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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도 끄덕인 금세기 산업대전 '조커'는 특히나 '특허'

글로벌 주요국들 이머징시장 침탈… 이해상충 기업 간 합동전선 구축 시급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9.13 10: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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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특허법 따위 없어도 그만이다." 무단 특허침해 분쟁에서 지칠 대로 지친 '세기의 발명왕' 에디슨이 관련 소송 마무리 후 특허의 중요성을 반어적으로 역설한 말이다. 지난달 24일 애플의 안방인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의 배심원 평결로 10억달러에 이르는 배상액을 떠안은 삼성전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호감도가 높아지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2007년 이후 특허 소송 누적건수는 각각 152건, 127건에 달한다.

또 다른 산업섹션의 스마트대전, 물고 물리는 두뇌싸움. 초입을 지난 21세기는 20세기 유형자산 다툼에서 벗어나 특허권·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 분쟁이 심화하고 있다. 2010년 이후 크게 증가한 특허분쟁은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인식되며 첨단산업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 등 이머징국가들을 특허박스의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 '두말' 필요 없는 특허 중요성…주요국 산업핵심 '한축'

이미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G범주의 국가들은 지적자산에 대한 관심을 한껏 높인 상태다. 중국은 2009년 국가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 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지식재산을 기술, 인적자원과 함께 국가 3대 전략으로 채택했고 일본은 21세기 국가발전목표에 지적재산권을 포함했다.

   
에디슨도 경쟁업체들과의 특허 분쟁을 겪었다. 다툼은 특허권 존속 기간을 2년 남긴 시점에서 마무리됐지만 에디슨에게 큰 시련을 안겼다. 특허대전(大戰)의 효시격인 이 사례는 근자에도 NPE 종사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특히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공약집에서 글로벌 경쟁의 핵심으로 특허시스템을 거론한 바 있으며, 이미 'NPE(Non-practicing Entities)'가 신생 사업군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허권 관리기업이 특허소송 합의금 및 배상금, 로열티만으로 수익을 내는 NPE업체는 미국 내 640여개에 달하며 2000년대 초반 IT버블 여파로 무너진 벤처기업들의 특허권을 인수한 업체들이 꾸준한 로열티 수입을 창출,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13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보유한 지적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는 5조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불어 미국은 2009년 이후 특허소송 건수가 빠르게 늘면서 산업 내 주도권 확보 또는 특허보유에 따른 실리를 챙기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2005~2008년까지 분기당 500~700건에 불과하던 특허소송건이 2009년 이후 1000건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 글로벌 특허戰 점입가경… 무역수지 악화까지 우려

기술이 발전할수록 특허경쟁도 치열해지는 게 당연지사인 만큼 특허출원 세계 4위권인 우리나라의 경우 단단한 중무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듀폰 등 우리나라는 관련 분쟁에 휘말려 있다. 수조원대에 달하는 소송 규모도 그렇지만 미국과 일본, 유로존 국가 등 소송 상대국과 건수 모두 증가 추세다.

또한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지적재산권 사용료 해외지급액은 4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이에 반해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입도 상반기 20억5000억달러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올라섰지만 지급액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지가 적자를 지속, 로열티 지급액이 증가하면 무역수지 악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주력산업으로 꼽히는 스마트기기, 하이브리드 자동차시장에서 주요기술을 가진 국가들과의 특허쟁탈전을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특허분쟁에 대비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찾기 힘들다는 것. 실제 한국은 OECD국가 중 기술무역수지배율 하위권 수준으로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치가 낮은 편이다.

◆ 머리로 승부하는 '한국' 특허전략도 승부 걸어야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와 우리투자증권은 '사나포선(Privateer)'과 '합종연횡'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특허전략의 폭을 늘릴 수 있는 사나포선 방식은 모기업이 아웃소싱 등으로 특허권 관리업체를 둔 후 실질적 자회사를 활용해 경쟁사에 소송을 제기, 모습을 감춘 상태에서 소송 지휘를 할 수 있다. 특허관리비용 절감은 물론 소송 패배 때 손해배상 회피도 가능하다.

동일업종 내 원천기술 보유 기업 간 택할 수 있는 합종연횡 방식은 특허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인수·제휴와 함께 특허소송으로 경쟁기업 및 신규 세력의 성장을 견제, 특허 경쟁력을 먼저 보유한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증권사 강현철 연구원은 "한국은 사나포선보다는 합종연횡 방식이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 등 특허경쟁력 보유기업은 특허출원팀을 IP센터나 자회사방식으로 일원화해 특허관련 소송 및 수익원 확보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업체 간 '합종연횡'이 취약점을 보완할 대안이라는데 동감했다. 최신 기술이 뭉친 첨단제품이 늘어 특허 수 역시 급증세지만 자체 개발로 전체 기술특허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합종연횡으로의 합동전선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연구소는 "특허는 더 이상 연구개발(R&D)의 산물이 아닌 만큼 관리 측면에서 벗어나 특허전략 전담조직 신설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공적을 목적으로 특허등록에만 치중하지 말고 전담조직을 활용, 특허가치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한금융투자 김병주 수석연구원 또한 "산업 융·복합화에 따라 경계를 넘어선 분쟁이 시작됐다"며 특허소송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 특허 공세에 맞서는 것도 iOS와 안드로이드 진영 차원의 싸움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