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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도끼에서 IT까지' 은행원 머리띠 변천사

노현승 기자 기자  2012.09.06 16: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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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 사진은 지난 9월6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그룹의 IT통합작업 저지를 촉구 집회를 진행하는 장면입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IT통합 추진은 최소 5년 동안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 노사합의의 준수를 거부하는 방안’이라며 통합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외환은행 노조가 집회까지 연 걸로 보아 겉으로는 한 식구가 됐지만 아직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나봅니다.

지금이야 은행원들의 집단행동에 크게 눈길이 갈만한 행동이 아니지만 과거에는 은행원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이트칼라’의 대명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위 같은 건 결코 하지 않을 이미지였는데요. 오래 전 기록을 보면, 은행원들이 집회에 참석한 경우는 도끼만행사건(1976년) 때 규탄 시위 정도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급작스러운 민주화 바람으로 근로자들의 파업이 극심하던 1989년 무렵에도 은행원들에 대한 이런 이미지는 변하지 않았죠. 동아일보 사설 ‘횡설수설’에 보면 당시 데모와 농성에 대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사설은 “공무원 경찰, 군인이 ‘데모꾼’이 될 수 없듯이 은행원의 ‘데모대열’은 아주 부자연스럽다. 은행까지 파업상태에 이른다고 상상해보라”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1989년 6월14일). 당시 사회 분위기는 은행원들의 데모 참여를 용인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신청 무렵이 패턴이 변하는데요. 퇴출대상 은행의 노조원들이 전산시스템을 잠그고 도망가는 등의 집단행동이 더욱 과격해졌습니다.

과거 금융 ‘기관’이라는 이미지에서 이제는 일반 ‘회사원’ 중 하나라는 인식이 들 정도입니다. 노동자 단결권이 강화되면서 은행원들도 분위기가 함께 변천해 온 것입니다. 민주화 열기도 살짝 비껴갔지만 불과 20년 사이에 ‘먹고 사는 문제’로 급격히 첨단화된 셈이지요.

외환은행 노조는 IT통합작업 저지를 위한 집회를 하루 몇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고 합니다. 집회가 장기화돼 양측의 감정싸움과 체력 소모전으로 번지기 전에 원만히 타협되길 바랍니다.