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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에너지 저장소'에 모인 아이들

오정근 코치 기자  2012.09.17 1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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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여기에 저에 대해 좋은 말을 써 주세요.”

명찰을 보니 혁이었다. 청소년 비전캠프에 도착하자마자 키가 제법 큰 중학생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갑작스런 요청에 살짝 당황했으나 아이의 요구가 무엇인지 쉽게 알아차렸다.

딱딱한 3공 화일에 끼워진 종이에는 ‘에너지 저장소’란 제목이 인쇄된 것 이외는 여백만 보였다. 캠프 6일차 오전에 강의 차 캠프장에 첫 발을 들여 놓은 바로 그 시점에 혁이가 쉬는 시간을 이용해 내게 불쑥 다가온 것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혁이가 잘 하는 것이 뭐에요?” 대답을 듣고 다시 물었다.

“혁이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에너지 저장소’란 제목이 암시하듯 내가 쓴 글이 아이에게 에너지를 전해준다면 성공일 게다. 코칭 과정에서 늘 그러하듯 긍정질문과 미래질문의 답을 들으며 아이에게 인정칭찬을 듬뿍 전하자 아이의 말투에서 이내 에너지가 느껴졌다.

혁이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장차 커서는 자동자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도 말했다. 혁이의 대답을 토대로 현재의 모습을 지지하면서 기대되는 미래의 멋진 모습을 글로 써주었다.

혁이와 대화가 자연스레 마무리되자, 느낌이 왔다. ‘아이가 다가오기만 하면 코칭 대화를 이처럼 쉽게 풀어 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나도 그랬지만 아이는 크게 만족해했고, 저녁에 내게 다시 찾아와 볼펜으로 내 초상을 그려주었다. 빠른 속도로 그린 초상은 내가 봐도 흡족할 만큼 그림 솜씨가 돋보였다.

캠프 7일 동안 중고생 아이들 14명은 긍정에너지를 이런 식으로 모아왔다. 내가 머문 이틀 동안 내게 ‘에너지 저장소’에 글을 써달라고 요청한 아이들이 7~8명 정도 되었다. 내가 먼저 다가선 적은 없었다.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어왔기에 좋았다. 코칭식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할수록 보람을 느꼈다. 망치로 효과를 본 사람은 모든 것을 망치로 해결하려 하듯이, 코치들은 코칭적 장면을 기대한다. 놀라운 것은 비전캠프 참가자답게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이나 꿈을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점이었다.

원래 자신의 꿈은 언론사 리포터였는데 여기 와서 모델로 바뀌었다고 말하는 중 1학생도 있었다. 독립된 1인 텐트에서 혼자 밤을 지내기도 했고, 5일차에는 묵언과 단식을 하루 종일 견디어냈고 미래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 결과라고 답한다.

자신의 생각을 지지, 격려를 받으며 에너지를 모아 왔기에 가능했을까? 낯설어 할 법도 할 텐데 아이들은 쉽게 다가왔고 스스럼없이 어른들을 대했다. 해맑고 건강한 모습이 정말 아이들다웠다. 캠프참가 아이들 가운데 법적 보호관찰 대상인 아이들도 있었다면 믿어질까?

   
 
섞어 놓은 것이 물과 기름 같지 않을까 불안하다 했었는데,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위기감이 없었다. 이처럼 각자 에너지를 잘 모아왔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힘이 넘쳤다. 자발적으로 자기들의 재능을 발표하겠다며 어른들을 위로할 줄도 알았고, 봉사자선생님들 한 명 한 명에게 연서형태로 덕담을 가득 담아 선물로 전해줄 때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자신들에게 충만해진 에너지를 나눠줄 줄 아는 지혜로운 아이로 성장해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이번 여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오정근 코칭칼럼니스트 / 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 / 기업체 전문강사 / 심리상담사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