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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세컨즈·탑텐 강남입성…SPA 강남서 한판승부

'SPA 전성시대' 명동에서 강남으로 옮겨가…국내외 브랜드 본격경쟁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9.19 14: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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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초 에잇세컨즈와 미쏘의 입성에 따라 명동이 SPA 격전지로 부상했다. 기존 유니클로, 자라, H&M, 망고 등 해외 SPA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으나 국내브랜드 에잇세컨즈와 미쏘가 가세하며 경쟁이 본격화한 것. 이 같은 경쟁구도 속에서 입지를 다진 이들 브랜드들이 속속 강남으로 집결하면서 이 지역에서도 SPA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강남에 출사표를 던진 브랜드들의 시장안착 전략과 이에 대비하는 종전 브랜드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SPA란, 제조회사가 의류 기획부터 생산, 제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총괄하는 것을 말한다. 유통비용 절감을 통해 저렴한 가격, 트렌드의 빠른 반영이 특징으로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국내 SPA시장은 2005년 유니클로(UNIQLO)가 진출하며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해 SPA시장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3조~4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PA브랜드 시장안착 거점은 '명동'

이 같은 SPA시장의 성장세는 유니클로, 자라(ZARA), H&M 등 해외브랜드들이 주도했다.

해외 브랜드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소비자만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브랜드에 익숙한 외국인들을 동시에 공략, 안정적 매출과 성공적 시장안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명동을 국내시장 안착 거점으로 삼았다.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고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명소 1번지로 꼽히는 이유에서다.

실제 유니클로, 자라, H&M 등 SPA브랜드들은 명동상권에서 인기를 누리며 다른 상권으로도 매장을 확대했다. 더불어 SPA시장도 함께 커지며, 향후 성장가능성에 주목한 국내기업들의 SPA브랜드 론칭도 잇따랐다. 국내 SPA브랜드이자 시장 후발주자인 에잇세컨즈(8seconds)와 미쏘(MIXXO), 탑텐(TOPTEN) 등도 명동을 핵심 타깃상권으로 보고, 매장을 개설하며 입지를 다졌다. 

   
국내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와 탑텐이 각각 오는 21일과 내달 5일 강남점 매장을 오픈한다. 사진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에잇서컨즈(좌)와 탑텐 매장.
이처럼 명동상권에서 경쟁하던 국내외 SPA브랜드들이 점차 강남으로 몰려들고 있다. 강남상권 역시 명동과 마찬가지로 해외 SPA브랜드들이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 브랜드로는 이랜드의 미쏘가 안착해있다. 또한 오는 21일 제일모직 에잇세컨즈, 10월5일 신성통상의 탑텐이 오픈을 앞두고 있다.

◆'강남 입성' 국내외 브랜드 경쟁 본격화

이로써 내달 초면 국내 SPA브랜드도 모두 강남에 집결하게 돼 국내외 SPA브랜드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앞서 명동상권이 국내 SPA브랜드가 선두주자인 해외브랜드를 쫓는 테스트무대였다면, 이번 강남진출은 이미 명동과 다른 상권에서 기반을 닦으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강남대로변에 진출해있는 SPA브랜드는 유니클로, 자라, 미쏘다. 최근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가 SPA브랜드로 전환됐고 곧 에잇세컨즈와 탑텐 매장이 문을 연다.

업계 관계자는 "에잇세컨즈와 탑텐의 강남점 매장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안다"면서 "이 두 브랜드 모두 어느 정도 소비자 인지도를 쌓은 만큼 기존 (강남상권 입점)브랜드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잇세컨즈와 탑텐은 이미 유니클로, 자라 등 경쟁 브랜드들이 차지한 만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에잇세컨즈는 21일 강남역 인근 '만남의 장소'로 불리던 뉴욕제과 건물에 1454㎡(440평) 규모로 매장을 오픈한다. '만남의 장소'라는 기존 지역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압구정점, 명동점과 달리 '만남의 광장'을 기치로 매장을 꾸몄다.

소파 등을 다수 배치하고 거울도 다른 매장과 비교해 많이 설치하는 등 쇼핑 고객을 위한 휴식공간에도 중점을 뒀다. 매장은 건물 1~4층이지만, 7층에 옥상정원을 마련해 휴식공간뿐 아니라 향후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 계획이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강남점 오픈으로 기존 브랜드와의 경쟁이 예상되지만, 상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강남역을 중심으로 지역상권의 매출상승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타 브랜드에 비해 강남 진출이 늦었지만 기존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뉴욕제과 자리에 입점한 만큼 랜드마크 위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브랜드 자체의 기술력 등이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돼 강남점 오픈을 글로벌 SPA브랜드로의 전환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탑텐도 10월5일 기존 지오지아 자리에 강남점 매장을 오픈한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은 올해 6월 대학로에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탑텐의 경쟁력은 시즌별로 가장 많이 찾는 10가지 아이템을 초저가에 선보인다는 점이다. 내달 문을 여는 강남점에서도 기존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계획이다.  

◆기진출 브랜드 "아직까지는…"

국내 SPA브랜드들의 강남 입성에 이미 진출을 마친 브랜드들은 아직까지 여유로운 모습이다.

   
신규 SPA브랜드들의 강남 진출이 이어지면서 기진출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강남에 입점한 기존 브랜드들은 신규 브랜드 진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미쏘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주 고객으로 한 다른 SPA브랜드와 달리 목표층을 여성으로 국한한데서 경쟁력을 찾고 있다.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만큼 강남역 인근에 밀집한 오피스가 여성들을 단골 고객으로 형성하고 있다는 것. 또한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유행을 선도하는 김혜수와 서인영을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미쏘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들의 강남점 오픈으로 경쟁이 심화되겠지만 달리 보면 SPA시장 자체가 넓어지는 것"이라며 "브랜드 입장에서는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더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쏘는 경쟁 브랜드 증가와 관계없이 직영점인 강남점 매장의 일요일 휴점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유니클로와 자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유니클로 강남점은 이미 5년 전에 오픈해 충분히 자리를 잡았다"며 "브랜드 전개를 잘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신규 브랜드 오픈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잘랐다.

자라 역시 기존 브랜드들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체 브랜드 전개를 지속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더 빠르게 더 다양한 아이템을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최신의,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지금 당장은 해외브랜드들의 위상이 높지만, 향후 국내브랜드들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SPA브랜드들이 아직까지는 해외브랜드의 경쟁력에 못 미치긴 하나 충분한 성장 여력이 있고,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에 잘 부합해가고 있다"며 "향후에는 국내 브랜드들이 해외브랜드에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