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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환호한 'ECB 국채매입' 전문가들 견해는?

긍정론·관망론으로 양분…불태화 정책·獨 반대의사가 관건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9.07 17: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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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국가들의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유럽중앙은행의 이 같은 결정을 지지하면서 간만에 시장이 환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장기적 해결책이 아닌 시간벌기용이라고 지적했지만 뉴욕증시가 4년 반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고 코스피의 오름폭도 컸다. 이번 드라기 총재의 유로존 단기국채 무제한 매입 방침과 관련,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긍정론과 관망론으로 양분하고 있다.

◆ 장기적 해결책 아니라도 시장은 새 정책 환영

현지시간으로 6일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유로존의 모든 나라들이 통화정책 메커니즘을 보호해야 한다"며 "무제한적인 국채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MOT(Monetary Outright Transaction), 즉 전면적 통화정책으로 명명된 새로운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국채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것으로, 드라기 총재는 1년, 3년 만기 국채를 사실상 무제한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국채매입 건에 대해 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IMF 체제 내에서 ECB와 협조할 준비가 됐다"며 유로존 재정취약국의 국채금리를 낮추고자 국채 매입으로 개입한다는 ECB의 새로운 정책 체계를 환영했다.

다만 이번 ECB의 국채 매입 결정에는 독일이 반대 입장을 밝혀 이사진의 만장일치를 거치지 못했고 국채매입 대상 국가는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이거나 아니면 유로존의 구제기금에 지원을 요청한 나라로 제한하는 등 한계가 있다.

드라기는 ECB의 국채 매입 요청국가들은 유로재정안정기금(EFSF) 또는 유로안정화기구(ESM)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유럽연합(EU) 및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국가들만 가능하다는 단서를 단 것.

이에 따라 구제금융 신청을 하지 않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자구책을 제시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실제 이날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 지원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드라기 총재는 국채매입에 따라 유로존 국채를 매입하기 위해 ECB가 시중 통화량을 늘리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불태화 정책을 펼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독일의 비판을 염두에 두고 불태화 정책을 언급한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도 독일의 부정적 시선은 여전하다.

독일 연방은행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ECB의 국채 매입 결정이 유럽중앙은행과 자금조달 국가 사이를 너무 가까이 만들 수 있으며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에 종속되게 됐다"며 국채 매입 결정을 반대했다.

독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우리가 재정정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정책이라는 더 편한 방법을 쓰길 원하기 시작한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이라며 반대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 '유럽위기 완화' 우호적 VS '글로벌 경기회복' 필수적

이 같은 독일의 의사와 일부 맥을 함께 하는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중 관망론자들은 이번 정책이 기대치에 부합했음에도 불구, 미국 고용지표 등 실물경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증시가 추세적 상승에 이르기 위해서는 경기회복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다슬 연구원은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내려가고 실업률 급등세까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채매입은 구조적 이슈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시장 안도감이 단기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글로벌 경기 지표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라 하방을 한 번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동양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불태화 조건에 주목했다. 불태화 정책이 화폐공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억제시켜 준다는 점에서는 시장에 호재지만 국채 매입을 통해 기대되는 경기부양 효과는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수석연구원은 "오는 12일 ESM에 대한 합헌 판결여부보다 더욱 중요한 변수는 스페인 등이 구제금융 신청을 통해 ECB의 통제를 수용할지 여부라고 진단했다.

또 박 연구원은 "불태화 정책으로 유동성 공급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과 독일 등 일부 유로존 회원국의 반발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긍정론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유럽위기 완화와 불태화 정책을 통한 인플레 우려 해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정책이 이미 시장이 기대했던 재료지만 유로존 중앙은행 및 정책당국 간 갈등에 따라 정책이 지연될 우려는 일단 덜게 돼 유로존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무제한 매입 지원에 따라 유로존 안정기금의 구제금융 능력이 크게 확대될 여지가 생겼다"며 다음 주 독일 헌재가 독일의 ESM 지원이 합헌임을 확인하면 유로존 위기 해결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전략부장은 "드라기가 영리하게 ECB의 국채 매입이 재정 취약국의 재정지원이 아닌 통화정책의 일환인 동시에 불태화를 통해 인플레 우려도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IBK투자증권은 ECB 발표가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라며 국내증시는 ECB 호재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