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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말 많은 실손보험, 고객은 여전히 뒷전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9.13 17: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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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실손보험 보상한도 축소에 대한 소비자단체와 보험사간의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지난 11일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이 보험사가 설명 없이 입원의료비 보상한도를 임의로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는 자료를 배포하자 손해보험협회(이하 손보협회)도 보험업감독규정 부칙에 의거해 보험을 판매했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에 나선 것이다.

소비자원은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2009년 8~9월 체결했던 실손의료보험이 3년 갱신형으로 올해 8~9월 갱신시점이 도래하자 설명없이 입원비 보상한도를 축소한다는 내용문을 소비자에게 발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에 따른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실손의료보험 갱신관련 상담도 202건이나 됐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원은 보험사들이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계약 체결 후 3년이 경과했으므로 계약내용을 변경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보험업감독규정’에는 ‘보상한도의 축소’와 관련된 내용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손보협회는 즉시 보험사가 임의로 보장내용을 축소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2009년 금융당국은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최소 본인부담금을 설정하고 보험상품 단손ㆍ표준화를 시행했다. 개정규정은 2009년 8월1일부터 시행됐으나 실손의료보험 단순ㆍ표준화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9월30일까지 경과조치를 뒀다.

손보협회 측은 가입한도 1억원을 5000만원으로 축소하는 것 또한 보험업감독규정시행세칙의 별표로 9월30일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또, 당시 금융당국이 보상한도를 축소한 것은 실제 5000만원을 초과한 의료비 지급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고 고액보장 시 계약자의 입원연장, 비급여 증가 등 보험금이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소비자 이해도 제고를 위해 일반우편을 통한 기존 갱신안내장과 별도로 계약갱신 1~2개월 전에 등기방식을 통한 안내문을 추가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2009년 당시 실손의료보험제도 통합을 앞두고 보험사들의 절판마케팅을 통해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이다. 당시 두달간 체결된 보험계약은 약 67만건에 이른다.

손보협회는 약관 및 청약서 등 안내자료에 향후 보상내용, 가입금액, 보험기간 등은 최초 갱신시점에 변경됨을 명기해 판매했다고 주장하지만 보험가입자들이 깨알 같은 글씨의 약관을 얼마나 자세히 읽어보았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소비자원에는 홈쇼핑 방송에서 ‘평생 1억원 보장’이라는 설명만 들었을 뿐 보상한도 축소 설명은 듣지 못한 고객, 설계사로부터 보상한도 축소 설명을 듣지 못하고 가입한 고객 등 다양한 피혜사례가 접수됐다. 보험사는 설계사가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고객의 주장에 설계사가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보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보험사들이 소비자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운영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 규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보험사들은 피해자 구제에 미흡한 모습이다.

특히, 매달 향후 일어날 사고를 위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고객들이 제도변경부분에서 배제돼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보험사들은 약관 명시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상세한 설명이 이뤄졌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보상한도’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당장 큰 치료를 받고 있는 고객들에겐 청전병력과도 같은 소식일 것이다. 그만큼 보험사들은 이번 문제에 대해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당시 ‘보상한도 축소’에 대해 고객들에게 설명이 됐는지 그렇지 않다면 67만건의 계약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가입자 보호 노력이 시급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