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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고 자르고 덧붙이고…' 명작 체크카드의 세대교체

연령대 공략 특화에 은행+카드 합동…세법개정맞이 분주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9.10 15: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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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래된 금융 상품이 좋다'는 상식 아닌 상식이 있다. 갈수록 혜택이 줄어드는 추세를 가리키는 것인데, 카드 영역 특히 체크카드 영역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KB국민카드는 it 계열 체크카드와 포인트리 체크카드를 쳐 냈고, 한때 하나은행에서 가장 많이 권하는 체크카드 상품이었던 하나SK카드 매일더블캐시백 체크카드도 현재는 신규 발행이 중단된 상태다.

이는 카드사에 도움이 안 되는  체크카드를 없애고 다른 카드로 유도하기 위한 움직임이 반영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체크카드의 상품 변화 흐름에 대해 재테크 측면에서 즉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체크카드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는 고객 수요를 외면한 것이라는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

최근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간 공제비율 격차가 커지게 된다. 앞으로 체크카드 사용 빈도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20%에서 15%로 5%포인트 하향조정되지만 체크카드 공제율(30%)은 현행 수준이 유지된다는 게 골자다.

다만 베스트셀러 체크카드가 일부 퇴장한다고 해서 체크카드에 대한 카드사들의 시장 공략이 전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체크카드와 소득공제를 연결지어 생각하는 관심도가 높아진 고객층이 두터워진다는 점은 한편 새롭게 형성되는 고객군도 발생하는 것이고, 금융그룹 소속의 카드사들로서는 계열 은행과 연결을 지은 상품을 제시해 고객과 윈윈할 수도 있는 측면도 있다.

인기 상품 잘라붙이기…30~40대 아이가 있는 가족에 초점둔 KB

KB국민카드는 베스트셀러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다. KB국민은행의 20대 고객 공략채널인 락스타존에서 발매하는 특화카드인 락스타 체크카드는  사실상 노리체크카드 계열로 꼽힌다. 그만큼 공통점이 많다는 뜻인데, 노리체크카드는 다름아닌 포인트리 등 이전의 주력 효자상품을 세대 교체할 때 일선 은행 영업점에서 많이 권장된 품목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에게 호응이 좋을 만한 상품 설계를 해 두고 이를 여러 버젼으로 적절히 활용한 셈이다.

   
직장인 체크카드는 KB카드가 이전 상품 중에서 고객들의 관심을 받은 요소 몇 가지에 직장인들이 관심있어 할 만한 소득공제 제외 항목에 대한 혜택을 얹었다는 점에서 이전에 확보한 시장반응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한 케이스로 분석된다.
이런 이전 상품의 재활용 패턴은 KB국민카드가 지난달 17일 출시한 직장인 보너스 체크카드에서도 잘 나타난다. 줄일 건 줄여 카드사 이익도 도모하면서 새 혜택을 통해 소득공제에 관심이 있을 30~40대를 공략하는 데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노리체크카드의 고객 흡인력을 뜯어보면, 이동통신요금 월정액 할인과 외식 할인을 들 수 있는데, 여기서 새롭게 30~40대 가장용으로 체크카드를 만든다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사 이익 측면에서 통신 요금의 혜택을 다소 줄일 필요가 있다(가족들의 통신비를 몰아서 혜택을 보는 체리피킹을 제어하는 측면). 외식 할인도 여러 프랜차이즈점으로 분산해 주기 보다는, 아이들을 둔 가정에서 가장 관심이 있을 만한 점포로 특히 집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일부 혜택을 줄인 대신에 새로 이점을 주거나 다른 상품 수준으로 꼭 유지시켜 줄 부분도 있다.

일단 스타체크카드의 경우 기존 체크카드 혜택에 GS칼텍스 주유소 이용 시 리터당 주중 50원(주말 60원) 환급 할인해  준 점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는데, 여기서 소득공제에 관심이 있을 법한 연령층이 차량 보유를 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 부분은 새 상품 설계시 참조할 만 하다.

한편 소득공제 때 카드 사용금액으로 포함되지 않는 보험료, 이동통신요금 등을 할인해 준다는 점은 새롭게 등장시킬 매력 요소다. 국세나 지방세를 카드로 낼 경우에 리턴되는 면도 키운다.

이렇게 해서, 직장인 보너스 체크카드는 다른 영역의 혜택을 어느 정도 섭섭찮게 갖추면서도 소득공제에서 배제되는 영역들을 각별히 챙겨준다는 새 상품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과 연계 극대화하고 하이브리드 감각 더한 신한·하나SK

하나SK카드의 경우 인기가 있었던 더블캐시백 체크 시리즈를 퇴장시켰다.

현재 주력 체크카드 자리를 물려받게 된 것은 메가캐시백 체크카드. 이 매가캐시백의 경우 과거 더블캐시백 시절의 주유할인은 기대할 수 없지만 메가캐시백에서 최근 메가캐시백2로 버젼업이 되면서 '하이브리드' 기능을 더한 것이 눈에 띈다. 

즉 체크카드 기능대로 사용을 하다가 일부 신용카드처럼 더 사용할 수 있다. 30만원까지 가능한데, 카드사 입장에서는 소규모 신용카드 결제 가능 고객을 여분으로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같은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은행과 연결, 하나은행 ATM수수료나 나의 소원 적금 e-플러스 적금 같은 쪽으로 금리 우대나 납입 처리 등의 연계 영업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드에 대한 니즈가 높기는 하지만, 카드사들은 일단 이전의 신용카드 보유 고객들에게만 새로운 체크+신용 형식의 카드를 가입허용하는 식으로 일부 상품을 내놓는 등 신용카드 고객의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속내를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사진은 신한카드가 내놓은 참신한카드(+신용기능 10만원 추가).
신한카드 역시 급여생활자를 위한 범용 체크카드를 내놓고 있다. 참(Charm) 신한 체크카드가 그것. 가족 생활자가 여러 용도로 사용 범위가 퍼지는 것을 반영하고, 대신 이제 막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가장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웨딩 관련 혜택이 부가처리돼 있다. KB국민카드의 직장인 보너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직접적 목표 연령대를 낮춘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편 이 체크카드도 하이브리드 기능을 갖고 있는데(10만원까지) 이 신용 겸용 카드의 경우, 먼저 신용카드를 갖추고 있는 고객만 발급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이브리드카드를 원하는 일부 기존 신용카드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용도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체크카드 고객을 위해 하이브리드를 설계하기 보다는, 신용카드 고객이 체크카드로 이탈하는 수요를 붙잡기 위해 중간 단계 상품을 제시하려는 데 더 중심이 가 있는 속내가 읽힌다는 것. 한편 참 체크카드는 신한은행에 참 신한통장을 만들어 연결하는 경우 금융수수료 등에서 혜택을 주면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이렇게 근래에 등장한 체크카드들은 이전에 명작으로 기억되는 체크카드들의 장점을 일부 물려받는 한편, 최대한 카드사 이익을 도모하는 황금비율을 맞추는 선에서 특화 요소를 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 여건의 변화, 혹은 세금 등 제반 제도 변경 등으로 한 차례 더 체크카드 시장이 요동칠 경우 뒤이어 변경될 가능성을 일정 부분 예비하고 있는 것으로, "새 상품이 마음에 들면 사라지기 전에 일단 가입해야 한다"는 소비자들 사이의 상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세태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