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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쌍용건설 임원들의 용기

'절벽 끝' 회사 위해 전무급 이상 전원퇴진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9.18 16: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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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동성 위기로 벼랑 끝에 몰린 쌍용건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습니다. 얼핏 봐도 말뿐인 ‘허세’가 아닌 듯 한데요, 숨구멍 하나 찾기 힘들 정도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같아 보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캠코와 채권단이 추가 지원키로 한 2000억원과 별도로 최근 연 1000억원 상당의 자구노력 방안을 수립해 18일부터 본격 착수했다고 합니다.

우선 쌍용건설은 거대한 내부조직을 슬림화하는데 역점을 뒀는데요, 기존 6본부 41부 6팀이었던 것을 28팀으로 확 줄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를 낳기까지 희생도 뒤따랐죠. 본부제를 폐지하면서 부사장 3명을 포함해 전무급 이상 임원진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선배들 미덕에 쌍용건설 임원 수는 과거 32명에서 16명으로 딱 절반가량이 줄었다고 합니다. 후배를 위해 기꺼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임원 16명은 지난 14일 회사에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타업종에 비해 수주영업이 큰 몫을 차지하는 건설업계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며 “이런 곳이 본부장제 폐지와 팀제만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겠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쌍용건설 자구노력 안.

말 없이 떠난 선배들의 뒷모습을 보며 남겨진 후배들은 더욱 고삐를 조였는데요, △임직원 상여금 200% 삭감 △접대비 등 소모성경비 50% 절감 △사무실 면적 축소 △자산매각 등 여느 누구도 살을 에는 연 1000억원 규모의 쇄신안에 토를 달지 않았다고 합니다. 

쌍용건설 고위 관계자는 “IMF 이전인 2400여명과 비교하면 현재 인원은 절반가량인 1200여명에 불과하지만 올 연말까지 그중 30%를 더 줄일 것”이라며 “임원들이 후배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먼저 결단을 내린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는 이어 “직원구조조정은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특히 과장이하 저직급 직원들은 여전히 인원이 부족한 해외부문에 전환 배치해 파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며 “회사가 잘되는 것이 직원들을 최대한 살리는 길이자 캠코 및 채권단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1962년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은 아프리카 가나의 절반도 안 되는 82달러였습니다. 자원도 기술도 없이 가진 거라곤 맨주먹뿐이던 그 시절, 우리나라 경제를 살린 것은 건설 역군들이었습니다. 분명, 쌍용건설 재건을 위해 떠난 임원 열여섯명도 그들 중 일부일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의 열정과 소신에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