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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잘 나가는 '대한민국'이라지만…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9.07 17: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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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pitch)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기존 'A+'에서 'AA-'로 한 단계 조정한 것으로 이번 등급 회복은 1997년 이후 15년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피치는 우리 경제가 불안전한 대외여건 속에서도 △실물 및 금융 부분의 안정 △튼튼한 거시 경제체제 △소득과 사회·정치 부분의 안정 등 구조적 여건을 높이 사 이번 등급 조정이 이뤄졌다로 밝혔다.

국내 언론들은 이 소식을 급전하며 중국과 일본보다도 신용급등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중국과 일본의 신용등급은 우리와 같은 'A+'였지만 이번 조정으로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한일간 갈등이 심화된 시점에서 나온 발표였기에 일본을 넘어섰다는 점이 쾌거로 부각됐다. 사실 과거 우리에게 있어 일본은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은 존재였다.

1960년대 가난하고 헐벗던 시절 '하면된다'는 집념 하나로 우리도 노력하면 일본처럼 잘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도 했으나 그건 일종의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꿈밖의 세상은 너무나 참혹했던 것. 한편에서는 '절대로 일본만은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와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으로 반세기만에 꿈은 현실로 변하고 있다. 한국 대표 기업의 6개 업종 시가총액이 일본을 앞서는 한편 일본의 통화 스와프 중단 발언에도 무덤덤할 지경이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게으를 틈이 없다고 한다. 목표는 유혹을 떨치고 잡념을 떨쳐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일본을 넘어선 지금 목표를 상실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부의 양극화, 고용없는 성장 등 우리 경제에 산재해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에 통칭해 사용되고 있다. 대선이 가까운 시점 '경제민주화'는 친 서민을 대표하는 정책인양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통해 키워온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다. '이제는 복지에 힘을 쏟을 때다' 혹은 '아직은 아니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를 비롯해 유럽 재정위기를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치권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포퓰리즘'이 난무하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우리에게도 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피치는 신용듭급 상승과 더불어 위험요인으로 공기업부채, 가계부채, 대북리스크를 지적했다. 대북리스크
   
 
는 둘째치더라고 공기업부채와 가계부채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된 문제다. 과도한 복지 남발로 재정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기업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금융권의 탐욕에 대출 증가는 서민의 목을 조이고 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물론 호재 중 호재가 아닐 수 있지만 또다시 샴페인부터 터뜨린다면 그 결과야 뻔하지 않겠는가. 파이는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의 무절제한 복지가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에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