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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지원·경기부양책 그늘'에 내몰린 서민가계

서민 외면 경기부양·대출苦·전셋값 고공행진 속 '다중이' 대책 실종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9.11 11: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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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실물경제 침체 상황에서 서민 가계가 계속 고통을 받고 있다. 당국과 은행권 등에서 금융지원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서민 금융은 좀처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중소기업과 함께 경기 활성화의 주요 화두 중 하나인 저신용·저소득 계층에 대한 지원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논란의 꼬리표를 떼지 못해 왔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에서 가계 대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제2금융권 대출비중이 눈에 띄는 상황을 지적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대출의 질이 좋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저성장 기조가 공식화된 지금 경기 부양책을 가동하는 와중에 잘못 끼운 단추를 계속 채워서는 또 다른 위기 요소를 만날 경우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중은행·저축은행 대출 문제점 불만 여전 

시중은행들은 최근 저신용자에 대한 소액대출이나 연체이자율 및 최고대출 금리 인하 등을 적극 제시하고 있다. 프리워크아웃 등의 논의도 시작됐다.

하지만 프리워크아웃은 엄격한 시행 자격으로 실질적으로는 일시적 경색에 직면한 층에 유용한 것으로 막다른 상황에 내몰린 저신용·저소득층 일반에 효과를 모두 기대하기는 어렵다. 은행의 가계대출 중에는 10% 이상 고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금리 인하 등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은행 고객군만 금리 문제로 목마른 게 아니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층에서도 기존 상품들보다 금리 인하가 된 대출을 기대했지만 기대치가 충족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대출 금리 등에서 실상 혜택을 보는 층이 극히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이 금융그룹으로 인수되면서 등장한 이른바 금융지주 저축은행들이 10%대 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는 중간교량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부분도 현재 크게 충족되지 않고 있다. 상품 개발이 많지 않고 신용등급 적용 문제에서 사실상 이를 이용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그 아래 햇살론 등을 두드리는 경우도 문제가 없지 않다. 햇살론 대출 대상은 신용등급 6~10등급이면서 연소득 4000만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연소득 2600만원 이하인 자. 실상 햇살론 이용자의 경우 시중은행이나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따르는 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햇살론 기록 자체가 신용등급에 불이익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서민 금융에 관해서 금융권 전반의 대책들은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에 일종의 족쇄로 작용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높은 전세금 국면…빚내서 전세얻으며 버텨 '부양책은 남의 나라 얘기'

정부의 마지막 카드인 내수진작책에서도 서민 가계는 큰 혜택을 얻기 보다는 응원부대로 동원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례로 정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 즉시 적용해 조정 효과를 조기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근로자 1인당 16만원가량 원천징수분 근로소득세를 덜 납부하게 된다는 외형에도 불구, 이 방안은 실질적 서민 가계 지원보다는 경기부양에 서민 가계까지 총동원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농후하다.

즉 이번 안은 월급에서 미리 꼬박꼬박 징수하던 원천징수세액을 줄여 일시적으로 근로자들의 소득(세후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원천징수 세액이 줄어든다고 해서 근로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일시적으로 호주머니를 채운 돈을 다시 쓰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데 본질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천징수분을 덜 걷은 만큼 '13월의 월급' 즉 내년 연말정산 소득공제 환급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듬해 3월경 돌려받는 연말정산 환급액을 미리 당겨 받고 이를 소비 활성화에 써달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주택과 관련된 정부 대책도 대출을 얻는 문제를 다소 용이하게 해 주는 선에 머물러 있다. 매매 활성화로 득을 보는 층은 사실상 따로 있고 전세금 상승 국면에서 빚을 내는 방식으로 이를 버티는 층은 서민 가계가 분담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전세값은 서민 가계에 대출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번 정권 출범 이후 현재까지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평균 28.6% 올랐다는 통계가 나왔고, 특히 중산층과 서민들이 주로 사는 강북권이주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전세 자금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집계·발표한 2008년~2012년(매년 1월~7월) 기간의 신규 전세자금보증 공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전세자금보증 공급액이 4조6660억43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사상최대치다.

전세자금 대출건수 역시 12만1869건으로, 가장 공급건수가 적었던 2008년 6만여건 대비 2배로 증가했다. 2008년 이후 신규 공급된 금액을 봐도 △2009년 2조166억원 △2010년 2조1913억원 △2011년 3조785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4조6660억원으로 큰 증가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물론 "전세값이 상승하면 거래가가 뒤따라 오른다"는 속설에는 현재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다. 즉, 전셋값 상승과 이를 통한 서민 가계 고통을 대출 지원 같은 '진통제 효과'로 버티게 하면서 주택 매매가를 간접적으로 끌어올린다는 식의 비난을 당국에 돌리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최근 경기부양, 부동산활성화 등의 대책이 다각도로 나오지만 서민 가계를 털어 부양에 나선다는 지적이나 현재 미분양, 미인도된 물량은 대형 평수 중심이어서 혜택이 실거래층보다는 투자목적 등으로 제약된다는 우려가 높다. 사진은 서울 면목동의 아파트 현장 미인도물량.
하지만 주택 문제의 많은 대책이 실상은 전세를 얻는 층이나, 주택 구입에 나설 여지가 있는 실거래 대기층보다는 유한 계급에 혜택이 돌아가는 왜곡된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면, 이는 문제다. 

즉 전세값을 못 잡는 문제 하나를 가지고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시장 흐름이 왜곡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수면 위로 부상한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 혜택과 빚을 내 전셋값 급등 국면을 버티는 서민 가계 상황을 겹쳐 보면 문제를 쉽게 알 수 있다. 

9월말부터 10월초까지 국회 통과 이후 거래된 주택에 대해서만 적용되므로 실제 세제 혜택 기간은 3개월 이내"라면서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 기간이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과 관련, 한국투자증권 조동필 연구원은 11일 혜택이 대형 물량으로 돌아갈 것임을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양도세 감면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취득할 때 적용되는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약 74%가 대형 물량"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최근 주택가격 회복이 중소형 중심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책이 내집 마련이라는 측면의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기대감에 의해 주택의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을 유발할 여지도 없지 않다는 걱정도 생긴다. 이 경우 높은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면서 전세층으로 남아있는 가계, 여력이 없어 전세에 머무는 가계 등에 고른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금융권 합동으로 신규 대출·기존 채무 재조정 등 주문 나와

결국 지금처럼 각 금융기관이나 영역이 지원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패턴이나, 전세금 대출의 지원 경기부양책에서의 근로자에 일정한 효과를 주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실질적 효과를 보기 어렵거나 오히려 서민 가계의 주머니를 털어 경기를 살리는 데 동원하는 문제점이 부각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진통제를 남발해 가계의 대출(신규) 진행이나 관리를 치료하기 보다는 안락사쪽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일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은 가계에 대한 대출을 터 주는 방안이 정책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대출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중소기업과 가계 신용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 부담이 커 공급 요인의 영향력이 우위에 있다" 며 "취약계층에 대한 신용보증, 서민금융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순호 연구위원은 기존 가계 채무에 대한 관리 면을 논의하고 있는데, 금융권 공동의 해결 같은 정책적 접근을 주목하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9일 이 연구위원은 '개인 채무 재조정 및 개인파산체계 정비'라는 보고서에서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시스템 붕괴를 예방하는 일은 개별 금융회사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특히 다중채무자가 증가하고 있어 금융권이 공동으로 채무자의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가계부채 관리 실패나 자금 수요의 대응 부실이 단기간에 문제가 될 가능성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산층이 이미 붕괴하고 있는 상황은 수치상으로도 확인되기 시작한지 오래인 데다, 위기감이 확산하거나 금리가 급등하는 경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가계가 사실상 금융적 지원에서 방치되고 있는 현상은 개선할 필요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