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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vs업계 '파생상품거래세' 다툼에 금투협 노조 가세

국회 정책토론회 하루 앞두고 '즉각 폐기' 성명 발표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9.11 17: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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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투자협회 노조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데도 정부가 세수확보라는 명분을 앞세워 무리하게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8일 주식양도차익세 범위 확대와 파생거래상품에 대한 거래세 도입 등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 발표 이후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 위축과 거래량 감소 등을 이유로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노조도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금투협 노조는 1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시도를 반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법과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파생상품 거래는 ‘제로섬 게임’ 과세 의무 없다”

노조에 따르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파생상품 거래는 한쪽이 이익을 보면 상대는 같은 금액을 손해 보는 ‘제로섬 거래’이기 때문에 담세력(세금 부담을 위한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또 “자본시장 규모가 확장되면 금융산업은 따라서 성장한다”며 “금융의 공공성을 해치는 단기투기거래를 막고 건전한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개인 투자자의 투기거래에 대해 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금융정책 및 자율규제를 통해 대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특히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이 관련 금융투자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수확보라는 명분을 앞세우다 금융투자시장의 유동성이 위축되고 변동성이 확대되면 결국 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기관 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익을 싹쓸이하는 게 두려워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찬성했다면 지극히 근시안적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자체가 최종 수혜자가 되고 이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날선 목소리를 냈다.

이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이런 부작용 때문에 거래세를 도입하지 않거나 입법이 무산된 사례가 많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거래세를 부과하는 대만은 이미 자본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도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이어 금투협 ‘동참’

금투협 노조의 반대 성명은 최근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두고 입법당국과 금융투자업계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한 부분이다.

앞서 지난 7월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이 거래 규모를 절반 정도로 위축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6일에는 자본시장연구원이 나서 거래세 부과 때 선물과 옵션거래는 물론 주식거래량까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노조의 반대 성명 역시 이 같은 입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정부는 거래세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하더라도 거래량 감소 규모는 크지 않고 선물과 옵션에서 총 1437억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3년의 과세 유예기간을 줄이고 세율도 더 높여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관련 정책토론회 공지 팝업.
12일 국회에서는 파생상품 거래세 관련 정책 토론회가 열린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환임을 밝히며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이후 열리는 첫 공식 토론회다.

이날 토론회는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과 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 등이 주최한 것으로,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 실무자와 연구기관 등이 모두 모인다. 토론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12년 세법개정안'에서 파생상품 거래세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정안에 따르면 선물은 0.001%, 옵션에는 0.01%의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해당 개정안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