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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대량 방류, 코스모스 축제장 ‘쑥대밭’

태풍 앞두고 방류량 줄였다가 대량 방류..."최적의 선택.규정 준수했다"

장철호 기자 기자  2012.09.18 16: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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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남 곡성군 석곡면 대황강변 주변 코스모스축제장이 물바다로 변해있다.

[프라임경제] 넋 빠진 한국수자원공사가 태풍을 앞두고 방류를 멈췄다가 일시에 대량의 물을 방류, 곡성 코스모스 축제장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이에 대해 곡성 주민들은 “정신빠진 놈들이다. 축제 끝나고 보자”는 입장인 반면, 수자원공사측은 “태풍에 대비한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 다슬기 축제 위해 방류 줄였다가 대량 방류...태풍 앞두고 안전불감증 전형

18일 한국수자원공사 전남지역본부 주암댐 관리단과 곡성군 석곡면 주민들에 따르면 주암댐 관리단은 지난 15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방류량을 초당 12Ton으로 낮췄다. 16~18일 불어 닥칠 태풍 산바에 대비해 500Ton/sec을 방류하고 있던 물량을 줄인 것.

이는 순천시와 주암면사무소가 주최하고, 주암호 밑 수중보에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열린 제1회 주암다슬기축제에 협조하기 위해서였다. 초당 500Ton의 물량이 방류될 경우 다슬기축제를 진행 할 수 없는 상황. 한국수자원공사는 다슬기축제를 공식 협찬했으며, 후원금까지 준 것으로 확인됐다.

주암댐 관리단은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500Ton/sec을 방류하다가 이후 초당 700Ton으로 방류량을 늘렸다. 이로 인해 대황강변에 조성된 1만평 규모의 코스모스 축제장이 물에 잠기고, 상당한 코스모스들이 물과 함께 쓸려 내려갔다.

1년간 축제를 준비하던 주민들은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이은 태풍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순천과 곡성에 또 다른 태풍 산바가 오고 있는데, 다슬기축제를 강행한 것은 안전불감증의 전형이다고 비토하고 있다.

◆ 주민들, 저수율 실패가 사건의 주범

주민들은 특히 주암댐 관리단의 저수율 실패를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인근 섬진강댐의 저수율은 75~76%였지만, 주암댐은 90%를 넘어섰다. 때문에 태풍을 앞둔 지난 14~15일 산바의 우량을 수용하기 위해 과도한 물을 방류했다는 것.

이에 대해 주암댐 관리단측은 "세번의 태풍으로 현재까지 강수량이 1600mm로 집계, 예년 평균치 1200~1300mm를 훨씬 초과한데다 방류량은 한계가 있어 높은 저수율을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곡성군 석곡면과 석곡코스모스축제 추진위는 지난 17일 긴급 회의를 갖고, 오는 21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축제를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석곡면 주민 A씨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코스모스축제장을 개판으로 만들었다”면서 “일단 코스모스축제를 진행한 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며, 코스모스축제에 코스모스가 없어 주인공 없는 축제가 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불가피한 상황서 최적의 선택...잘한 일이냐 불만

코스모스 축제장 침수 사건을 놓고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 관리단 측은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주암댐 관리단 관계자는 “행사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다슬기축제위원회에 축제 연기를 권고했지만, 시장 등 내외귀빈들의 일정이 짜여져 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천부지에 코스모스 축제장을 조성한 것에 대해 수차례 자제를 요청했다”면서 “기상청 예보에 따라 초당 700톤의 담수를 방류했고, 방류전 미리 통보하는 등 규정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석곡면 관계자는 “내년에 곡성코스모스 축제장에 엄청난 국비가 투입될 예정이다”고 반박한 뒤 “다슬기축제를 위해 코스모스축제를 망친 일이 잘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