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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로그인 총괄하는 주식전문가 '개그맨 김수용'

'손절'인생에서 '정도'인생으로… 웃기지 않은 그의 투자법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9.18 13: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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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작년 12월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가 방송을 탄 후 처음으로 주요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도 올랐고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개그맨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웃겼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당시 방송에서 '자학' 개그와는 다른 '비탄' 개그로 시청자들을 대폭소하게 만든 개그맨 김수용은 이미 파괴적으로 무심한 세간의 풍파를 이겨내는 달인의 경지에 오른 듯했다. 

'명의 잘 빌려주는 개그맨'으로 대중에 웃음을 준 그는 역시나 바람직한 얼굴(다크서클 제외)처럼 정석대로 당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사기는 물론이거니와 멋모르고 접근한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패를 통해 투자의 정도를 바르게 배웠다. 개그맨 김수용에게 '실패'는 확실한 코칭매니저 역할을 했다.

◆ '명의 빌려주는 개그맨'에서 '연예인 빌려주는 사업가'로

18일 오전 '20년 절친'인 개그맨 김용만과 함께 설립한 서울 여의도 소재 국내 최대 이벤트기업 '스타로그인' 사무실에서 개그맨이 아닌 주식전문가로도 입지를 굳히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기업체 CF모델부터 공공기관, 기업, 학교와 개인행사까지 연예인을 섭외해주는 원스톱 솔루션업체 '스타로그인'은 대표이사 김용만씨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관련 각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 20여명이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효율적 섭외시스템을 구축했다.

   
주식전문가로 거듭난 김수용씨가 첫째 나원이를 소개하며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다.
상기의 뜬금없는 스타로그인 소개는 월급이 나오지 않는 대표이사직 대신 총괄본부장을 택한 김수용씨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팩트는 팩트다. '명의 잘 빌려주는 개그맨'에서 '연예인 잘 빌려주는 사업가'가 된 그는 역시나 시크했다.

증권전문방송 팍스TV에서 맡고 있는 코너인 '친절한 종목상담' 진행을 마친 후 거의 매일 출근하며, 41개월을 막 넘긴 첫 아이 나원이에게 쏟는 애정만큼 사업체에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뷰 당일도 '가수 둘, 개그맨 하나' 패키지의 3000만원 규모 행사를 유치한 그는 2004년 시간당 2만원 짜리 용인 송담대학 시간강사, 대구과학대학과 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교수를 하면서 말도 못할 수모를 겪기도 했었다.

이랬던 그는 증권전문방송의 진행을 맡고부터 본격 증권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달 말부터 타 케이블방송에서 성(性)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김수용의 19쇼'도 진행하는 등 바짝 다가온 '제2의 골든에이지(전성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즈모드'로 돌입했다.

◆ '망한 개미'에서 '감 잡은 투자자'로

"새○○술이랑 인간게놈 반반씩 섞어주세요. 처음 주식을 시작할 때 집 근처의 증권사로 찾아가 직원 권유를 들은 후 내뱉은 말이에요."
 
2000년 처음 주식을 시작, 아무런 업체정보도 없이 무작정 신문을 보고 상투(주가 최고점에서 순매수)만을 추종하는 투자로 1000만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증권사 직원이 추천한 인간게놈프로젝트 관련 종목도 다음날부터 폭락을 시작, 일주일 지난 후 주가가 절반으로 추락했다. 결국 두 손을 들고 다 내다팔았다. 이후 투자한 엔터주, 기술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시기 그는 동료의 주식투자 소식을 접한 김용만씨와 지석진씨의 종목추천 요구를 받아들여 H제과 등 몇 종목을 권했다. 당시 처음 주식을 시작한 김용만씨는 횡보장세를 견디지 못하고 손절매(향후 주가하락 전망 때 손해를 감수, 보유주식을 매입가격 밑으로 순매도)를 택해 추가손실을 막았지만 지석진씨는 저가 매수의 함정에 빠져 끝까지 미련을 두고 있다가 피해를 키웠단다. 결국 H제과는 2001년 상장폐지됐다.

이후 김수용씨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됐고 지인들에게 추천은 물론 자신 역시 감을 잡기위해 몇몇 종목에 투자하는 것 이외에는 일체 종목에 손을 대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한 동료가 모 포털사이트 증권카페에서 알게 된 후배가 직접 자신을 찾아와 종목 매수를 강력 추천했다며 투자를 부추기기도 했다. 이에 김수용씨 曰. "가까이 하지 마. 그 사람이 그렇게 잘 맞추는 사람이면 타워팰리스에서 벤틀리 끌고 와야지. 왜 널 만나러 일산에서 마을버스에 지하철 두 번 갈아타고 오겠니…"

◆ '새가슴 초짜'에서 '수익 내는 전문가'로

"아유~ 더러워. 이제 다시 주식을 하면 내가 개다." 주식투자 초기 3년간 4000만원을 날렸다. 주식을 처음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종목 기준 누적수익률은 마이너스.

2007년경 증시가 불을 뿜는다는 기사를 보고 한 동안 쉰 주식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사 공부를 시작, 양봉과 음봉, 이중바닥형과 다중바닥형,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주식의 이치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손을 댔던 게 얼마나 무모했던 일인지를 실감하게 됐다.

그는 이후 얼마간의 수업으로 다져진 투자지식과 증시 호황기의 시너지를 노리고 증권주를 사들였다. 그러나 다시 증시는 바닥권으로 내던져졌고 그는 또 손절매. 2008년 초엔 이명박 대통령 당선과 맞물려 4대강 테마주에 손을 댔다가 수익률 -20% 다시 손절매.

다음부터는 새가슴으로 KOSPI200에 포함된 우량주만 들여다보다가 작년 9월 상장지수펀드(ETF)를 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시기부터 수익률 개선이 이뤄졌고 코덱스 레버리지를 추종하게 됐다. 유로존 리스크와 주요국 경기 둔화 악재가 기승을 부리건 말건 그의 수익률은 항상 상향곡선을 그리게 됐다. 

"우량주 투자는 자의적 판단으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외부세력에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그러나 지수는 조작이 힘들고 해외이슈만 어느 정도 챙기면 부분 예측도 가능합니다. 레버리지는 종목과 달리 부도가 없습니다. 손실을 본 적도 없고 별 다른 조언도 필요 없어요.

그는 현재 '코덱스 레버리지 인덱스' 한 우물에 집중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시장흐름을 읽을 수 있고 2배의 수익률만으로 충분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투자자에게는 이만큼 적합한 상품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부연해 그는 한 사례를 들었다. 김수용씨의 증권방송 진행 소식을 듣고 부단히 종목 추천을 요구하던 개그우먼 김숙씨에게 일단 오래가져갈 생각으로 쓸어 담으라며 코덱스 레버리지와 우량 종목 몇 가지의 정보를 넘겼다. 내심 불안한 감도 있었지만 결국 김숙씨는 그를 존경하게 됐단다.

◆ 김수용에게 주식투자는 '마라톤'이다

인터뷰 시작 후 뜬금없이 다가오는 유머로 허를 찌르다가 어느 순간 감 잡을 새도 없이 트레이드마크인 다크서클처럼 짙은 전문가의 포스를 내뿜기 시작했던 그는 역시나 담당 코너에서도 큰 실수는 한 적이 없다. 다만 인사 타이밍을 놓치고 소개했던 전문가를 또 소개시키는 잔잔한 실수는 몇 번 있었다고.

   
주식투자는 '마라톤'이라는 명제를 내놓은 그는 어떤 투자건 끊임없는 페이스 조절이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두 명의 전문가와 함께 진행하는 그의 방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자는 14살 때부터 주식투자를 했다는 대학교 1학년생. 그 학생은 저평가된 최고의 가치주라며 '작전주의 레전드'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코스닥종목을 추천했다.

함께 한 전문가는 최고의 저평가종목이라기 해당 종목의 문제를 지적하며 다른 종목으로 교체를 권했지만 그 학생은 전문가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결국 울분을 토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상담을 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읍소를 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가장 최근에는 '당장 돈이 필요한데 주식이 오르지 않아 너무 걱정'이라는 한 아주머니의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다른 종목에 투자할 자금이 필요하다는 얼토당토않은 설토를 했고 시청자들에게 실소를 선물했다.

이런 투자자들을 위해 전문가 김수용은 인터뷰 말미 조언을 추가했다.

"돈이 많다면 안정적인 금이나 채권에 투자하겠지만 가진 돈 얼마 없는 서민에게 주식은 매력적인 투자대상이죠. 주식투자는 '마라톤'입니다. 끊임없이 페이스를 조절하고 반환점을 사전에 챙기는 노력 정도는 필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