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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노사단체협상, '비행시간' 두고 진통

[인터뷰] 김종오 위원장 "문제는 안전, 10년 전 회귀할까 불안"

나원재 기자 기자  2012.09.07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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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동조합이 단체협상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최근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돼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개별 계약을 진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양측의 대립각은 여전하다. 사측은 집행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사측이 내부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노조는 이에 따른 안전논란 등 후폭풍도 우려하고 있다. 내용을 따라가 봤다.

대한항공(003490) 사측과 조종사 노동조합 간 단체협상을 두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노사가 마련한 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68.4%의 반대로 부결돼 노조가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비조합원들과 조합원 개개인에게 개별 계약을 시도하고 있는 것.

노조는 이를 두고 “조합원에 개별적으로 교섭을 요구하는 행위는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노조 내부 분열을 유도하는 행위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조가 사측의 충분한 양보를 얻어 단체협상안에 합의해놓고 추가 양보와 함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집행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사측에 잘못을 떠넘기려고 한다”는 입장이다.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은 △1000시간에서 1050시간으로 비행시간 연장 △기장, 부기장 등 4명 비행에서 3명 비행으로 변경 △하루 국내 이착륙 횟수를 4회에서 5회 조정이 주요 골자다.

◆느닷없는 개별 계약…내부 분열 유도

노조의 사측을 향한 비난이 거세다. 노조 집행부에 따르면 사측은 단체협상 진행 중 주장하기를 “조합원 총회에 올리면 무조건 가결될 것”이라며 압박했고, 부결 이후 모든 책임을 집행부로 돌리며 개별 계약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사측이 개별 교섭으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며 내부 분열을 유도하는 도발행위를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별 계약이 이뤄지면 회사의 횡포를 막아낼 노조는 힘을 잃을 수 있는 등 노조의 존폐가 걸린 중대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김종오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현재 노조 집행부 재신임 투표가 진행됐고, 조합원들의 참여율과 지지율 또한 높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개별 계약의 후폭풍으로 비행기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점도 제기했다. 10여년 전 대한항공 조종사는 잘 꾸며진 모습과는 달리 잔혹한 비행시간과 이로 인해 유발된 빈번한 사고로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조종사 노조가 설립된 이후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개별 계약으로 인해 유발될 조종사 개개인의 비행시간과 이착륙 횟수의 증가는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어 암울했던 과거로의 회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사측은 비행근무운영 기준 변경을 통한 운항 부문의 생산성 제고 등이 절실한 실정이라며, 잠정 합의안과 이에 상응하는 처우 개선을 제시한 바 있다. 개별 동의자 처우 개선으로는 비행수당 상향 조정과 국내외선 체류잡비 인상 등이 포함돼 있다.

◆관계당국 예의주시, 다양한 관점서 봐야

한편, 관계당국도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의 이번 마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일련의 과정을 다양한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단체교섭을 한다고 해서 개별 계약을 못한다는 규정은 없고, 비노조원들에 대한 처우개선의 폭도 노조원보다 클 수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사측이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의도와 증거가 있다면 고소고발이 가능해지는 등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관할 지청에서 내용을 파악 중이고, 지속적으로 내용이 올라오고 있다”며 “주장만 있어서는 조사에 착수할 수 없어 현재 지도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김종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사진)은 "돈보다 안전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하다"며 "사측은 일부 처우개선 등으로 노조 흔들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대한항공 김종오 조종사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와의 일문일답.

-단체협상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비행시간이 1000시간에서 1050시간 연장되며, 최대 비행시간이 12시간30분으로 연장된다. 최대비행시간 연장은 4명 비행이 3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기장·부기장으로 나눠 4명이면 6시간15분씩 했던 일이 세 명이면 8시간20분으로 늘어난다. 국내 이착륙도 4회에서 5회로 늘었다.

-사측의 노조 와해 조짐이 보이는가.
▲개별적으로 접근해 약간의 복지혜택이 포함된 안을 적용시키겠다며 노조 흔들기를 하고 있다. 교섭 중에 개별 계약을 진행하는 등 정황상 노조 흔들기가 맞다. 아무런 근거 없이 올 7월 급여분부터 두 달째 조합비일괄공제를 중단했으며, 8월말까지 노조 사무실을 반환하라는 요구도 해왔다. 노조에서 직접 채용한 사무직원들의 출입증을 수거하고 외부인 방문증을 끊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제한도 있었다.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조합원들은 집행부를 이해해주는 분위기다. 조합원들은 잠정 합의안 부결을 두고 집행부를 신임, 불신임 하는 게 아닌 근무 조건에 대해 ‘좋다’, ‘싫다’를 표현했던 것이다.

-합의안에 따른 안전문제를 꼽았다. 이를 자세히 설명한다면.
▲1997년부터 1999년까지 3년간 5건의 전파사고가 있었다. 인명 피해가 많은 전무후무한 사고였다. 90년대 초반 비행기가 60~70대였는데 몇 년 사이 120대로 늘어났지만, 당시 운영은 구멍가게 정도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FSF나 델타에어라인 등의 평가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인정됐었다. 델타에어라인의 경우 비용을 지불하고 컨설팅을 받은 사례다. 이를 통해 이후 매뉴얼부터 다 바꿨으며, 운항증명서도 새로 받았다. 2000년경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개정해 선진국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훈련 및 규정이 강화되는 등 선진화가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스템이 잘 돼 있어도 피곤하지 않아야 맞춰갈 수 있다. 내년 비행기 13대가 추가로 계획돼 있다. 회사 사정상 연기된다고 해도 10대 이상은 들어올 것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조종사 확보가 안 된 상황으로, 휴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비행을 많이 하지만, 쉬는 시간이 줄어들어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사측이 근로조건 개별동의 관련 안내문을 공지했다. 처우개선 등의 내용이 눈에 띈다.
▲돈보다 안전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하다. 몇십만원 더 받는 게 중요하지는 않다. 조합원 대부분이 옛날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다만 표현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비조합원과 재계약 대상자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