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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밤과 음악사이': 20대가 향수에 젖다

"경제적 여유 있었던 90년대 추억, 마음 풍요 가지려 회기 경향"

이종희 기자 기자  2012.09.21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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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90년대가 향수가 돼 돌아오고 있다. '향수' 혹은 '추억'을 소재로 한 마케팅은 주로 'X·Y 세대'(현재 30~40대)를 겨냥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향수마케팅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폭넓게 진화하고 있다. 1970년대 한국 포크음악사를 이끌었던 '쎄씨봉'을 소재로 한 명동의 '쎄시봉21'이나 '디스코음악', '검정고무신'과 같이 X·Y 세대의 감성을 건드리는 마케팅만이 향수마케팅을 정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키덜트'라는 신조어도 이젠 낯설지 않다. 'Kid'와 'Adult'를 합친 이 용어는 동심을 가진 성인을 일컫는데, '키덜트 마케팅'이 주요한 마케팅 장르로 자리잡을만큼 '향수'와 '추억'은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매력적인 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콘텐츠파워 가치 측정지표인 'COB'의 9월 1주차 분석 결과에 따르면,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소셜미디어 'SNS 버즈량'에서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KBS2의 '각시탈'과 SBS의 '런닝맨'이 2, 3위로 뒤를 이었다.

'SNS 버즈량'이란 SNS에서의 프로그램 언급량을 말한다. '응답하라 1997'의 인기는 예상을 뛰어 넘었는데, 3주 연속 1위를 고수해 눈길을 끌었고 이를 패러디한 각종 기사 제목들도 이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2030세대의 큰 공감을 샀다.

'응답하라 1997'은 현재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2030세대)까지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담았다. H.O.T 멤버 토니의 열렬한 팬을 여주인공으로 삼아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을 중심으로 각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는데, 당시의 인기음악이 줄이어 등장했고 아이돌 1세대를 떠받쳤던 독특한 팬 문화도 극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특히 원년 아이돌의 대표주자였던 젝스키스의 리더 멤버 은지원이 드라마에 직접 출연해 시청자들 향수를 배가시켰다.

드라마뿐 아니라 유흥문화에서도 '2030'의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음의 거리'인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일대에선 '밤과 음악 사이'라는 주점이 화제다. 이 주점의 특징을 꼽자면 외국 팝송이 아닌 한국가요만으로 분위기를 돋운다는 것인데, 80~90년대 가요가 주를 이룬다.

이 주점의 최고 매력은 90년대 빠른 비트의 음악이 나오면서부터 만들어지는 '함께 어우러지는' 분위기다. 흥이 고조되면 음악에 맞춰 손님들은 춤을 추기도 하는데, 90년대에 유행했던 락카페와 흡사해 보인다. 하지만 락카페가 당시로서는 세련된 신문화의 아이콘이었던 반면, 이 주점의 컨셉트는 '향수'에 맞춰져 있다. 흥에 취한 20대 손님들이 H.O.T 안무를 따라하면서 흠뻑 추억에 잠기는 모습이다.

주점의 인테리어만을 놓고 보면 X·Y 세대  취향에 맞춘 듯하지만, 손님의 비중은  20대에서 30대 초반이 압도적이다. 그렇다고 '7080'이 못 어울릴 바도 아니다. X·Y 세대에게도  90년대 한국의 댄스가요들은 이미 향수와 추억의 일부분이 돼 있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기획사의 전직 임원이 지난 2005년경 서울 한남동에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주점은 이태원에 분점을 내면서 호응을 끌었다. 홍대점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인데, 이 기세로 서울 강남과 부산 해운대, 그리고 미국의 로스엔젤레스에도 분점이 들어섰다. 최근 홍대에는 서교동 부근에 분점이 하나 더 등장했고, 서울 화곡동과 신림동 등지에도 가게가 들어섰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주점 '밤과 음악사이'의 '2030' 소비층은 학생 시절을 추억 삼고 있다. 심지어 유치원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는 20대도 있다. 향수와 추억이 X·Y 세대 시대의 전유물은 아닌듯 하다. '향수마케팅'이 폭넓게 진화하고 있다.

문화평론가 진종훈 경기대 교수는 최근의 복고문화 경향에 대해 "요즘 현실이 암울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예전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지금과 비교하면 90년대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자신이 직접해야하는 책임감 가지면서 부모 밑에서 향유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마음의 풍요를 갖기 위해 회기 하려 한다.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경우 '예전문화가 훨씬 좋았다'라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읽은 것이고, 영화 '건축학개론'의 인기도 이런 분위기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본다"는 부연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