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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혁신' 빠진 아이폰5, 애플 '자충수' 되나?

나원재 기자 기자  2012.09.14 15: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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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또 한 번의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애플 아이폰5가 지난 12일 공개된 이후 반향이 거세다. 아이폰4S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애플이 그간 고수해온 디자인에 확 달리진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출시 전 흘러나온 설(說)이 대부분 맞아떨어진 터라 싱거울 지경이다.

아이폰5는 보다 커진 4인치 16:9 비율 화면에 20% 가볍고, 12% 날씬한 제품으로, LTE 지원과 A6칩으로 그래픽 처리속도가 2.1배 향상됐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세상에 떠들썩하게 소문이 나면 오히려 좋지 못하다는 속담에 아이폰5가 보기 좋게 걸려든 모양새다. 보다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애플은 흔히 말하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애플은 현재 삼성전자(005930)와 세계시장서 떠들썩하게 자웅을 겨루고 있고, 핵심이 특허소송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에 걸 맞는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어야 될 타이밍이었다. 아마도 국내외 업계와 소비자들의 싸늘한 반응도 같은 이유였을 것으로 사료된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애플의 다음 행보를 유심히 좇을 필요는 있지만 애플이 불안한 이유는 여전하다. 바로 IT 왕국 일본의 몰락이다.

일본은 빅3로 꼽히는 소니와 파나소닉에 이어 최근 샤프마저 실적악화로 CEO를 교체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 때 그들은 세계시장을 호령한다며 자신했지만, 신기술의 부족은 스스로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저널리스트 리처드 카츠는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일본 전자업계의 실패 이유를 분석했다.

리처드 카츠에 따르면 일본은 과거 값싼 노동력에 기반한 가격경쟁력으로 전자왕국을 이뤘지만, 이후 혁신 없이 과거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면서 삼성전자 등 후발기업에 자리를 내줬다.

   
 
그는 NEO와 히타치, 미쓰비시를 합한 엘피다를 예로 들며 실패한 기업을 포기하기보다 하나로 합쳐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꾀했지만 이 또한 실패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와 함께 벤처의 부재도 한 몫 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몰락에 애플이 투영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혁신이 배제된 아집은 애플 스스로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 애플 아이폰5가 자충수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IT·전자업계 모두 이러한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곰곰이 짚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