산 시에 사산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겨우 태어난 아기 돼지도 곧 죽었다고 한다. 투명해야 하는 돼지의 양수는 커피색으로 탁해졌다. 사료가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하여 곡물사료로 바꾸었더니 출산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미 250마리의 아기 돼지들이 죽은 후였다. 편의점 음식에 관한 일본의 '도시괴담'이다.

뜬금없이 '일본 편의점 괴담'이냐고 물을 분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괴담이 인터넷상에서 끈질기게 남아 회자되는 것은 우리 네티즌들이 "혹시 우리나라도?"라는 위기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하나의 방증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명예부시장팀인 '청년암행어사'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19~40세 347명에게 먹거리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해본 적이 있는 경우는 79.7%이다. 이 중 한 달에 1~3회가 29.8%, 일주일에 2~3회가 15.3%, 일주일에 4~6회가 6.9%다.

CU마트(구 보광훼미리마트)가 작년 1월부터 4월까지 오전 7~9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3% 증가함을 발견했다고도 한다. 상품별로는 도시락 매출이 무려 203.2% 증가, 아침밥을 편의점 음식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밥, 삼각김밥, 샌드위치 품목도 아침 대용식으로 인기를 끌며 각각 41.3%, 35.2%, 22.5% 증가했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일본의 저런 도시괴담이 우리나라 편의점에서도 반복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안 들래야 안 들 수 없다. 문제는 한국의 편의점 음식이 안전지대에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경고음이 이미 여러 번 나오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11월 MBC '불만제로'는 편의점 조리실 위생 상태와 유통기한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제작진이 직접 취재에 나섰다. 편의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한 제보자는 걸레와 햄버거 빵이 함께 나뒹구는가 하면 치킨 튀김옷이 낀 집기들이 걸레와 함께 나란히 널려있다고 증언했다.

제작진은 4대 프렌차이즈 편의점 100여 곳 중 32곳에서 치킨, 어묵, 빵을 수거해 세균검사를 의뢰했고 이 중 3개 브랜드에서 일반세균이 검출됐다. 특히 치킨에는 일반세균이 무려 53만개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에 JTBC에서 방영되었던 '미각 스캔들' 프로그램에서 '편의점음식으로 한 달 살기'를 실시했는데, 건장한 남대학생들이 참여한 이 실험의 규칙은 평소 생활습관은 유지하되 모든 식생활은 편의점 판매식품으로 대체했다. 그 결과, 혈액 검사 시 나타났던 LDL콜레스테롤 증가와 나트륨 증가, 소화기 장애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증상, 무기력함, 복부 쪽 체중증가가 나타났다.
 
소비자들도 편의점 음식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이미 갖고 있다. 편의점식 식사대용품에 관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았더니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좋지 않다. 편의점 식사대용 식품의 재료나 위생상태가 '의심스럽다'를 지지한 사람은 74.5%였고, '믿을만하다'를 지지한 사람은 14.4%였다

늘어나는 편의점 음식… 하지만 신뢰도는 바닥이다. 마지 못해 먹는 셈이다. 김영경 서울시 명예부시장이
   
 
노량진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에 희망도시락이나 희망식당을 운영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고 언론에서 밝힌 바 있다. 김 명예부시장이 서울시와 청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청년들의 식생활·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디자인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점은 그래서 의의가 새롭다.

많은 이들이 편의점 음식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기관이나 업계에서 위생적이고 건강한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편의점 음식을 관리한다면  일본 괴담이 물 건너와 회자되는 현상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