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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史 새로쓸 사외이사 군단 탄생하나

노조배경 전문성 김기준案+소수주주 대표성 김기식案=시너지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9.20 21: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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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관심을 끌 키워드 한 가지 정도가 없는 법 혹은 법안은 드물다. 하지만 제대로 효과를 내는 데까지는 많은 고비가 있다. 실제 법률로 공포된 이후라도 많은 난제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명무실한 법이 되는 기회조차 못 누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법안 단계서 빛을 못 본 채 사라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나마 원안대로 통과가 못 되더라도 유사한 법안에 합쳐져 통과되는 '우회상장'도 있다. 이런 여러 문제를 보면 든든한 우군을 만나는 것도 법(안)에게 '일종의 복'이다. 같이 세상에 빛을 보는 경우 혹은 심의 과정에서 합쳐져 대안으로 통과되는 경우 어느 쪽에나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도반 법안들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분야에서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지난 8월말, 은행과 저축은행 뿐 아니라 보험사 등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주기적인 대주주 자격심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은 또한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선임을 하게 규정하고 있다(이하 김기식안). 

한편, 같은 당 김기준 의원은 11일 근로자대표가 복수로 추천한 사외인사후보 중 1인을 이사회에 반드시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기관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흔히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이라고 해석돼 관심의 대상이 된 법안이다(이하 김기준안).   

이 두 법안은 각각 특징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같은 수술 대상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같은 레이스를 펼쳐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 두 안이 각각 법률로서의 생명을 부여받는 경우, 우리 금융회사들은 상당히 진보적인 색채의 법률 규율을 받게 된다. 이 두 안이 가진 아이디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경우 독일의 노조 경영참여제 등 못지 않은 효과를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미 제출돼 있는 정부안 등과 이 두 개의 법안이 대안처리 등 수순을 밟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 하나의 형태로 탄생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외이사 비전문성 논란, 감사위원회 오용 가능성 '골치'

사외이사의 문제와 한계는 비단 금융회사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경제 분야 중 실상 가장 전문성을 띠고 있는 특성상 금융회사의 사외이사가 직면할 벽은 타영역보다 두텁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외이사들이 비상근이다 보니 회사 정보에 약하다는 점이 우려 대상인데, 이는 단순히 법률 전문가 등으로 사외이사를 충원하는 데 급급한 현재의 사외이사 선임 경향을 보면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재 감사위원회 제도도 문제가 없지 않다. 오히려 상근감사가 감사위원회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적도 있는데, 이는 상근감사 선임에는 지분 3% 이상 대주주는 참여하지 못하는 반면 사외이사는 이런 장치가 없으니 이런 문제가 있는 사외이사들로 채운 감사위원회를 앞다퉈 도입해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병폐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다루는 이번 법안들은 이런 대표적인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서 각각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김기준안: 감사위원회 구성은 스마트, 사외이사들 집단적 각성이 과제 

김기준안의 골자는 이미 지적한대로 사외이사에 노조 추천인을 반드시 넣도록 하는 데 있다.

이 제정안은 '내부 사정'에 대해선 근로자가 가장 잘 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근로자 및 노조와 긴밀한 연결고리를 갖는 사외이사는 그러한 전문성 배경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시와 견제 기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와 같은 금융회사들의 상황에서는 사외이사에 이른바 노조쪽 의견을 대표할 대표선수가 들어가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없지 않다.

사외이사들이 스스로 철옹성 같은 자신들만의 성을 쌓고 안주하고 있어 견제를 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사외이사를 대정부 로비창구 격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혹은 금융회사의 대주주나 경영진에 크게 거스르지 않는 잠재적 우군으로 대부분 채워지는 관행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2009년 KB금융 사외이사 사태처럼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사외이사들의 집단적 정체 현상을 깨지 못하면 숫자상 불리한 노조측 사외이사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김기준안은 감사위원회 설치에 있어 상당히 진취적인 구상을 하고 있는 등 나름의 강점이 상당히 있다. 감사위원회 위원의 구성과 관련 김기준안은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감사위원의 선임 절차와 관련, 김기준안은 △감사위원 후보를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하고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전원'에 대하여 다른 이사와 각각 분리 선임하도록 하며 △상법상 감사 선임 시 적용되는 3% 초과보유 주주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의 주축으로 감사위원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구상 특히 대주주의 의결권 입김을 제어하는 문제에서는 강점을 가진 셈이다.  

김기식안: 이사 집중투표제로 소수주주 감시망 강화

그런 한편 김기식안은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출하도록 하는 데 특성이 있다.

이 법안은 이사를 규정함에 있어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등을 망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수주주의 표에 사실상 가중효과를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집중투표제를  통해 사외이사들을 꾸리게 된다는 점에서 이전과 같은 일부 문제 있는 편파성 혹은 식물 사외이사들과 같은 문제를 예방하는 데에는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선발된 이사들인 만큼 김기준안의 감사위원회 관리보다는 약간 촘촘하지 못한 규제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무위원회 구기성 수석전문위원의 법안 분석을 보면, 이 김기식안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아 보인다.

즉 보고서는 "다만, 집중투표제는 다수의 이사를 동시선임하는 경우에 실익이 있다"면서도 김기식안에 대해서 "감사위원이 되는 모든 이사에 대해서는 분리선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선출이 이러한 집중투표제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즉 이를 감안한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구 수석전문위원은 지적한 것인데,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뽑는 강점을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에 대해서는 약화시켜서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라는 본연의 목적 달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 부분을 보완하는 검토 과정이 필요하고, 이런 점에서 다른 법안의 장점이나 반사적 효과를 끌어다 이를 보완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결국 이 두 법안이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에 따라, 내부인에 준하는 전문성과 소수주주의 역할 상승이라는 두 강점 포인트를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이 갖추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 흥미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