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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매립지 폐수에 소나무 모조리 죽어"

용인시 포곡읍 '불법벌목·폐기물매립'…처인구청 "허가 안받은 불법 개발"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9.07 08: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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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등산로가 유난히 예뻤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 백령사 진입도로. 그러나 최근 찾아간 그곳은 황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울창했던 산림은 오간데 없고 개발업자들에 의한 마구잡이식 불법 벌목이 한창이었죠.

몇몇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불법 벌목 뿐 아니라 폐기물 무단매립도 자행되고 있다더군요. 무언가 속에서 울컥 치솟았습니다. 이대로 둘 수만은 없었죠. 우선 마을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백령사 인근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A씨. 그 또한 불법 폐기물 매립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일반 흙도 아니고 약품 처리된 슬러지를 묻었는데 그게 빗물에 쓸려 집 안마당까지 흘러들어왔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시 조경용으로 소나무 몇 그루를 마당에 심었었는데 매립지서 흘러나온 폐수에 닿은 소나무들은 모조리 죽었다니까요. 이곳서 수십년 살았지만 이처럼 원인모를 현상은 처음입니다, 처음.”

A씨의 피해현황은 이뿐만 아닙니다. 무자비한 벌목으로 인해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게 A씨 측 주장입니다.

“이곳 주변은 경치가 좋고 공기가 맑아서 등산객이나 인근 백령사 신자분들이 자주 찾아왔었거든요. 약수터는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산림이 훼손되고 나서부턴 (이동인구수가) 딱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불법 승마장시설까지 들여놓고…, 이곳이 정말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이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돕니다.”

불법 매립지로 인한 피해는 여기서 끝이 아닌데요, M낚시터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매립’ 얘기가 나오자마자 한숨부터 푹 내쉬었습니다. 그리곤 대뜸 ‘정신 나간 XX’라며 험한 소리를 내뱉었는데요, 가만히 그의 얘길 들어보니 그럴 만도 해 보입니다.

“어휴, 말도마세요. 작년 장마철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립니다. 불법 매립한 폐기물과 토사가 낚시터로 유입돼 바닥에 쌓였거든요, 수심이 달라진 건 물론이고 물도 오염돼 물고기가 얼마나 죽었는지 몰라요.”

지근거리에 위치한 제재소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재소 주인 C씨는 “지난해 초 문제의 땅을 S씨 일가가 사들이고 나서 여름장마로 이런 수해를 당하긴 처음”이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C씨에 따르면 S씨 일가의 불법행위는 모두가 곤히 잠들어 있을 새벽 6시부터 시작됐는데요, 덤프차에서 발행하는 엄청난 소음에 늘 시달렸어야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 소음스트레스에 집에서 기르는 가축 중 닭은 알을 낳지 못한다고요, 또 흑염소와 강아지는 사산을 했다는 게 C씨의 전언입니다. 

S씨 일가 땅과 맞닿아 있는 곳에 사는 D씨는 불법 매립으로 인한 먼지 등으로 결국 이사까지 갔다고 하는 데요, 평소 신장병을 앓고 있던 D씨는 요양차 이곳 마을에 왔다가 마음의 병만 더 얹었다고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폐기물 악취와 비산먼지요? 그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최근에는 제 살림집 바로 위에 승마장을 만들어서 심한 악취는 물론 말 배설물까지 빗물에 쓸려온다니까요. 두통과 기침, 두드러기 등으로 도저히 살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우죽하면 살던 집에서 나와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겼겠어요.” 

각자의 피해도 있지만 주민들은 무엇보다 현재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지하수가 오염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 모습입니다.

“S씨 일가의 불법 매립지가 높은 지대에 위치해 비가 오면 폐수가 계곡을 따라 저지대인 M낚시터를 비롯해 마성리 마을까지 내려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땅에 흡수돼 지하수도 오염되겠지요. 우리 마을은 아직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불법행태를 처인구청도 인지하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봤습니다. 다음은 건설도시과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지역신문 몇몇 곳에서 그곳이 올 2~3월 (개발) 허가가 난 곳이라고 했는데, 아닙니다. 우리는 허가해 준 적이 없어요. 임의대로 불법 개발을 하고 있는 거죠. 민원이 들어와서 현장에 나가봤는데, (개발) 정도가 심하더라고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했죠. 보통은 복구와 벌금형이 떨어지지만 이번 같은 경우엔 그 정도가 심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하더라고요.”

백령사 진입도로 불법 매립, 물은 이미 엎질러 진 상황입니다. 예전대로 100% 복원될 순 없겠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해도 쓸어 담는 노력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자산인 자연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훼손한다니, 두 번 다시 있어서도 일어나서도 안된다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