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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보광에서 CU까지' 홍 회장에게 훼미리마트란?

전지현 기자 기자  2012.09.11 17: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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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편의점 보광훼미리마트가 CU로 상호명을 바꾼데 대해 ‘2세에게 물려주기 위한 포석깔기’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기존 보광훼미리마트는 한동안 상호를 훼미리마트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일본에서 들여온 느낌이 짙다는 이유로 사장이 직접 사명에 보광을 넣도록 지시했다는 뒷이야기가 있죠. 그 일환이었을까요. 편의점 업계 1위인 보광훼미리마트가 이번에는 BGF리테일로 사명을 변경하고 일본브랜드인 훼미리마트에서 독자편의점 브랜드인 CU로 재탄생했습니다.

물론 지난 6월18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듯 상호명 변경은 ‘21세기형 한국형 편의점’ 추구라는 콘셉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 인테리어적 측면의 변화인 △점포별 줄인 상품수로 공간 활용 △1인 가구에 맞춘 먹거리 매장 중심 배치 △내부가 보이는 통유리 제작 등은 미미한 수준이라 합니다. 한국형 시스템 도입 역시 주기적으로, 수시로 시스템 변화가 이뤄지는 편의점 업계에서는 획기적인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이쯤 되면 그동안 단돈 1원의 지출도 꺼렸던 CU가 100여억원을 들여가며 상호명 변경을 추진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기존 보광훼미리마트는 매년 매출액의 0.05~0.25%를 로열티로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름을 바꾼 CU는 BGF가 소유권 전부를 가짐에 따라 지난 2010년 34억원, 2011년 36억원 등 매년 지불해온 수십억대의 브랜드 사용료를 굳힐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기자들 사이에서는 로열티 지불, 해외진출 이 두 가지가 사명 변경의 진짜 이유라는 설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초반에 언급했듯 업계는 홍석조 회장의 움직임 이면에는 ‘2세 경영권 되물림을 위한 포석깔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풀이를 내놓고 있습니다.

전 검사출신인 홍 회장은 BGF리테일 설립 후 수차례 증자를 거쳐 지난 2011년 12월31일 기준 보유주식 35.02%로 최대주주에 올라있습니다. 일본훼미리마트(23.48%)가 2대 주주죠.

홍 회장의 아들 정국씨(30)는 82년생으로 지난 2010년 11월28일 구자용 E1부회장겸 LS네트웍스 회장의 장녀 구희나씨와 결혼했습니다. 정국씨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죠.

이러한 정국씨가 BGF리테일로 자리를 옮겨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선 깔끔한 발판이 필요합니다. 기업 2세들의 초반 경영권에 대한 시장평가가 얼마나 냉정한지 여러 대기업 사례를 통해 익히 봐왔기에 단기간 가시적 성과에 대한 부담도 있었겠죠.

그러나 일본 훼미리마트와 묶인 라이센스 계약은 하나뿐인 아들의 사업 도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라는 게 홍 회장의 판단이었다는 것이죠.

아울러 이번 명칭 변경은 기존 LG25가 GS25로의 사명변경을 롤 모델로 삼고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최소 2년의 사전 작업을 통해 점주와 협의하고 법적 소송까지 가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 결국 지난달 훼미리마트 가맹점주 24명은 BGF리테일을 상대로 ‘명칭변경에 따른 손해를 배상’ 취지의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최근 4명의 가맹점주는 같은 내용으로 추가 소송을 했고 점주들 모임은 이달 안으로 3차 소송 준비 중임을 밝히는 등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죠.

점주들은 ‘훼미리마트’라는 상호 변경 부당과 새 브랜드의 낮은 인지도에 따른 매출 악영향,본사 직원들의 브랜드 교체 강요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가맹점주들은 인터넷카페를 통해 ‘동의 서명의 의미를 몰라’ ‘SC(본부직원)가 서명하라고 사정해’ ‘단순히 간판만 바뀐다기에’ ‘실수로 클릭했는데 서명이 됐다’고 따지는 등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지난 6월 홍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점주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 깔끔하게 마무리됐다고 강조한 바 있죠.

100억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수많은 점주들과의 다툼까지 충분히 예상됐지만 이 같은 리스크를 품고도 사명을 바꾼 건 ‘확고한 경영의지’일까요 아니면 아들에게 확실한 경영환경을 물려주고자 한 ‘눈물겨운 부정’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